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탄생설화가 있다. 어머님께서 두 번 유산하시고 애기가 가지고 싶었지만 생기지 않았다고 하셨다. 하루는 꿈에 어머니 머리맡에서 아버지께서 성모님께 기도하시는 꿈을 꾸셨다고 한다. 그 뒤로 내가 태어났다.
‘레지오’라.... 왜 ‘레지오’였을까... 성가대하자고 계속 찾아오셔서 성가대를 할 줄 알았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레지오가 왔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 상지의 옥좌 레지오 주회시간이다. 단원은 나포함 5명 두 분은 드문 불출이었다. 나는 마음먹은 대로 착실히 나갔었고, 한 달간의 예비기간 동안 레지오 교본도 완독하는 등 제법 진용을 갖추고 있었다. 기억에 6월 중순정도였을까. 지금 생각하면 그게 ‘엠마오’ 였지 싶다. 마산 진동 가르멜 수도원에 1박 2일로 피정을 간다고 해서 한번쯤 수도원 가보고 싶었었는데 잘됐다 생각하고 따라나섰다.
다른 레지오 단원 분들과 한 열대여섯 명 정도 간 것 같은데 저녁에 술도 좀 드실 수 있도록 수도원에서 배려를 해주셨다고 했지만 나는 먹지 않고 일찍 잤다. 술이야 그동안 많이 먹었고, 아침 6시부터 시작한다는 기도에 참석하고 싶어서였다.
6시에 경당에 가보니 수도사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나오셔서 각자 자리에 앉으시고 성무일도를 시작하셨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시편 기도소리에 아, 기도는 이렇게 하는구나. 라는 깊은 울림을 느꼈다. 나는 한 번도 하느님께 저렇게 정성스럽게 기도를 한 적이 없었는데 저분들은 정말로 하느님이 현존을 느끼면서 바라보면서 기도드리는 것 같았다. 큰 배움이었다.
수도원을 다녀오고 나서 나도 성무일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순서가 너무 낮설어 수녀님께 여쭈어보면서 맞는지 틀인지 모르고 했다. (지금은 매일미사 뒤편에 페이지 까지 잘 나와서 쉽게 할 수 있다.) 다만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기도를 시작하는 게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어찌어찌 시작한지 3일째 되는 날 꿈에 내가 아침기도 시작하는데 베란다 창문에서 흰 양복을 입은 분이 오시더니 얕은 한숨으로 “아침마다 오기 힘들다.”고 마치 과외선생님이 내 옆에 앉으시듯이 앉으시는 게 아닌가.
그때 아침 6시 알람에 눈을 떴다.
눈 뜨자마자 거실로 나가 무릎 꿇고 아침기도 시작했다.
하느님께서 아침마다 나를 보러 오셨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