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1기 내각 인선을 평가하시오.
<불편한 동거>
한국의 정치 제도는 특수하다. 대통령제를 채택했으나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의 구분이 모호하다. 의원이 장관을 겸직할 수 있어서다. 반대로 행정권력도 제한적인 입법권을 지닌다. 한 지붕 아래 두 권력, 이 불편한 동거는 87년 체제 이래 이어지고 있다. 권력의 혼재는 여러 부작용을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공산이 크다. 이 체제의 종언을 고해야 한다. 그리고 권력을 확실하게 나눠야 한다. 이는 초유의 계엄 사태를 딛고 수립된 이재명 정부가 짊어진 시대적 요구일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인선은 이를 역행한다. 후보자로 지명된 현역 의원은 총 열 명으로 국무위원의 절반에 달한다. 이전 정권과 비교하면 국무위원의 의원 겸직 비율은 세 배가량 늘었다. 탄핵 국면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참작의 여지는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인수위원회를 꾸리지 못했다. 관세 협상, 내수 침체 등 시급한 현안에 대응할 ‘원 팀’이 당장 필요했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현역 의원이 낙마한 사례도 없었다. 대통령의 측근이면서도 검증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는 현역 의원을 등용하는 게 여러모로 나을 거란 판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입법과 행정, 두 권력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으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두 권력의 이해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의원 겸 장관’들이 의원석과 장관석을 넘나들며 소관 부처 예산과 정책을 스스로 표결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제 손으로 마비시켰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크다. 그뿐만 아니라 두 직무를 동시에 수행할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다. 실제 행정각료를 겸직하는 의원들의 대표 법안 발의 건수가 감소했다는 통계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실용 내각'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무용(無用) 내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같은 대통령제를 비롯해 여러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도 의원과 장관의 겸직을 금지하는 이유다.
현역 의원의 장관 겸직은 87년 체제 이후 본격화했다. 케묵은 헌법을 뜯어고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지만, 삽시간에 개헌을 이뤄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시급한 현안에 대처한 이후에라도 내각 인선을 재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개헌을 통한 권력 분산에 나서야 한다. 이미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정치권도 호응할 때다. 권력의 폭주가 계엄 사태를 낳은 만큼, 권력의 분산이 내란 종식의 키 포인트일 것이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정치권력을 쥔 여당이 나서야 한다. 이를 역행한다면 내란 세력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 없는, '연성 내란' 세력으로 기억될지 모르는 일이다.
첫댓글 논지의 일관성 A
논지의 명확성 B
구조의 완성도 C
논증의 설득력 B
글이 개성적인가 B
- 초장부터 한국 정치 제도가 특수하다고 말하니까 호기심이 생겼어요 ! 지금도 좋지만 '특수하다'는 표현은 평이한 느낌이라 좀 더 과감한 표현을 사용하면 시선이 끌릴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당
- 리드에서 한 지붕 아래 두 권력이라는 본질을 지적한 점은 좋았으나 지금은 다소 추상적인 느낌이라 한 지붕 두 권력이 인선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문장이 추가되면 좋을 것 같아요 !
- 정말 사소하지만 셋째 문단 첫 문장이 앞문단 마지막에 붙으면 문단이 더 유기적으로 연결됐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
- 저는 이번 정부 인사에서 의원, 장관 겸직 문제를 깊게 생각해보지 못하고 다른 이슈에만 집중했던 것 같은데 이 지점을 민수님이 지적해주시니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 다만 내각 인선에 있어 복합적인 문제들이 있는데 의원 장관 겸직이라는 한 문제를 다루셨어요 ! 한 문제만 다루실 거라면 지금보다 좀 더 깊이 있게 내용을 보충하면 더 탄탄한 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