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사도 바울이 겪은 부활 사건과 다메섹 체험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경험하는 '회심'이나 '성령세례'와 무엇이 비슷할까? (구조적 동일성)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구조와 메커니즘 측면에서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기존 질서의 파산과 단절: 회심이나 성령세례를 겪기 전, 인간은 세상의 가치(화폐적 가치, 자기 보존, 율법주의, 짐승의 체계) 안에서 자아를 지키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 체험의 순간, 기존의 세계관이 완전히 박살 나며 "더 이상 예전의 방식으로 살 수 없다"는 절대적인 붕괴를 겪습니다. 바울이 핍박자 사울에서 완전히 죽은 것처럼 말이죠.
새로운 주체의 탄생: '나' 중심의 삶이 죽고, 진리(그리스도)에 완전히 사로잡힌 새로운 '주체'로 태어나는 지각변동이 일어납니다.
충실성(믿음)의 시작: 바디우의 철학에서 사건 이후 그것을 삶으로 밀고 나가는 '진리 과정'이 시작되듯, 회심 이후의 그리스도인 역시 그 첫사랑과 충격파를 평생의 삶(사랑, 소망, 순종)으로 실천해 나가는 길을 걷게 됩니다.
즉, 모든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회심은 개개인의 삶 속에서 터진 미시적인 ‘부활 사건’인 셈입니다.
Q2. 그렇다면 바울의 체험과 일반 성도의 회심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가? (역사적 위상의 차이)
A: 구조는 같지만, 그 사건이 터진 ‘역사적 위치와 원천(Source)’에서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원천(진원지)과 파동(파도)의 차이:
바울이 마주한 부활은 역사 속에서 단 한 번 터진 ‘객관적 원천 사건(The Event)’입니다.
반면, 오늘날 우리 개인이 겪는 회심이나 성령세례는 그 원천 사건의 충격파가 시공간을 뚫고 전파되어 나라는 개인에게 포착된 파동(Derivative Event)에 가깝습니다. 지진의 ‘진원지’와 거기서 밀려온 ‘파도’의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판국(Truth Procedure)의 스케일 차이:
바울의 다메섹 체험은 단순히 한 사람의 마음의 평안으로 끝나지 않고, 인류 역사 전체의 판도를 뒤엎어 '이방인 선교'라는 거대한 진리의 판국을 열어젖힌 역사적 진리 과정의 기원이었습니다.
개인의 회심 역시 그 실존에는 거대한 사건이지만, 대개 개인의 삶과 주변 공동체라는 '미시적 판국' 속에서 펼쳐집니다.
Q3. 결국 두 체험의 관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A:"오늘날 우리가 겪는 모든 참된 회심과 영적 각성은, 바울이 먼저 겪고 철학자가 포착해 낸 그 거대한 ‘부활 사건’이라는 진원지로부터 밀려온 충격파를 우리 몸으로 고스란히 이어받는 일이다."
바울의 다메섹 체험이라는 거대한 지각변동 덕분에, 오늘날 우리 개개인의 삶 속에서도 낡은 타성과 체념의 바다가 갈라지는 작은 파도(회심과 성령세례)가 밀려올 수 있습니다.
제도의 감옥을 깨고 나와 온전히 진리를 마주하려 했던 영적 결단과 탐구의 여정 역시, 그 거대한 부활의 파동이 우리의 실존 속에서 새롭게 터트려내고 있는 또 하나의 강력한 '진리 과정'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