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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앞의 50
▷ 50대 남성을 위한 전창수 작품 선집
(1970년대생 위주)
『그대 앞의 소멸』에서
그대 앞의 소멸
어느 누구가 되든, 그대 앞에 무언가 있다면 나는 그대에게 묻겠소. 이 사람이 맞나요? 이 물건이 맞나요? 당신은 무언가를 대답하겠지. 그렇다면, 당신은 이렇게 대답하겠지, 라고 나는 추측하겠소.
어느 날 내 앞에 그가 나타나 저 말을 하던 어느 순간, 나는 그에게 이 단어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그럴까? 그렇다면? 그래서? 그러면? 그런 건가? 그리고 그에게 이 단어들의 속뜻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그 말이 정말이오? 그렇다면, 나는, 나는.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정말 모르고 묻는 것인데, 당신은 왜 그렇게 우물쭈물 하고 있나요? 그가 계속 우물거렸다.
그는 별걸 다 기억한다면서, 계속 우물거렸고 나는 내가 뭘 기억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에게 별 투정을 다 부리고 있었다.
그대 앞에 무언가가 있다면, 나는 그대에게 묻겠소. 이 사람이 정말 맞나요? 이 물건이 정말 맞나요? 당신은 무언가를 추측하겠지. 그렇다면, 당신은 이렇게 추측하겠지, 라고 나는 대답하겠소.
아주 치열한 슬픔이
나를 둘러싸고 누른 건 슬픔이 아닐까
슬픔이 아니다
나를 들처메고 벼른 건 기쁨이 아닐까
기쁨이 아니다
나를 바라보고 깨운 건 절망이 아닐까
절망이 아니다
나를 일으키고 이룬 건 출구가 아닐까
출구가 아니다
나를 바람에다 재운 건 세월이 아닐까
세월이 아니다
나를 별빛까지 태운 건 버튼이 아닐까
버튼이 아니다
나를 깨우기만 하는 건 채움이 아닐까
채움이 아니다
나를 재우기만 하던 건 이별이 아닐까
이별이 아니다
초록빛의 0
빛이 빛을 쪼여 한낮의 모든 걸 매기고 있다 그 빛은 내게 모든 걸 다 주려 하진 않고 있어 나는 빛에게 말한다 내게 바람을 달라 내게 비를 달라 내게 구름을 달라 그 빛은 그럼 나는 당신에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주어야 하느냐고 무작정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바람을 쐬러 모두에게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푸르른 하늘이 나를 반기는 척 하더니, 이내 숲의 저편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어느 순간 내가 갈 수 있는 모든 곳에 머물렀고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더니 이야기는 저 바다 너머 어딘가로 떠나겠다고 했다
자꾸만 허둥대기만 하는 어떤 날에 슬픔이 슬픔이 아니게 된 어느 날에 사랑을 하기만 하고 싶던 그 날에 나는 삶이라는 아주 흔한 것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더 이상 아무도 내게 이야기를 붙이지 않게 될 그 날이 올 지도 모른다고 바다에게 투정했더니 바다는 그럼 나는 너의 무엇을 보아야 하느냐고 내게 묻고 있었다
아주 오랜 후 어느 날 나는 바다 위에서 햇살을 받으며 바람을 맞고 있었는데 그것은 꿈인 듯 지금인 듯 나중인 듯 했다 그리고 내게 닥쳐온 그 지금은 어느 덧 내가 지금까지 이야기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는 달라진 나중을 이야기하려 했는데 지금은 내게 꿈이냐고 꿈인 거냐고 나는 맞을 거라고 맞을 거라고
초록빛의 돌
돌이 돌이 되려 돌의 모든 걸 말하고 있다 그 돌은 내게 모든 걸 다 말하려 하진 않고 있어 나는 돌에게 말한다 내게 돌을 달라 내게 돌을 달라 내게 돌을 달라 그 돌은 그럼 나는 당신에게 내가 가진 모든 돌을 주어야 하느냐고 무작정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돌이 되려 돌에게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투명한 돌이 나를 반기는 척 하더니, 이내 돌의 저편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어느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돌에 머물렀고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모든 돌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더니 돌은 저 돌 너머 어딘가로 떠나겠다고 했다
자꾸만 허둥대기만 하는 어떤 날에 돌이 돌이 아니게 된 어느 날에 돌이 되고 싶어 하던 그 날에 나는 돌이라는 아주 흔한 것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더 이상 아무도 돌이 되려 하지 않게 될 그날이 올 지도 모른다고 돌에게 투정했더니 돌은 그럼 나는 너의 무엇을 보아야 하느냐고 내게 묻고 있었다
