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무대에서 출전기회를 얻은 박주영(알샤밥)이 중동 원정을 앞둔 슈틸리케호에 처음 합류하게 됐다.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슈틸리케 감독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1월14일 요르단, 18일 이란 원정에 나설 22명의 태극전사를 발표했다. 발탁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일었던 박주영은 내년 아시안컵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평가전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얻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을 선발한 이유에 대해 “이번이 아시안컵을 앞두고 박주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해 활약을 펼쳤는데 내 눈으로 직접 기량을 확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2014 브라질월드컵 부진과 SNS 사건으로 인해 팬들의 비난 여론에 시달렸던 정성룡도 김승규, 김진현 등과 함께 골키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장거리 원정이라 부상을 당하면 골키퍼 대체 요원이 마땅치 않아 3명의 골키퍼를 뽑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자체 회의를 통해 이번 대표팀부터 대기명단을 함께 선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대표팀에 뽑힌 선수가 부상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빠질 경우 대체선수로 들어갈 해당 선수와 소속팀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이번부터 대기명단을 정해 발표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대표팀은 오는 10일 소집돼 곧바로 중동행 비행기에 오른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이 밝힌 명단 선정 배경과 취재진과의 일문일답.
-명단 선정 배경은.
“11월 원정 평가전은 친선전이지만 친선전이 아닌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이번 선발 명단 짜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번 합류했던 선수 중 부상으로 3명을 잃었다. 김기희는 11월24일 군사훈련을 앞두고 있어 아시안컵에 그를 데려갈 수 없다고 판단해 이번에도 소집하지 않았다.
중동 2연전은 지난 파라과이, 코스타리카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준비할 것이다. 한국 팬들에게 상대에 밀리지 않고 공격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물론 수비도 중요하지만 비기는 경기를 하는 모습은 보여드리지 않고 흥미로운 축구를 하겠다. 지난 코스타리카전 패배 이후 비난 여론이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이었다고 본다. 1-3으로 졌지만 팬들에게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줬고 코스타리카와 대등한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중동 원정 2연전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다. 향후 이 팀들을 아시안컵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이 두 팀이 우리와 실력 차이 크지 않다. 요르단은 우리와 FIFA랭킹상 차이가 크지 않고(한국 66위, 요르단 74위), 이란(51위)은 아시아 1위 팀이다. 원정이지만 좋은 기회로 삼아 공격적인 축구하도록 노력하겠다.“
-박주영을 선발한 배경은.
“통역 없이도 무슨 질문인지를 이해했다(웃음). 박주영은 저도 충분히 파악했는데 10년 전 K리그 최고 공격수라고 알고 있다. 2005, 2006년 최고 전성기를 보냈고 향후 하락기를 거쳤다. 지금 박주영 선발에 대해 국내에서 찬반 여론이 뜨거운 것을 알고 있다. 박주영을 선발한 가장 큰 이유는 이번이 아시안컵 최종 명단 발표 직전 소집이라 박주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판단했다. 박주영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기에 출전하며 골도 넣었지만 최근 활약이나 박주영 정보를 듣는 것만으로는 박주영을 아시안컵에 부를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직접 불러 확인하고자 했다.”
-박주영의 대표팀 복귀 의사를 직접 확인했나. 소집 전 교감은 있었나.
“직접 들은 것은 없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박주영이 대표 선수로 활약했다는 점과 지금 무적 신분에서 사우디리그로 진출하면서 본인이 경기장에서 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통해 (대표팀 출전 의지를) 증명했다. 본인이 대표팀 복귀 의지는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저에게는 지금 박주영 소집 여부가 중요하기보다 이동국, 김신욱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게 더 고민거리다. 이 두 선수는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쓸 자원인데 부상으로 잃어 지금 박주영을 비롯해 다른 선수 중 두 선수의 특징을 가진 선수가 없다. 현재 우리는 제로톱 전술과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활용한 두 가지 공격 옵션이 있는데 두 번째 경우를 쓸 수 없어 고민이다.“
-박주영을 어떤 선수로 평가하는지. 어떤 점을 확인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아주 간단하다. 박주영이 대표팀 들어와서 다른 동료와 어떻게 호흡 맞추느냐가 중요하다. 박주영 이외에 명단에 든 모든 선수에게 호주행 자격을 확실히 주지 않았다. 선수 스스로가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아시안컵을 준비할 때 필드에 나서는 11명만으로 이길 수 없다. 전체 팀 밸런스를 증명하고 구성원이 하나가 돼야 좋은 성적이 나온다. 박주영은 사우디에서 3경기 뛰었는데 이것이 대표팀 합류하기 위한 충분한 경기력과 자격이 될 수 있는지, 아니면 불충분한 지를 이번에 눈으로 확인하겠다.”
