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버지 마흔 셋에 나는 이 기적 같은 세상에 태어났다.
내가 여고 2학년 때 아버지 환갑잔치를 하는 것을 보았고,
그때 나는 '육순이 넘어서 아직 미성년에 있는 자식이 있고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채 스물이 되지 않아서 경제적인 개념이 생겼다.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그렇게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엄마나 위로 셋 있는 오빠들이 공부를 해야 한다 하여 재수를 했었고, 그래도 실력이 모자라 21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큰 오빠의 권유로 미용을 배워 미용실에서 일을 하였다.
그러나 미용이라는 일은 내 적성과 너무도 맞지 않았고, 나는 날마다 우울했다.
그렇게 갑갑한 시간들, 그러나 별다른 대안도 없었고, 용기도 없었다.
없는 살림에 재수까지 시켰는데 대학도 못 갔고, 그러니 체면이 서지를 않아 하던 일을 안 하겠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 시절 김수현이란 작가가 쓴 어느 드라마에서 '큰 부자는 하늘이 만들고, 작은 부자는 근검절약이 만든다.' 란 대사를 들었다.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결심을 하였다.
내 인생에 대한 예감이 있어 그랬는지 모르지만,
' 부모에게 유산을 받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늘이 낸 부자가 될 것 같은 느낌은 없으니 나는 근검절약을 해서 작은 부자는 되어야 되겠다.
그래서 지금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하고픈 것을 제대로 할 수 없지만
근검절약하여 마흔 전에 작은 부자가 되어서 하기 싫은 미용을 접고, 책도 실컷 읽고,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하고
좋은 사람들과 많이 만나서 내면이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고 다짐을 하였다.
이것이 스물 살쯤에 나 자신과 했던 약속이다.
최소한 먹고 살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을 마흔 전에 만들어 두고 마흔 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또 그런 마음속 다짐을 하면서 동시에,
여고시절 국어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났다.
"공자께서 나이 마흔은 어떤 유혹에 흔들리지 않더라고 했고, 마흔은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아무리 지금 얼굴이 예뻐도 화를 내고 진실 되게 살지 못하면 먼 훗날 마흔이 되면 예쁜 얼굴이 흉하게 될 것이고, 지금 예쁜 얼굴이 아니어도 살면서 좋은 생각과 진실한 마음으로 산다면 나이 마흔이 되면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여고시절 국어 선생님의 그 말씀을 잊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늘 지치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가능한 한 평상심을 유지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때로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횟수 을 줄일 여고 노력했었다.
그래야 나이 마흔 넘어서 그윽한 향기를 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런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혼시절에도 사치나 허영과는 거리가 멀게 수입의 대부분을 80%이상은 저축했고 그리고 또 남은 작은 용돈에서 책을 사 보았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미용실을 차려 내 업소를 가지고서도 수입의 대부분을 저축을 해도 전혀 갈등은 없었다.
사람들은 간혹 참 한심하다는 듯이 "돈에 원수 진 일 있냐." 고 했고 혹은 "그렇게 알뜰하게 한다고 부자 되는 줄 아냐, 그렇게 궁상을 떨다가는 쪽박 찬다." 며 비웃기도 했지만 전혀 기죽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나에게는 남들이 부러워 할 멋진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하고 스스로를 자위하면서 그 시간들을 채워나갔다. 물론 참 길고 긴 시간이었지만
마흔 전에 경제적 기반을 닦아 마흔 이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성실하게 근검절약하며 스스로를 대견해 하며 보람되게 살았다.
간간이 갈등이나 회의로 침울해지는 날도 있었지만 빠르게 그런 감상에서 빠져 나왔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믿으며...
그리고 나이 서른아홉 되던 해 용감하게 우리 집 주 수입원 이었던 미용실을 접었다. 그리고 서른아홉, 마흔까지는 우리나라 곳곳 때로는 해외로 여행을 다녔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문화관광해설사'란 일을 만났고,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내 고장 남해를 알리고 자랑하면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내 고장 남해섬을 알리고 자랑하고 다니다 보니 내 앎의 한계가 느껴졌고, 또 내 마음속으로 다짐했던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을 하였고 지금은 공부 중이다.
