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차 문학강의 맛보기.....
시조든 시든 동시든 산문이든 첫 문장(도입)을
긴장시켜라. 풍경이나 사물의 사진을 찍지 말고
마음에 비친 상(주제)으로 直旨해라.
사물 풍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라. 상징적이라
는 것은 지으려는 글의 주제와 연결되어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첫 문장(도입)을 하나마나 한
얘기(?)로 시작한다. 첫 문장부터 긴장 파동을
주어라. 그래야 그 줄이 떨고 공기를 흔들어
음악이 된다.
노래처럼 도입→전개→크라이막스(절정)→심
상으로. 심상으로 마칠 때도 ‘내 마음은 이래’
하지 말고 상징 은유로 감춰서 말하라.
예문
반가사유상엔 피타고라스정리가 숨어있다
최 길하
반가사유상 사유의 질량은 3개의 삼각트러스트가 괴고 있다.
부처의 오른팔이 만든 2개의 삼각형과 왼팔이 만든 1개의 삼각형.
이 집은 생각을 받치고 있는 등의 수직선과, 수평을 잡은 발 사이
삼각형의 함수로 천 년을 앉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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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텅 빈 한 틀의 악기. 그의 방에 들어가 반가사유상으로 앉아
밖을 내다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바람소리
빗소리를 받아적은 나무의 무늬처럼 내 몸의 허공에 반가사유상
의 무늬가 앉기 시작했다.
희미한 청동비린내의 안개가 몸을 휘감았다. 내 앞에 머물다
간 뭇 생명들의 비린내가 파동의 중첩을 일으켰다. 두꺼운 경
전만큼 겹겹의 비린내에 섞여 나도 어렴풋한 비린내의 실루
엣으로 앉아있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적멸의 고요가 싸였다.
허공엔 비린내의 비문(飛紋)이 비천상을 그렸다.
11월의 나무는/최길하
몸에 난 흉터자국 다 드러내고 어머니를 찾는다.
흥남철수 때 손을 놓친 오빠를 찾는다.
내 환갑 때 부조장/최길하
안골 마애불 벼랑 밑에 봉씨 석청 한 되
열녀문거리 풀여치 노래 10곡
사랑채 섬돌 밑에 귀뜨라미 금강경염불 아흐레
소나기 뒤 건너말 돌다리 건널 때 무지개 한 필
돌절구 빗물에 비친 달빛 열 촉
마당가에 백일홍 꽃공양 백 일
나는 다 갚을 수 없네.
(양장시조)
와인잔에 관한 명상/최길하
내 몸에 고인 것은 투명한 그리움
레드를 반쯤 채우면 속살부터 떨렸다.
목이 긴 기다림과 空腹의 그리움이
진동과 울림이 되어 수평선은 파동쳤다.
채송화/최길하
연년생 동생을 업고 나온 누나의
해질녘 성큼히 자란 돌담길 그림자.
까치밥/최길하
하늘이 텅 빈 것을 말재주 없는 아재가
한마디 서툰 글재주로 그려놓은 십일월.
무지개/최길하
활활 타던 다비를 소나기가 삼키더니
한 토막 장작을 태워 칠보교를 놓는다.
(평시조)
채송화/최길하
한눈에 그 아이 핏줄임을 알았다.
빨갛게 얼어터진 그때 그 종아리가
흥남 그 뱃머리에서 손을 놓친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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