아주 오랜 후 어느 날 나는 돌 위에서 돌을 뽐내며 돌이 되고 있었는데 그것은 하늘인 듯 땅인 듯 바다인 듯 했다 그리고 내게 닥쳐온 그 돌은 어느 덧 내가 지금까지 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는 달라진 돌에 돌이 되려 했는데 돌은 내게 돌이냐고 돌인 거냐고 나는 뭐냐고, 라고 뭐냐고, 라고
초록빛의 물
물이 물을 부어 물의 모든 걸 매기고 있다 그 물은 내게 모든 걸 다 주려 하진 않고 있어 나는 물에게 말한다 내게 물을 달라 내게 물을 달라 내게 물을 달라 그 물은 그럼 나는 당신에게 내가 가진 모든 물을 주어야 하느냐고 무작정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물을 마시러 모두에게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맑은 물이 나를 반기는 척 하더니, 이내 물의 저편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어느 순간 내가 갈 수 있는 모든 물에 머물렀고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모든 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더니 물은 저 물 너머 어딘가로 떠나겠다고 했다
자꾸만 허둥대기만 하는 어떤 날에 물이 물이 아니게 된 어느 날에 물을 마시고 싶어 하던 그 날에 나는 물이라는 아주 흔한 것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더 이상 아무도 내게 물을 주지 않게 될 그날이 올 지도 모른다고 물에게 투정했더니 물은 그럼 나는 너의 무엇을 보아야 하느냐고 내게 묻고 있었다
아주 오랜 후 어느 날 나는 물 위에서 물을 받으며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것은 꿈인 듯 지금인 듯 나중인 듯 했다 그리고 내게 닥쳐온 그 지금은 어느 덧 내가 이제까지 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는 달라진 지금에 물을 마시려 했는데 지금은 내게 물이냐고 물인 거냐고 나는 그럴 거라고 그럴 거라고
초록빛의 말
말이 말을 하려 말의 모든 걸 말하고 있다 그 말은 내게 모든 걸 다 말하려 하진 않고 있어 나는 말에게 말한다 내게 말을 달라 내게 말을 달라 내게 말을 달라 그 말은 그럼 나는 당신에게 내가 가진 모든 말을 주어야 하느냐고 무작정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말을 하러 사람에게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말이 나를 반기는 척 하더니, 이내 말의 저편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어느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말에 머물렀고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모든 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더니 말은 저 말 너머 어딘가로 떠나겠다고 했다
자꾸만 허둥대기만 하는 어떤 날에 말이 말이 아니게 된 어느 날에 말을 하고 싶어 하던 그 날에 나는 말이라는 아주 흔한 것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더 이상 아무도 내게 말을 하지 않게 될 그날이 올 지도 모른다고 말에게 투정했더니 말은 그럼 나는 너의 무엇을 보아야 하느냐고 내게 묻고 있었다
아주 오랜 후 어느 날 나는 말 위에서 말을 뽐내며 말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하늘인 듯 땅인 듯 바다인 듯 했다 그리고 내게 닥쳐온 그 자연은 어느 덧 내가 지금까지 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는 달라진 말에 말을 하려 했는데 말은 내게 말이냐고 말인 거냐고 나는 맞겠지, 라고 맞겠지, 라고
초록빛의 글
글이 글을 쓰려 글의 모든 걸 새기고 있다 그 글은 내게 모든 걸 다 주려 하진 않고 있어 나는 글에게 말한다 내게 글을 달라 내게 글을 달라 내게 글을 달라 그 글은 그럼 나는 당신에게 내가 가진 모든 글을 주어야 하느냐고 무작정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글을 쓰러 사람에게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글이 나를 반기는 척 하더니, 이내 글의 저편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어느 순간 내가 갈 수 있는 모든 글에 머물렀고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모든 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더니 글은 저 글 너머 어딘가로 떠나겠다고 했다
자꾸만 허둥대기만 하는 어떤 날에 글이 글이 아니게 된 어느 날에 글을 쓰고 싶어 하던 그 날에 나는 글이라는 아주 흔한 것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더 이상 아무도 내게 글을 주지 않게 될 그날이 올 지도 모른다고 글에게 투정했더니 글은 그럼 나는 너의 무엇을 보아야 하느냐고 내게 묻고 있었다