살다보면,
타인과 했던 약속도 소중하고 꼭 지켜야 하겠지만
자기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켜는 것은 더더욱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들리게 한 것도 아니어서 나태하고 무기력하게 살다보면 자신과의 약속은 가벼이 넘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스물 살쯤에 한 나와의 마음속 약속을 지금도 성실이 지키고 있다.
근검절약하여 작은 부자가 되어서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경제적 어려움 없이 공부도 하고, 책도 사 보고 여행도 하고 또 좋은 사람들과 만나 여유롭게 대화도 하는 삶을 만끽하고 있다.
또,
국어선생님께서 '나이 마흔 되면 자기얼굴은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고 하셨는데...
살면서 늘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사고로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하면서 살다보니
젊은 날 썩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지천명이 넘은 나이에 더러 사람들에게 '나날이 얼굴이 좋아 진다.', '격이 있는 얼굴이다.' 그런 소리도 듣는다.
그리고 젊은 날 '마흔 이후에는 내 세상이다 하고 살리라.'고 다짐을 했었다.
그런 야무진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살았다.
그랬더니 정말 생각한 것처럼 나는 내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마음껏 자랑도 하고, 하고자 했던 공부도 하면서 세상을, 삶을 예찬하면서 오늘도 즐겁게 살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순조롭게 삶이 나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운명이란 것이 엉뚱한 곳에서 복병을 만들어 절망에 빠지게도 하겠지만
살아보니 좋은 일 뒤에는 나쁜 일도 있고, 슬픔 뒤에는 기쁨도 있다.
그러나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세상에 기적처럼 온 자신이 아무리 슬픈 운명을 안고
왔더라도 자신을 사랑하고 신뢰하면서 진실 되게 산다면 하늘이 알아주리라고 믿는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자신에 대한 신뢰와 무안한 사랑으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상상하면서
오늘에 최선을 다한다면 저처럼 오래전에 했던 자신과의 약속이 지켜지는 행운이 오리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스물 살쯤에 했던 나 자신과의 약속보다 더 나은 행보를 하고 있고,
또 이 생애에 남은 시간들은 지금보다 더 격이 있는 삶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무안한 사랑과 신뢰를 나 자신에게 주면서...
첫댓글 마흔 전과 마흔 이후의 내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처음 시작은 이렇게 시작을 할까 합니다.
마음 속의 주제는 살면서 내게 찾아 온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자연이나, 시 ,그리고 책과 사람들의 만남으로 나날이 새롭고 신비로웠던 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하하하하! 운선님! 장하십니다,
학창시절 자신과의 약속을 지천명이 되도록 지킨다는 것은 가히 달인의 반열에 올라서신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왕하시는 공부 진리공부를 하셔야 대인의 반열에 우뚝 설 수 있습니다.
진리공부란 <불생불멸의 진리> <인과보응의 진리> 이 두 가지입니다.
이 두 가지 진리를 깨치지 못하면 중생을 면치 못하는 것이지요!
처음 글을 진솔하게 시작한 것은 감동입니다.
부디 더욱 아름답고 진실한 삶의 이야기와 성웅 이순신 장군에 대한 깨달음과
느낌에 대한 공부를 올려주시면 고맙겠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함 내세요! 운선님! 하하하하하하!
네, 불생불멸의 진리,인과보응의 진리. 공부도 하겠습니다.
어릴적 계획을 이루셨네요.
지금은 여성들도 의식이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시집 잘가는 것이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알던 시절도 있었지요.
마음바탕에 자립심과 성실성이 자리하고 있기에 이룬 성공이겠지요. 아름다운 말씀 잘 보고갑니다 !!
감사합니다. 읽어 주신 것만으로도 무조건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인간 신뢰 문화입니다.
어떤 소설보다도 진솔하고 감동적인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순간이 긍정적이고 기쁨으로 충만케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인간승리 입니다.
'아름다운 인간승리' 같은 표현까지는 너무 과합니다. 그냥 성실하게 자신을 믿고 미래만을 상상하면서 한발 한발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리 살아 갈 겁니다.
쉬이 이루셨씁니다
저는 한 님보다 20여년 뒷날에야
이루었다고나 할까요
같이 하여 주심에 감사합니다
남해에 가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남해에 한번 오세요.
축하합니다. 이렇게 방이 있는 줄 몰랐네요.
나날이 좋은날 만들어가는 재심선생님,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