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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남구 엘지메트로시티 옆에 자리잡은 '물고기 목장' 섶자리. 사철 활발한 어획활동이 이뤄지는 용호어촌계의 황금어장이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 메트로시티는 조선때 염전자리
- 해초 '잘피' 군락 섶자리 불려
- 사철 고기 넘쳐 비수기 없어
- 포구 옆 활어공판장 인파 '북적'
부산 남구 용호동에 빼곡히 서 있는 LG 메트로시티, GS 하이츠자이 같은 고층 아파트 숲 사이로 소형 어선이 정박해 있는 한적한 어촌이 있다. 주말이면 이기대 갈맷길과 오륙도를 찾는 시민과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용호어촌계는 도심과 관광지 사이에서 공존한다.
■'물고기 목장' 섶자리, 도심 어시장
용호어촌은 예로부터 섶자리로 불렸다. 섶자리는 이 지역 갯가에 잘피라는 해초가 섶처럼 군락을 이루었다는 '섶'이라는 뜻과 해초로 물고기가 많이 서식하므로 어민들이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자리'가 합쳐진 말이다. 잘피가 해안을 감싸 물고기 목장 역할을 하면서 사계절 고기가 넘쳐난다. 이 때문에 용호어촌계는 다른 어촌계와 달리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 없이 1년 내내 어획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경제적으로 안정된 편이다. 넙치(광어) 감성돔 붕장어(아나고) 먹장어(곰장어) 삼치 문어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어촌계원의 80% 이상이 새벽 4시~오전 9, 10시 어업활동을 마친 뒤 잡은 생선을 그대로 판매하거나 회로 팔아 소득을 늘리고 있다 .
박정석 용호어촌계장은 10일 "어촌계원 가운데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아들을 취업시키지 않고 어업활동을 물려받게 해 2대에 걸쳐 어업을 하는 가정이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 아들 역시 각박한 도시에서 종일 회사 안에서 시달리는 것보다 상쾌한 바다 공기를 마시면서 땀 흘리며 일하고 여기에 맞게 보수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섶자리 포구 바로 옆에 활어공판장이 있다. 용호어촌계 어민과 해녀가 매일 아침 직접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판매하는 곳이다. 해산물을 사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도 있다. 밤이 되면 고요한 어시장 풍경과 인근 화려한 고층 아파트 야경이 어우러져 이색적 매력을 선사한다.
■염전→동국제강→LG 메트로시티
현재 용호동 L G 메트로시티 아파트가 있는 곳이 조선 시대부터 내려오던 염전이 있던 자리다. 용호동 일대 분포(盆浦)라는 지명의 분(盆)은 소금을 굽던 가마를 뜻한다. 이곳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으로 장을 담그면 맛있기로 소문이 나면서 용호소금은 명성을 날렸다. 염전은 1963년 동국제강이 들어오면서 사라졌고, 1990년대 후반 다시 LG 메트로시티 아파트로 바뀌었다.
# 갈맷길·염전·해녀 생활 등 스토리텔링 활용땐 상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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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륙도 선착장 해녀. |
용호어촌계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할 뿐 아니라 접근성이 뛰어나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끌어안고 숨진 의로운 두 기생의 무덤이 있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기대(二妓臺) 갈맷길은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에게 힐링(치유) 공간이다. 광안대교가 펼쳐지는 풍광을 보며 2시30분 정도 걷고 나서 섶자리에서 회나 붕장어구이를 먹으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것 같다.
표지판이 산책로의 역사와 거리표시에 맞춰져 용호어촌계 어민과 사라진 염전에 관한 내용이 부족하다. 오륙도 선착장 앞에 '해녀 탈의실' 표지판은 있지만, 해녀들이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 물안경의 성에를 방지하기 위해 치약을 바르고 겨울 바람을 막기 위해 밥솥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양초를 피워 판자를 댄 특수의자를 고안한 데 대해서는 소개가 안 되고 있다. 잘만 하면 어민의 삶에 관한 산교육장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가족 단위 관광객을 겨냥해 직접 배를 타고 나가서 잡은 물고기를 회로 먹는 체험 같은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인근 용호만 유람선터미널에서 운항하는 요트와 연계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동취재=부산대 사회학과 임창훈 박정우 송창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