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보 발간은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1994년 12월 1일 김양수가 편집인이 되어 앞장 섰다.
회보 창간호에는 성덕제 회장의 인사말이 실렸는데 '강원시조의 지평을 열고자' 하는 제목으로 발간사가 기록되었다.
곽영기 초대 회장은 200만원을 발전기금으로 내 주신 것이 보도되었다.
1994년의 임원은 회장에 성덕제, 부회장에 조규영, 신대주, 남진원이었고 총무이사에 김양수가 선임되었다. 이때부터 회보를 통해 협회 소식을 전하고 회원 배가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때는 시조문학 발행인 이태극 박사도 고문으로 회원 주소록에 등재되어 있다.
회보에는 조규영의 신작 두 편 '창가에서'와 '도장' 이 실렸다. 한국문단에서 동시조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조규영 시인, 그의 시어와 이미지들은 추종을 불허하는 새로움의 양식이었다. 아동문학가 윤부현은 이런 조규영의 뛰어난 시적 기량을 매우 높이 평가한 안목있는 작가였다. 명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한다. 원수연은 '꿈속에서 어머님이'란 시조를 발표하였는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조규영과 원수연의 시조 등단작품도 등재되어있다. '시냇물'은 흔한 소재이지만 매우 참신한 시각으로 형상화하여 지금까지도 즐거움을 준다. 전편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시냇물
조규영
시냇물은 무명실 산을 싣고 나린다
도토리 나무 기지개에 짜장나무 잠깨어도
한올이 무명실이 돼 덤불 밑에 풀린다
메아리 씨를 발겨 티겁을 고이 뜯고
새소리 골바람의 손짓도 무명실 돼
저 아래 마을 집집이 논밭을 깁는다.
(1976년 시조문학 천료작품)
시냇물을 '무명실'로 본 시인의 감각이 얼마나 신선하고 뛰어난 지를 알 수 있다. 이런 신선한 조규영 만의 시안(詩眼)이 있었기에 대가로서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시공간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원수연의 천료작 '산정(山情)'은 서정시의 아름다움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읽을 수록 깊은 산속의 샘물같은 맑은 정이 샘솟는다. 독자의 마음속 창에 들어와 고운 정서의 커튼을 드리우고 있다. 노루와 청솔을 통해 결고운 서정성을 그려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이 시조를 읽으면 고상함과 고결성이 여인의 숨결처럼 다가온다.
첫 회보에는 22명 작가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중에는 벌써 많은 분들이 작고하였다. 시간의 흐름이 사람의 모양과 장소를 바꾸어 놓았다. 고인이 된 박명자 구영주와 민경대는 시를 쓰는 자유시인인데도 시조협회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이분들이 시조협회에 들어와 시조를 쓰기로 한 점이 귀해 보인다. 이 당시 시조협회의 명칭은 '강원시조문학회'였다.
첫댓글 곽영기 사백의 발전기금으로 강원시조문학상 제정과 학생시조백일장을 개최하고 시상식과 출판기념회를 처음 시작하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