-구자철은 감독 부임 이후 첫 소집했는데 어떤 점을 기대하는가.
“구자철은 지난 주말 오랜만에 출전해 좋은 패스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마인츠에 방문해 구자철의 몸상태에 대해 마인츠 감독과 단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오래 부상당한 선수 치고는 구자철에 대한 구단 관계자들의 평가가 긍정적이었다. 구자철은 월드컵에 주장으로 참가했는데 최근 구단 관계자의 평가, 지난 주말 활약상, 월드컵 주장 역할을 고려해 포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동국, 김신욱의 몸상태 봤을 때 아시안컵 출전이 힘들 수도 있다.
“일단 두 선수 부상 정도를 봤을 때 아시안컵까지 회복될 거라 기대하지 않지만 계속 지켜볼 예정이다. 둘 중 한명이라도 제 기간에 재활해 회복됐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전해줬으면 한다. 최악의 경우 두 선수 모두 회복하지 못한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옵션을 찾을 것이다. 아까 말씀 드린 두 가지 공격 옵션 중 하나를 잃는다고 해서 아시안컵 참가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대안을 고민할 것이다.”
-정성룡을 포함해 골키퍼 세 명이 뽑혔고 대기명단에는 신화용이 있다. 또한 레프트백이 대기명단에 두 명(윤석영, 홍철)이나 있다.
"지난 파라과이, 코스타리카전은 골키퍼를 두 명만 소집했는데 이번에는 세 명을 소집했다. 이유는 장거리 원정 가는데 두 명 중 한 명이라도 부상 당하면 대체요원이 없기 때문이다. 정성룡은 월드컵 이후 정신적으로 충격 받은 것을 잘 알고 있다. 필드 위에서 본인 가치를 스스로 증명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포함시켰다. 레프트백은 김진수와 박주호가 최근 부상 등으로 경기 출전을 못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합류 여부가 불확실했기 때문에 이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레프트백 두 명을 대기명단에 넣었다."
-이근호에 대해 평가한다면.
"공격수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있다. 이근호는 지난 소집 때도 발탁 여부를 고심했다. 그러나 지난 소집 때 발탁하지 않은 이유는 명단 발표 2주 전 이적했기 때문에 새로운 리그에서 적응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이근호를 이후 계속 봐왔고 꾸준히 경기에 출전해 골과 도움을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했다. 박주영과 마찬가지로 이근호 역시 카타르리그에서 활약하는 것만큼 보여주는지 지켜보겠다."
<남자 축구대표팀 명단(총 22명)>
GK = 김승규(울산현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정성룡(수원삼성)
DF = 장현수(광저우 푸리)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김영권(광저우 헝다) 곽태휘(알 힐랄) 김진수(호펜하임)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차두리(FC서울) 박주호(마인츠)
MF =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손흥민(레버쿠젠) 한국영(카타르SC) 남태희(레퀴야) 구자철(마인츠) 김민우(사간 도스) 한교원(전북현대)
FW = 조영철(카타르SC) 이근호(엘자이시) 박주영(알샤밥)
<대기명단(총 5명)>
GK = 신화용(포항스틸러스)
DF = 윤석영(QPR) 홍철(수원삼성)
MF = 박종우(광저우 푸리) 이명주(알 아인)
글=오명철
사진=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