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7 뉴 아트는 앞뒤 모습과 실내를 손질해 현대 그랜저의 아성에 도전한다. 닛산의 탄탄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편의장비를 더한 SM7의 캐릭터는 개성적인 준대형차를 찾는 오너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SM7 뉴 아트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준대형차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V6 3천500cc 엔진을 당당하게 표시한 SM7. 사이드 미러에 깜빡이를 새로 넣었다
디자인이 멋있어진 17인치 알루미늄 휠
뼈대는 SM5와 같지만 형제임을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익스테리어에서 각자의 개성을 찾아 나가고 있다
최고출력이 그랜저 3.3보다 조금 낮지만 3.8과 다름없는 동력성능을 느낄 수 있다
세부적인 터치를 달리해 변화를 주었다
대형차 못지않은 편의장비로 무장한 뒷좌석. 공간여유는 아무래도 윗급만 못하다
새로워진 도어트림과 보스 스피커
시트 형상은 훌륭한 편이지만 착좌감은 체형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다
2단 센터콘솔 안에 휴대용 USB 메모리 커넥터를 갖췄다
닛산과 공유하는 V6 3.5ℓ 217마력 엔진
우리나라는 소형차보다 중형차가 많이 팔리는 나라’라는 말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거의 매년 베스트셀러 1위는 중형차 차지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의 판매 10위를 살펴보면 중형차뿐 아니라 준대형차도 수위에 든다. 중형차 오너들이 다음 차를 고를 때 한 급 위의 국산차를 고려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요즘처럼 중형차가 흔할 때는 준대형차 시장의 전망이 밝아 보인다.
티아나, SM5와 차별화 이루어 준대형차 시장에 르노삼성 SM7이 자리하고 있다. 이 시장에는 클래스 리더인 현대 그랜저를 비롯해 기아 오피러스와 쌍용 체어맨(이제는 H로 불러야 하는) 중 아랫급 일부도 포함된다. 그중 SM7과 그랜저는 에쿠스, 오피러스, 체어맨처럼 큰 차체가 부담되는 손수 운전자들에게 매력적인 차다. 그렇다고 준대형차가 오너만을 위한 차는 아니다. 때로는 기사를 두고 탈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편의성과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
준대형차 시장의 절대강자는 현대 그랜저다. 그랜저는 지금의 TG뿐 아니라 XG도 판매 수위를 달려 왔다. 지난해 그랜저는 8만8천여 대가 판매되어 승용차 부문 3위를 했다. 5위 르노삼성 SM5(7만3천여 대)보다 1만여 대 많이 팔린 것이다. 준대형차와 대형차를 합친 6기통 고급차로 한정하면 SM7이 그랜저 TG, 오피러스에 이어 3위를 했다. 그 뒤를 에쿠스와 체어맨이 이었다.
르노삼성은 SM5 뒤를 잇는 중형차를 개발하면서 닛산 티아나의 플랫폼으로 중형차(4기통)와 준대형차(6기통)를 아우르는 전략을 세웠다. 이 때문에 티아나의 스타일을 대부분 살린 SM5와 달리 SM7은 상당 부분 다시 손질해야 했다. 초대 SM7은 트렁크 리드에 달린 뒤 번호판을 아래로 내리면서 광활한 패널이 그대로 노출되고 차체를 늘이느라 앞뒤 범퍼의 균형미가 깨졌다. 하지만 SM5는 뉴 임프레션으로, SM7은 뉴 아트로 진화하면서 외관상의 차별화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현대 그랜저, 게 섯거라! 데뷔 3년만에 나온 SM7 뉴 아트는 얼굴을 소폭 손질했다. 그릴 쪽으로 헤드램프를 늘인 SM5 뉴 임프레션과 달리 뉴 아트는 앞 범퍼 라인에 맞춰 헤드램프를 다듬고 그릴을 가로로 확장했다. 덕분에 가뜩이나 넓어 보이던 프론트 그릴이 더욱 넓적해졌다. 인상적인 변화는 뒷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허전할 만큼 넓었던 트렁크 패널에 2개의 후진등을 넣고, 이들을 잇는 가로 장식을 넣어 벙벙함이 많이 해소되었다. 범퍼에 붙은 긴 번호판과 더불어 제법 안정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지나친 기교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기자는 ‘허전함’을 달랬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점수를 주고 싶다.
뉴 아트의 기교는 트렁크 패널에 그치지 않는다. 테일램프에 ㄷ자 모양의 LED를 박고 범퍼 아래에 렉서스 LS460 스타일의 머플러 구멍으로 멋을 냈다. 덕택에 제법 스포티한 느낌까지 풍긴다. 그밖에 신형은 사이드 미러에 방향지시등을 달고 새로운 알루미늄 휠로 분위기를 일신했다.
