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망봉 능선의 준봉들과 함께하다
-경향신문OB산악회 제8차 한북정맥 종주-
<이동생수공장~신로령~국망봉~견치봉~민둥산~도성고개~연곡리>
-총 거리 14.2km 7시간30분 소요-
8월 29일 오전 8시 30분 池龍雨 李政世 鄭雲宗 李相鎬 金鍾秀 朴康之 庾東表 池益周 회우
등 경향OB 한북정맥 종주팀은 서울 도봉산역을 출발하여 대망의 한북정맥 4구간 종주를 위
해 1시간40분을 달려 이동 생수공장앞에 도착한다.
여전히 장암저수지 안에는 민간 사유지 자연휴양림을 조성하여 입장료를 받고 있다. 더군
다나 경로우대도 없이 등산객은 2천원의 입장료를 일괄적으로 내야한다. 엄격히 따지자면
등산객들에게는 국망봉을 오르기 위해 몇백m 자연휴양림 통과를 위해 일종의 통과세를 내
는 격이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 같은 수작이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한북정맥 이어
달리기 코스가 이곳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휴양림 안의 약수터에서 식수를 챙긴다. 10시40분 첫 계류를 건너게 되고 묵밭을 지
나면서 광산골 계곡은 좁아지고 등로마저 좁아지면서 가팔라진다. 이곳을 그간 수차례 찾았
지만 올때마다 긴장하게 된다. 후미쪽 처지는 회원을 위해 자주 쉬자 유동표 회원이 땀 좀 빼
자며 먼저 나아겠다며 앞으로 내닫는다. 유동표회원은 한북정맥 종주에 처음 참석했으나 과
거 재직 당시 산악마라톤에 참가하여 좋은 성적을 낸바 있는 준족의 소유자이다.
11시 43분 국망봉 주능선으로 오르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가파른 오른쪽 직코스로 올라야
하나 조금 돌더라도 신로령으로 오르기로 한다.12시 15분 신로령에 도착한다. 맞은편 전면에
길게 뻗은 신로봉 능선이 소금강을 연상하는 암릉 암벽을 이루며 장쾌하게 뻗어 있다.
신로령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앞에 빤히 보이는 국망봉을 향한다. 적어도 40분은 걸려야
국망봉에 도착한다. 1102봉을 통과하고 다시 국망봉 정상을 오르는 가파른 숨가쁜 길목을 오
른다.
한북정맥 10구간중 단단한 각오로 나서야할 코스가 3~4개 정도가 있다. 1구간 수피령에서
하오현까지가, 4구간 신로령에서 도성고개. 6구간 노채고개에서 운악산까지의 코스는 여간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는 장거리 코스이기도 하지만 난이도가 높은 험로인 난코스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4구간은 장거리이기 때문에 지구력과 인내심이 요구되는 지루한 코스이다.
후미에 이정세 회우와 김종수 회우가 처져있으나 신호를 보내도 반응이 없다. 이제 국망봉
정상에서 장암리로 내려가는 급하산 코스 갈림길과 만난다. 지용우 고문과 유동표 회우는 정
상 방면으로 넘어가고, 갈림길 삼거리에서 우리가 올라온 장암리 방면 건너로 명성산이 우뚝
솟아 있다. 신라 망국의 비운을 안고 마의태자가 명성산으로 숨어 들어 망국의 설움을 통곡했
다는 일화가 전해오면서 울음산 또는 명성산으로 불려오고 있다.
그간 경향OB팀은 국망봉을 거쳐 강씨봉으로 향하는 한맥정맥 4구간 종주를 차일피일 미
루다 거의 2년만에 종주에 나섰다. 14km 7시간 이상을 걸어야하는 부담감 때문에 그간 종주
를 같이해온 몇몇 회원이 불참했다. 오늘 참석한 회원 대부분은 국망봉을 오름에 감회가 깊고
감격스러우리라는 생각이 슬며시 든다.
국망봉에서 바라본 북쪽의 한북정맥 마루금이 파노라마로 연출되며 아스라이 다가온다.
복계산 복주산이 아득히 보이고 우리가 종주한 회목봉 상해봉 광덕산 백운산 도마치봉이 정
답게 줄지어 달려 온다.
오후 1시 45분 드디어 경기도에서 3번째로 높은 국망봉(1168m) 정상에 도착한다. 왼쪽 동
쪽으로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화악산(1468m)이 우람하게 솟아있고 그 옆 남쪽으로 경기도
제2봉 명지산(1267m)이 장엄하게 서있다. 또한 앞으로 나아갈 개이빨산(1120m) 민둥산
(1023m) 강씨봉(830.2m) 청계산(849m)과 귀목봉(1036m)이 멀리 보이며 우리의 앞길을 예
고해 주고 있다.
국망봉 정상에 들어서니 난데없는 수만마리로 추정되는 날파리떼가 우리를 괴롭힌다. 급
히 지익주 회우에게 부탁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지용우 고문이 부르는 정상밑으로 달려간다.
