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 미당문학회 창립 총회에서
김동수(미당문학회장)
여러분! 감사합니다. 『미당문학회』 초대 회장이라는 과분한 직책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간다는 자부심과 설레임도 있습니다.
그간 여러 논란에도, 미당 시를 사랑하는 문학 활동들은 여러 곳에서 나름대로 이어져 왔습니다. 『현대문학』지에서 미당의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들의 『미당 시맥회』, 『중앙일보사』가 주관한 <미당문학상>, 동국대학교가 질마재 축제에서 개최한 <미당백일장> 그리고 『미당전집』발간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미당이 태어나고 자란 고장에서는 이를 기리고 선양하는 구심체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평소에 미당 시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전국의 문인들이 ‘미당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유족 측의 협조 아래, 오늘의 『미당문학회』 를 창립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기에, 지역과 이념, 계층을 막론하고, 그가 문인이든 문인이 아니든 누구나 미당 시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분이라면, 장르와 지역을 불문하고 해외교포들까지도 모두 회원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미당시를 통해, 모국어를 사랑하고, 심성을 도야하는 'poetry for the people' 운동을 널리 펼쳐 나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원 확보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지자체의 보조금에만 의존해서도 안 되기에, 앞으로도 『미당문학회』의 회원이나 임원이 되실 분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소정의 후원금을 출연하시면서, 주변 분들에게도 동참을 권유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미당 시의 위대성은 우리의 모국어를 단순한 의사 전달의 도구적 기능에서 벗어나, 그것에 혼과 넋을 불어넣는 주술적 언어로 영원을 노래하면서, 차원을 달리하고 있는 점입니다. 이로써 우리민족, 집단 무의식의 저 심연(深淵)에서 웅크리고 있던 한(恨)과 설움을 건져 올려 이를 아름답게 승화하여 주고 있기때문에, 미당을 ‘이 나라 시인 부족의 족장’(유종호), ‘시의 정부’(고은), ‘백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시인’이라 극찬을 했던 가 봅니다.
이런 미당의 시가 근자에 들어 우리의 문학사에 사라져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의 순일(順日)과 한 때의 정치적 과오를 문제 삼아 그의 문학을 비난의 대상으로 배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한민족 질곡의 역사요 자화상의 일면이기에, 그러한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수용하고 비판하면서 그의 좋은 작품들을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지켜가는 게 보다 성숙되고 발전적인 자세라고 봅니다.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도 동시에 버릴 수 없는, 아니 버려서는 안 될, 소중한 민족문화의 한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카뮈도 일찍이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나는 정의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 정의가 내 어머니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다면 나는 어머니의 편에 설 것” 이라는 말을 상기하면서, 저 또한 한민족의 언어를 그처럼 아름답게 끌어올려 이미 우리의 피가 되고 숨결이 된 미당의 시를 지키고 선양하는 일에 앞장설 것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마음가짐과 신념으로 미당의 시를 지키고 선양하는 일에 협력해 주신다면, 하늘도 무심치 않아 앞으로도 많은 독지가들이 나타나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미당 문학회』 에 힘을 보태 주리라 봅니다.
금년이 ‘미당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여러 단체들과 힘을 합쳐 <미당 탄생 100주년 기념식 >을 합동으로 갖고자 합니다. 『미당문학』 창간호 발간과 사단법인화를 위한 기금조성도 꾸준히 이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고창군과 전라북도, 한국문인협회에 건의 드립니다. 『미당시문학관』 증축과 생가터 보수, 미당이 다녔던 서당과 외가 복원, 그리고 질마재 신화 스토리텔링 등, 미당문학의 브랜드를 세계적 가치로 승화시켜 나가는 일에 힘을 보태달라는 부탁입니다. 궂은일은 저희들이 앞장서겠습니다.
그리하여 이곳 고창과 전북이 한국문학의 메카, 아니 세계인이 찾아오는 문학의 성지 순례 코스가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함께해 주신 창립회원과 내빈, 그리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념을 갖고 오늘의 창립을 위해 산파역을 맡아 주신 『미당문학회 창립준비위원회』 여러분들의 헌신적 노고에 감사드리면서 이만 회장 인사말을 갈음합니다. 감사합니다. (201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