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파트어귀 좌판에서 고등어를 파는 아줌마에게도 사랑이 있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
자료제공한사람. : 물어본사람
주 인 공 : 아파트앞에서 고등어를 파는 아줌마.
정리정돈해서 지은사람 : 이 남섭
지은 이유 : 누군가가 자꾸 고등어파는 아줌마는 어떤 사랑을 했었을까? 하고
물어봐서.................
읽을사람. : 30세이상 가슴이 따뜻한 아저씨, 아줌마.
아낙은 오늘도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고등어를 팔고 있었다.
매일밤 10시까지 그 아낙은 아파트입구,응달가 초등학교 담벼락밑에서
사과궤짝위에 고등어를 펼쳐놓고 팔고 있었습니다.
마음씨 푸근하게 생긴 중년아저씨는 오늘도 퇴근이 늦어, 10시가 다된시간의 퇴근길에서
매일처럼 그 아낙을 또 보았습니다.
오늘은 유난히도 바람이 날카로워 남루한 차림의 아낙이 어제보다도 더 안쓰럽게 보여졌습니다.
좌판 앞에선 중년 아저씨는 고등어를 쳐다보며 조심스레 아낙에게 물었어요.
"아직 두손이 남았군요...얼마입니까?"
아낙은 온화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한손은 3000원이고 마지막남은 한손은 6000원이예요"
"그럼 두손다 주십시오...9000원이군요"
남자는 어제도 고등어를 샀지만 오늘도 또 고등어를 샀습니다.
사실 어제사간 고등어도, 그저께 사간 고등어가 남아있어 그대로인데 오늘도 고등어를 또 산 것입니다.
오늘도 중년 아저씨의 부인은 왜또 고등어를 사왔느냐고 핀잔을 줄것이지만, 추운 바람에 늦은밤까지 담벼락 모퉁이에앉아 생선을 팔고있는 , 삶의무게가 그득한 아낙을보면 그 고등어를 팔아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중년아저씨는 애당초 고등어의 싱싱함이나 가격따위엔 상관없이 그 아낙의 고등어를 사가곤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중년아저씨는 지금도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왜 이 아낙은 고등어를 항상 싸게팔다가도 마지막 한손의 고등어는 비싸게 파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답니다.
가끔씩 그 아낙의 귀가길을 가볍게해주기위해 마지막남은 고등어를 아무 거부감없이 비싼가격으로 사주기도 하였지만, 마지막남은 고등어가 팔릴때면 아낙의 얼굴에 슬픈웃음과 아쉬움이 드리워지는 것을 언뜻언뜻 느낄수 있었습니다.
"왜 저 아낙은 마지막남은 고등어가 팔리지않길 바라는걸까?"
오늘 아낙은 고등어를 다 팔았습니다.
팔리지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남은 고등어 한손의가격을 지금까지팔았던 가격의 두배인 6000원이라고 했지만 마음씨좋은 중년아저씨가 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년아저씨에게는 고맙기도하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아쉬운마음을 떨칠수가 없었습니다.
아낙은 마지막한손의 고등어가 팔리지않길 바랬지만 그렇다고 네식구의 생계를 꾸려주는 고등어를 일부러 팔지 않을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그녀의 생업에대한 나태라고 생각되어지고 고귀한 생업에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되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정말로 어쩔수없이 안팔린 한손의 고등어가 매일저녁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밤 10시가넘은 늦은 귀가길.
먼지바람 날리는 좁은골목을 돌아돌아 귀가하며 아낙은 지난기억들을 더듬어보았습니다.
꽃다운 시절.
그녀는 한청년을 사랑했었습니다.
그 청년은 그녀가 다니는 성당의 청년회장 이며 성가대의 지휘자였고 그녀는 그 성가대의 대원 이었습니다.
청년은 생선장사를 하는 홀어머니의 외아들이었으며 모대학교 공학도 였답니다.
비록 여위긴 하였지만 훤칠한키에 사려가 깊었던 그청년을 그녀는 흠모하게 되었고 시간이 흐름에따라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로 변하게 되었답니다.
10년전.
성당으로 오르는 언덕길의 아카시아꽃이 눈처럼 피어나던봄날.