실내에는 큰 변화가 없다. SM5와 다르지 않던 계기판의 배열을 확 뜯어고치고 조명을 흰색으로 바꿔 깔끔함을 더했다. 우드그레인을 3.5는 마블, 2.3은 웨이브 타입으로 바꾸고, 색상도 짙은 색으로 변경해 고급차의 느낌을 살렸다. ㄷ자 모양의 도어트림에는 우드그레인을 붙여 새로운 느낌을 불어넣었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채용해 프리미엄 세단의 이미지를 강조했는데, 음질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업그레이드된 편의장비를 살펴보면 철저히 한국 준대형차 시장을 겨냥했음을 알 수 있다. 자질구레한 편의장비는 닛산, 나아가 고급차인 인피니티에도 인색한 게 사실이다. 공기청정기를 넣으면서 삼성과 개발한 플라즈마 이오나이저를 적용하고, 휴대용 메모리 커넥터를 마련해 트렌드에 부응했다. 또한 틸트 기능만 있던 스티어링 휠에 수동식 텔레스코픽 기능을 더하고, 트립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해 순간연비 등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오토 업다운 세이프티 윈도를 추가하는 한편 후진시 자동으로 아래를 비추는 사이드 미러, 티슈 홀더가 달린 센터 암레스트, 조수석 핸드백 걸이 등 그랜저 등에서 보아 왔던 장비들을 새로 마련했다.
편의장비들이 약간의 부조화가 보이기도 한다. 시동을 끄면 운전석 시트가 뒤로 밀려나는 이지 엑세스 기능을 마련했지만 스티어링 휠의 틸트와 텔레스코픽은 수동식이어서 움직이지 않는 것 등이 그것이다. 시승차인 R35는 SM7 프리미에르에서 보여준 뒷좌석 고급 패키지를 얹고 있다. 조수석 시트 조절 스위치를 등받이 옆쪽에 달고,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에 시트 슬라이딩, 열선시트, 엔터테인먼트 조절장치 등을 갖춰 뒷좌석 편의성을 높였다. 전용 모니터까지 갖춰 흡사 대형차의 뒷좌석을 연상케 하지만 공간적인 여유는 아무래도 대형차만 못하다.
여전히 만족스러운 달리기 성능 동력성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존의 V6 2.3ℓ 170마력 엔진과 V6 3.5ℓ 217마력 엔진을 얹는데, 굳이 차이점을 찾으라면 강화된 환경규제(KULEV)에 맞추고 액셀러레이터의 응답성이 높아진 정도다. 시승차인 RE35의 V6 3.5ℓ가 내는 217마력의 출력은 그랜저 L330(3.3ℓ 233마력)나 체어맨 CM600S(직렬 6기통 3.2 220마력)보다 낮다. 같은 VQ계열 엔진을 쓰는 인피니티(280∼315마력)보다도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운전을 해보면 제원상의 수치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M7 3.5는 어떤 국산차와 비교하더라도 체감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SM7 3.5는 그랜저보다 100kg 이상 가볍다.
엔진음은 얕은 고회전형 음색이고 진동과 소음을 걸러내는 수준은 동급 최고다. 5단 AT를 얹어 시속 100km 주행시 회전계의 바늘은 2천rpm을 가리키고, 시승 당일 기록한 최고시속은 230km를 조금 밑돌았다. 시속 200km까지는 스트레스 없이 가속할 수 있다.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은 주행안정장치(VDC)의 성능을 경험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 ABS와 TCS, VDC가 어우러져 가속이나 감속 때, 미끄러운 빙판길에서 회전할 때 SM7 뉴 아트는 스핀을 제대로 제어한다. 르노삼성은 구형에 비해 VDC의 성능이 30% 향상되었다고 한다.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은 매우 부드러운 편. 대배기량 V6 3.5ℓ VQ 엔진의 출중한 실력을 생각하면 조금 의외다. 이 또한 철저히 한국 준대형차 시장을 노린 결과다. 크루징을 할 때, 요철을 지날 때는 매우 안락하지만 급차선 변경이나 와인딩에서는 아무래도 탄탄한 맛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라인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닛산의 탄탄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편의장비를 더한 SM7의 캐릭터는 개성적인 준대형차를 찾는 오너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SM7 뉴 아트는 확실히 그랜저에는 없는 ‘개성’을 갖추었고, 품질과 성능도 동등하거나 그 이상인 부분도 보인다.
여기서 SM7이 SM5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는가라고 묻는다면 “100%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은 없다 그러나 운전할 때의 느낌은 SM5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분명 한 급 위의 차를 모는 기분은 든다. 차별화를 위해 무진장 애쓴 르노삼성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아 보인다. 더군다나 SM7은 전용 케어 서비스와 전담 관리팀, 3년 6만km의 소모품 무상교환 서비스 등 수입차에 버금갈 정도로 고급 서비스를 펼친다.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VIP 서비스를 한번 받아 보면 느낌이 달라진다. 때로는 작은 차이가 모여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Editor's Comment SM7은 닛산 기술의 V6 3.5X엔진이 자랑거리다. 명성이 자자한 먹성만 빼면 모든 게 만족스럽다. 출력과 크기, 굴림방식 등에서 차이는 나지만 인피니티 G35 프리미엄(4천750만 원)보다 1천만 원 이상 싸고(LE35 3천610만 원), RE35는 4천만 원이 넘지만 수입차에서 누릴 수 없는 뒷좌석 편의장비가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오너 드라이버용으로만 따진다면 3천940만 원의 가격표를 단 신형 혼다 어코드가 유력한 경쟁자다.
<카비전, 2008년 02월호 - 저작권자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