산림청에서 날파리떼의 정보를 아는지, 공중에서 살충제라도 뿌려준다면 박멸할 수 있을텐
데. 국망봉은 패망한 궁예 가솔들이 이곳에 올라 스러져간 국운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희망
을 간절히 기원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국망봉으로 불려져 오고 있다.
정상 바로 아래 응달진 곳에서 도시락을 푼다. 이어서 이정세 고문이 합류하면서 김종수
총무가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정상부근에서 하산했다고 한다. 튼튼한 체력의 김총무가 중
도 포기하다니.
오후 2시 20분 점심식사를 마치고 견치봉을 향해 출발한다. 35분 가량 달려오자 견치봉 공
터에 도착한다. 이정표에는 민둥산 1.7km, 용수목 3.1km, 국망봉 1.3km이라 적혀 있다. 견치
봉의 왼쪽 우회로를 따라 산행이 진행되며 정상은 통과하지 않는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개의 이빨처럼 보인다고해서 견치봉이라 불리게 됐다.
여기서 민둥산까지는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이다. 밑으로 처지는 산행로는 앞에 보이
는 민둥산을 다시 올라야 하는 부담감을 준다. 등산로 까지 나온 숲을 헤치고 나아가자니 팔
뚝을 몹시 스친다. 긴팔로 갈아 입자니 시간에 쫒긴다. 오후 3시 45분 마지막 가파른 길목을
올라서니 넓은 헬기장의 민둥산 정상이다. 역시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민둥산은 오른쪽 길
로 들어서야 한다. 정상에서 똑바로 난 길은 가평 논남기로 떨어진다. 얼마전 이정표가 없을
당시에는 똑바로 난 길로 들어서 가평 방면으로 진행하는 한북정맥팀들이 간간이 있어 상당
한 애를 먹었다는 얘기를 들은바 있다. 그러나 오늘 종주길을 따라 오면서 본 주요지점 마다
설치된 이정표는 참으로 잘 된 조치라고 생각한다.
민둥산은 일명 민드기봉이라고도 한다. 산자체가 밋밋한 형세이며 겨울에는 그 모양이 더
욱 돋보인다. 그간 산림청에서는 산불확산을 막기 위한 방화로 설치를 전국 산악지대에 설치
해왔다. 한북정맥 구간중 긴 방화로를 설치한 곳이 여러 곳있으나 도마치봉에서 신로령 구간,
민둥산에서 도성고개 구간이 가장 길다. 민둥산에서 도성고개까지는 억새와의 전쟁을 불사해
야 한다. 민둥산에서 한참을 내려오고 다시 오르면서 능선상에서 90도로 꺾이면서 내리막길
로 하산. 다시 오르고 또다시 하산하면서 한길이나 되는 억새밭이 우리를 기다린다.
산행로도 보이지 않는 억새길을 장님 더듬어 가듯 힘차게 나아간다. 모두가 지친듯 보인
다. 약 1km의 억새밭을 통과하자 멀리 발아래로 도성고개 지점이 보인다. 몇사람의 등산객
이 이 지점을 통과한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강씨봉을 거쳐 가는가 보다. 도성고개에서 강씨
봉은 2km 거리에 1시간 정도 걸린다. 다음 우리가 이어달려야할 코스다.
지용우 고문과 몇 일행은 벌써 도성고개 아래 포천방면 하산지점으로 내닫는다. 내려가
는 등로가 3지점인데 잘 찾을는지 걱정이다. 뒤에 처진 이정세 고문을 지익주 회원이 맞이하
여 뒤따라 온다. 급히 선두를 쫒아가 보니 아주 가파른 길로 접어든다. 길은 넓으나 직벽 코스
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정세 고문과 지익주 회우를 마지막으로 만나 하산한다. 백희원 봉고차 기사를 핸드폰으
로 불러 이동 생수공장앞에서 기다리는 김종수 총무를 데리고 오라고 부탁한다. 벌써 시계는
5시를 가리키고 있다, 예정시간보다 1시간을 넘기고 있다.
제비울 불탕계곡 농원에 도착하니 5시 40분이다. 우리는 더위를 씻기위해 계곡물로 첨벙
빠져든다. 우리가 오늘 걸어온 거리는 14.2km 시간은 7시간 30분이 소요됐다. 모두들 참으
로 대단한 산행을 했다.
산행경험이 적은 젊은 지익주 회우와 70대 60대 회우들 너무나 수고가 많으셨다. 우리 경
향OB산악회는 오늘의 한북정맥 종주를 계기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의정부 원도봉산 망월사역앞 뼈다귀천국 감자탕집에서의 뒤풀이 자축연은 오늘의 한북정
맥 종주 성공을 더욱 빛나게 하는 자리였다. <鎬>
* 이 종주기는 <산행후기란>에도 게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