그 언덕위 예쁜 조그만 성당에서 그녀는 사랑하는 청년과 눈부신 결혼을 하였습니다.
비록 남들처럼 부유하지않은 시작이었지만 그들은 어느부부보다도 서로를 존경하고 사랑하며 아름다운 생활을 가꾸어 갔답니다.
첫아들에 이어 둘째달을 낳은지 얼마되지않은 5년전 어느날.
회사에서 돌아온 남편은 온몸에 힘이 없다며 자꾸 주저 앉았어요.
며칠동안 출근도 못하며 집에서 버티어보던 남편이 혼자 병원에 다녀오더니 어린 아들과 갓낳은 둘째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근육 풀어짐병 이래나.... 근육 이완증 이래나....... 뭐래나 하며...........
남편의 병은 회복될수 없는 병이었기 때문에 점점 더해갔고 다시 일어설수 없는 남편을 대신해 그녀가 가족의 생계를 맡아야했습니다.
남편의 치료비와 두아이의 양육비는 그녀를 힘겹게 했지만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을위해 원망하는 마음없이 항상 기쁜마음으로 일을했습니다.
그러던중 그래도 이 힘든 가정의 생활에 근근히 힘이되어주었던 남편의 홀어머니-그녀의 시어머니-마저 아들의 느닺없는병에대한 충격이었는지 힘없이무너져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이제 어디한곳 기댈곳없는그녀.
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홀로 일어서야만 했습니다.
살아생전 시어머니와 남편의 생계를 맡아주었던 시어머니의 노점상 좌판.
장례를 마치고 그 노점상의 생선좌판을 시어머니의 유산처럼 그녀가 물려받게 되었던 것이었답니다.
그날이후 그녀는 5년의 시간동안 비가오나 눈이오나 그 좌판을 뜨지않게 되었던 것입니다.
삐그덕.
아낙은 반지하 부엌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부엌을 통해있는 방2칸.
아들은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 딸은 여섯 살 입니다.
이제 아이들은 아낙이없어도 병석에 누워있는 아빠의 병수발을 들줄도알고, 알림장에 적어온 숙제도 스스로 하고, 얼마전 외삼촌이 사다준 위인전기도 읽으며 나이답지않게 의젓하답니다.
"여보, 나 들어왔어요. 빨리 저녁지어 드릴께요"
아낙 가족들의 저녁식사는 늘 늦습니다.
아낙은 무우국을 끓였습니다.
다른 반찬은 몰라도 무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었답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고등어조림을 좋아했기 때문에 좌판에서 남겨오는 고등어로 조림을할 때
무우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오늘은 고등어가 없었답니다.
마음씨좋은 중년아저씨가 고등어를 다 사주었기 때문이예요.
네식구는 나란히 밥상에 둘러앉았습니다.'
"여보, 오늘도 무우국이예요. 고등어가 다 팔려서 오늘도 고등어조림을 못했어요"
아낙이 미안해하며 말했어요.
"예전에 어머니가 해주던 고등어조림만큼 당신이 끓여주는 무우국도 정말 맛있소.
그나저나 내가 이렇게 누워만있어 당신고생만시켜 정말 미안하오"
남편은 아낙의 거친손을 꼭쥐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무슨말씀이세요.......저는 당신이 여기서 이렇게 저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언제나 가슴이 벅차요"
반지하 전세방.
네식구가 빙 둘러앉아 오손도손 하며 함께하는 저녁식사.
그 반지하 전세방에는 추운 초겨울 밤에도 사랑의 온기가 훈훈 했습니다.
그 아낙의 가족들은
저녁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가슴속에있는 서로의 사랑을 나누어
서로의 가슴속에 가득가득 채워주고 있었습니다.
밖의 초겨울 바람은 계속 전봇대를 윙윙거리며 흔들어 놓았지만
아낙의 가족들의 하나도 춥지 않았습니다.
만일 고등어를 다 사준 맘씨좋은 아저씨도 이모습을 보았다면
빙그레하고 웃었겠지요.
첫댓글 역시~~~~~~~~~내 예상이 적중합니다../아무래도 남섭시인님이 가장 많이 수놓을것 같더라구요../오늘도 멋진 하루 여시와요
이남섭 시인님...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