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에서 무려 3시간이나 늦게 출발한 비행기는 독일 뮌헨에 늦은 오후 저녁에 도착했다. 뮌헨공항에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공항 밖으로 나가니 마케도니아에서 온 코치(편안한 여행자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50인승 버스에 여행객은 25명뿐이다. 널널하게 여유로운 좌석이 아깝다. 거기 누구 없소? 빈 자리 많으니 함께 가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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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로 내리는 뮌헨 공항. 비행기 연발로 3시간 늦게 도착 저녁무렵 버스에 올랐다.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려갔다.
'아우토반'을 한국어로 풀면 '자동차가 달리는 길'이다. '-반'이란 사람, 말이 다니는 길이 아닌 전용도로라는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S반'은 근거리 철도, 'U반'은 지하철, '슈트라센반'은 시영 전차 등 전부 철도로 번역된다. 아우토반은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이다.
아우토반!
비내리는 아우토반을 달리다 보니 경부고속도로를 건설 지시했던 전 박정희 대통령이 생각났다.1964년 12월 서독을 방문, 아우토반에 감명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3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1967년 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한다. 1968년 2월 1일 첫 삽을 뜬 건설 현장은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해 전투 현장을 방불케 했다. 열악한 공사 환경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았다. 1970년 개통된 428lm 경부고속도로는 이 아우토반을 벤치마킹하여 건설된 도로다.
곧 날씨가 어두워지고 알프스는 어둠에 싸이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알프스의 티롤지방의 경치를 컴컴한 밤 중에 가다니... 누구를 원망해야 한단 말인가? 이미 늦어진 여정... 여행이란 예측불허의 연속이 아닌가?
그런데 문제가 심각하다. 어두운 밤을 달리다 보니 버스가 알프스 산정의 숙소를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기 시작했다. 그 큰 버스가 산기슭을 헤매느라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알프스의 오지라 GPS도 말을 듣지않은 모양. 마케도니아의 뚱뚱한 두 기사는 땀을 뻘뻘흘리며 호텔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막힌 길을 들어갔다 나오기를 몇 번을 계속하다가 밤 12시가 넘어 겨우 호텔에 도착했다. 너무 늦어 호텔에서 준비한 주먹밥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슬로베니아의 첫날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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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산정의 요정이 나올 것 같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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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에 도착하니 호텔에서 준비한 주먹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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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의 첫날밤을 지낸 알프스 산정의 숙소
다음날 아침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개어있다.상쾌한 아침공기다. 알프스 산정에 안개가 걸려 있다. 환상적이다. 홀로 산책에 나섰다. 역시 알프스는 아름답다. 흐음~ 여긴 알프스 중에서도 보석처럼 아름답다는 율리안 알프스가 아닌가! 푸른 초원 위에 요정이 곧 나올 것만 같은 예쁜 집들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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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한 가운데 교회가 서 있다. 평화로운 모습이다. 6시를 알리는 교회의 종소리가 알프스 산정에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데이지 꽃인가! 빗물을 머금은 흰꽃이 하늘을 향해 미소짓고 있다. 발칸반도의 여행 첫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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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길을 잃고 12시 넘어 호텔에 도착하셨다니 황당하셨겠습니다.
저도 작년 몽골 사막에서 길을 잃은 운전기사가 북극성만 쳐다보고 가다 새벽4시엔 지쳐 날이 새길 기다리던 기억이 떠오름니다. 날이 샐때 주위의 아름다운 자연의 충격과 기쁨은 길을 잃지않았으면 얻을 수 없는 기쁨이였겠죠?
ㅎㅎ 여행이란 트러블의 연속이지요~~
길을 잃고 나서 진정한 여행이 시작된다고 하는 말이 있지않습니까?
한밤 중에 헤매던 불안에 비해 아침의 아름다운 풍경에 환호성이 터져나왔겠어요. 그걸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되었겠습니다. 여행이란 늘 그런것이지요.
알프스의 아침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