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는 더불어숲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인 '우리들의 해방일지'에 턱걸이로 신청을 했습니다. 3월 28일 첫모임이 있을 예정입니다. 갑진년 한해는 글쓰기가 화두이겠구나 생각 하던 중, 우연하게 같은 날 밤, 제자로부터 받은 카톡편지를 자랑(사춘기 소녀가 훌쩍 자라서, 어쩜 이렇게 글로 감동시키는 표현도 잘할까요... 이런 제자가 있어유... 그래서 몹시 행복해용...)하고 싶어서 공유합니다~
선생님 저 ㅇㅇ에요! 그 동안 잘 지내고 계셨나요?
제가 너무 연락이 늦었죠? 죄송합니다. 이제껏 연락과 안부 인사를 미루다가 갑자기 등장한 제자가 조금 밉지는 않으실지…
어떤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또 대부분은 조금 더 나아지고 조금 더 좋은 모습으로 선생님을 뵙고 싶다는 생각에 간단한 안부인사조차 미뤘네요. 선생님께 배웠던 모든 것들이 제가 조금씩 어른이 되도록 했을텐데 그 시간을 감사인사도 없이 보냈네요. 알면서도 모른척 바쁜티를 너무 냈나봐요. 선생님과 함께 공부했던 반짝거리는 눈을 가진 제가 더는 아니라는 생각을 언젠가부터 했어요. 그래서 선생님을 뵙기에는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니면 그 반짝거리는 눈으로 자랑스러운 일을 해냈다는 소식같은걸 전하고 싶기도 했나봐요. 사소하게는 살을 조금 더 빼면 크게는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내고 선생님께 찾아가야지 생각하다보니 시간은 흐르고 선생님과 멀어졌네요. 핑계가 너무 길죠?
선생님 저는 지금 인도에 가고 있어요! 학교랑 연계해서 코트라에 인턴쉽을 하러 왔습니다. 처음으로 외국에서 살아보는 것인데 어쩌다 인도라는 참 낯설고 두려운 나라에 가게 되면서 걱정이 참 많았어요. 그때 인도에서 어떻기 지낼지를 매일 고민하면서도 제가 어떻게 인도까지 가게 되었나도 생각해봤어요. 숙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인턴쉽을 포기할뻔도 했어요. 그렇게 걱정하던 중에 다행히도 인도에서 주재원으로 일하시는 분과 연락이 닿아 그 분 댁에 남는 방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아이들이 중학생 초등학생인데 아이들 공부를 봐주기로 하구요! 그 분이 일반인이였으면 이렇게 하지 않으셨을거라고 하시더라구요. 아직 학생인 저를 배려해주시는건가봐요. 그리고 제가 감사를 전해드리며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다 하니 커서 갚으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때 저는 나는 벌써 25살이지만 아직 완전한 어른은 아닌가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만큼이라도 크고 성장하데에도 그랬고 앞으로 나아가는데에도 소중한 인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만큼 크도록 도움을 주신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처음 드리는 인사는 아니지만 지금껏 연락 드리지 못한 긴 시간보다 깊은 마음을 담아 인사드려요. 항상 저는 선생님의 제자인게 자랑스럽고 선생님과 공부했던 모든 시간들이 감사합니다. 살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을 꼽으라 누가 묻는다면 저는 분명 선생님을 얘기할거고 저에게 이처럼 귀한 선생님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늘 티를 내곤 했었어요. 제게는 나를 알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용기를 준 선생님이 있다는 얘기를요. 저 스스로를 귀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신 선생님께 그래서 무엇이든 좋은 경험을 나눠주려고 해주신 선생님께 늦었지만 이렇게 편지로라도 감사인사를 드려요. 그리고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작년,재작년에는 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었어요. 학생들의 아하! 가 가장 듣기 좋은 말이라는 선생님께 완전히 공감할 수 있었어요. 나는 선생님처럼 학생들에게 현명한 답을 내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일을 했지만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은 되지 못 한 것 같아요. 강사 일을 하면서 가르치는 일이라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꼈고 선생님께서 저를 위해 얼마나 준비를 하셨는지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저를 얼마나 아껴주시고 위해주셨는지도요. 떠나야만 그곳의 소중함을 안다고 하는 말처럼 저는 처음으로 멀리 떠나면서 지금까지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준 마음이 얼마나 크고 감사한 것인지를 배우게된 것 같아요.
이 편지도 조금 더 일찍 전해드려서 가기 전에 선생님을 뵐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늦은 인사를 고민하다가 결국 떠난 뒤에야 인사를 드리네요. 저는 지금 경유지인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에요. 잘 다녀와서 또 인사 드릴게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