아침상 차리기
(요한복음 21:10-14)
1. 말짱 도로묵
임진왜란이 한창일 때 선조는 조선의 왕이었습니다. 서자 출신으로 왕이 된 선조(宣祖)는 고종과 함께 잘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조선의 두 왕 중의 하나로 유명합니다. 그나마 그가 해 놓은 두 가지 일이 있는데, 하나는 이순신이라는 영웅을 만든 일이요, 다른 하나는 “도루묵”이라는 생선의 이름을 지어놓은 것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먹을 것 없던 세상에서는 왕도 배가 고팠습니다. 배고플 때 먹은 “묵”이라는 생선이 너무 맛있어 “은어”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는데 배부를 때 다시 먹으니 배고플 때 먹던 그 맛이 아니더랍니다. 그래서 은어를 다시 묵이라고 해서 “도루묵”이 되었답니다.
말짱 도루묵이라고 합니다. 어떤 일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쓰는 말입니다. 주님의 제자들은 열심히 자기 일을 하던 중에 부름을 받았습니다. 산으로 들로 따라다니며 주님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성전에서 배우고, 회당에서 배우며 사람 낚는 어부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고, 물 위로 걸어도 보면서 천국 복음을 하나둘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잘했다고 칭찬도 듣고, 때로는 사탄이라고 호되게 야단도 맞아 가면서 제자가 되어가고 있다가 갑자기 십자가를 만났습니다. 믿던 주님이 죽었습니다. 기대하고 따르던 제자들은 모두 그동안의 모든 수고와 훈련이 말짱 도루묵이 되었습니다.
2. 아침상 차리기
사람 낚는 어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주님을 따르던 베드로는 말짱 도루묵이 된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섰습니다. 꿈에서 깨어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보았습니다. 떠나온 집과 두고 온 식구들이 생각납니다. 버려두었던 그물을 챙겨 들고 배를 탔습니다. 천국이고 뭐고 나는 고기나 잡으러 가련다. 물로 내려가는 베드로를 다른 제자들도 따라나섰습니다. 밤새 작업을 했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허탕을 치고 빈 배로 돌아오는데 부활하신 주님이 말을 걸어옵니다. 뭘 좀 잡았습니까? 허탕입니다. 그럼 배 오른쪽에 한 번 더 그물을 내려보시지요. 이 말을 듣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한번 던졌는데 153마리가 한 그물에 담겨 올라왔습니다. 주님께서 그 생선을 받아서 아침상을 차려주었습니다. 일곱 제자가 배부르게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1) 없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대답하되 없나이다(요한복음 21:5).
살다 보면 빈손이 민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빈손이 되었다면 홀가분하겠지만, 밤새 일을 했는데 아침이 되어도 얻은 것이 하나도 없어 빈손으로 일을 마쳐야 한다면 그 빈손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베드로가 밤새 그물질을 했지만 잡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배에 고기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 차려놓고 기다리는 집에 들어갈 면목이 없고,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기다리는 상에 올려놓을 양식이 없다는 뜻입니다. 살다 보면 이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들이 밤새 헛손질하는 사이에 아침상을 차려놓았습니다. 살다 보면 내가 잡지 않은 생선을 먹을 때도 있고, 내가 차리지 않은 아침상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할렐루야.
2) 생선과 떡
예수께서 가셔서 떡을 가져다가 그들에게 주시고 생선도 그와 같이 하시니라(요한복음 21:13).
서자의 아들로 태어나 조선의 14대 왕이 된 선조는 임진왜란이 시작되자 도망갈 궁리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순신은 열두 척의 배를 가지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이기고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어 조선을 지켰습니다. 힘이 있어도 이기지 못하는 싸움이 있습니다. 힘이 없어도 지지 않는 전쟁도 있습니다. 세상만사가 내 맘대로 되지 않습니다. 질 것 같은 싸움에서 이기고, 망한 것 같은데 대박이 나기도 합니다.
베드로는 허탕이라고 생각하며 그물을 걷었지만, 그 그물에 153마리 생선이 가득하게 담겼고, 그물은 찢어지지 않았으며, 배는 고기로 가득하게 채워졌습니다. 굶을 줄 알았던 아침상은 주님께서 차려주신 떡과 생선으로 가득했습니다. 세상이 내 생각처럼 내 맘대로 되지 않습니다.
3) 오른편에 던진 그물
이르시되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 하시니 이에 던졌더니 물고기가 많아 그물을 들 수 없더라(요 21:6).
길을 가다 넘어지면 남자들은 엄살을 떨며 일어나는데, 여자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어나 가던 길을 그냥 가다가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주저앉아 손을 턴답니다. 한 번 넘어지면 따라오는 부작용이 많습니다. 아프기도 하겠지만 남들 눈에 부끄럽기도 하고, 조심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밤새 아무것도 잡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한 베드로가 그랬습니다. 잠 못 잤으니 피곤하고, 빈 배를 보니 허전하고, 그물만 망가져 일만 만들었습니다. 고기 잡아 올 남편 기다리는 가족을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잔뜩 기가 죽어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는 말에 한 번 더 던졌더니 그물을 들 수 없을 만큼 고기가 잡혔습니다.
칠전팔기는 여덟 번째 그물을 던진 사람에게 주시는 복입니다. 구사일생은 마지막 한 번 더 던진 그물에 잡히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십중팔구는 마지막 한두 번에 승패가 달려있다는 말입니다. 살다 보면 그만 포기하고 그물을 걷어 올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 한 번 더 그물을 던지는 것이 믿음입니다.
3. 와서 조반을 먹으라(요21:12-13)
어떤 소금 장수가 말에 소금을 싣고 강 건너 절에 팔고 돌아오는 길에 봄바람에 녹은 얼음이 꺼질세라 절의 스님이 가르쳐준 대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을 외며 무사히 강을 건넜답니다. 다 건너서 뭔놈의 관세음보살이냐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강 건너를 바라보니 말을 두고 왔더랍니다. 다시 살얼음판을 건너며 나무아미타불이 생각나지 않아 도로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 주절거리며 말을 데리러 갔답니다. 말짱 도루묵입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라면 떡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하나님이 알고 주님도 아십니다. 내 배는 빈 배지만, 주님은 떡과 생선으로 내 아침상을 차려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