아주 오랜 후 어느 날 나는 글 위에서 글을 받치며 글을 쓰고 있었는데 그것은 꿈인 듯 지금인 듯 나중인 듯 했다 그리고 내게 닥쳐온 그 나중은 어느 덧 내가 지금까지 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는 달라진 나중에 글을 쓰려 했는데 지금은 내게 글이냐고 글인 거냐고 나는 아마도, 라고 아마도, 라고
초록빛의 꽃
꽃이 꽃이 되려 꽃의 모든 걸 말하고 있다 그 꽃은 내게 모든 걸 다 말하려 하진 않고 있어 나는 꽃에게 말한다 내게 꽃을 달라 내게 꽃을 달라 내게 꽃을 달라 그 꽃은 그럼 나는 당신에게 내가 가진 모든 꽃을 주어야 하느냐고 무작정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꽃이 되려 꽃에게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투명한 꽃이 나를 반기는 척 하더니, 이내 꽃의 저편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어느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꽃에 머물렀고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모든 꽃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더니 꽃은 저 꽃 너머 어딘가로 떠나겠다고 했다
자꾸만 허둥대기만 하는 어떤 날에 꽃이 꽃이 아니게 된 어느 날에 꽃이 되고 싶어 하던 그 날에 나는 꽃이라는 아주 흔한 것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더 이상 아무도 꽃이 되려 하지 않게 될 그날이 올 지도 모른다고 꽃에게 투정했더니 꽃은 그럼 나는 너의 무엇을 보아야 하느냐고 내게 묻고 있었다
아주 오랜 후 어느 날 나는 꽃 위에서 꽃을 뽐내며 꽃이 되고 있었는데 그것은 꽃인 듯 꽃인 듯 꽃인 듯 했다 그리고 내게 닥쳐온 그 꽃은 어느 덧 내가 지금까지 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는 달라진 꽃에 꽃이 되려 했는데 꽃은 내게 꽃이냐고 꽃인 거냐고 나는 맞을 거라고 맞을 거라고
초록빛의 너
나는 네가 되려 너의 모든 걸 말하고 있다 그 너는 내게 모든 걸 다 말하려 하진 않고 있어 나는 너에게 말한다 내게 너를 달라 내게 너를 달라 내게 너를 달라 그 너는 그럼 나는 너에게 내가 가진 모든 나를 주어야 하느냐고 무작정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되려 나에게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투명한 네가 나를 반기는 척 하더니, 이내 너의 저편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어느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나에 머물렀고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모든 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더니 너는 저 나 너머 어딘가로 떠나겠다고 했다
자꾸만 허둥대기만 하는 어떤 날에 너가 너가 아니게 된 어느 날에 돌이 되고 싶어 하던 그 날에 나는 너라는 아주 흔한 것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더 이상 아무도 너가 되려 하지 않게 될 그날이 올 지도 모른다고 너에게 투정했더니 너는 그럼 나는 너의 무엇을 보아야 하느냐고 내게 묻고 있었다
아주 오랜 후 어느 날 나는 너 위에서 너를 받으며 너가 되고 있었는데 그것은 너인 듯 나인 듯 우리인 듯 했다 그리고 내게 다가온 그 너는 어느 덧 내가 지금까지 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는 달라진 너에 너가 되려 했는데 너는 내게 너이냐고 너인 거냐고 나는 그럴 거라고 그럴 거 라고
『머니머니』에서
2. 나 버는 법 (11) - 너도 벌자!
하늘을 날아가서 어딘가에 닿는다는 느낌이 이렇게 황홀한 것인지 몰랐다. 경량이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계속해서 웃어댔다.
“경량씨, 뭐가 그렇게 신나?”
“이름 아저씨는 안 신나요?”
“지금 내가 신나게 생겼어?”
“안 신나는데 왜 나물 찾으러 가자고 하셨어요?”
“아니, 나물 찾으러 가자며?”
“그러니까, 왜 안 신나는데 나물 찾으러 가자고 하셨냐고요?”
“아니, 찾으러 가자며!”
“아니, 신나지 않으면 거절하셨어야죠?”
“아니, 이것봐 경량씨!”
“왜요?”
“신나서 찾으러 가자고 할 땐 언제고!”
“그러니까, 제가 신난 거지, 이름아저씨가 신난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안 가겠다고 한 거 같은데?”
“아저씨!”
“이름자는 왜 빼?”
“아저씨, 안 간다고 한 적 없어요!”
“아니야, 분명 안 간다고 했다고!”
“아니에요, 그런 적 없다고요!”
“아니야, 분명 있어!”
“아니, 그런 적 없다니까요!”
“경량씨!”
“네?”
“지금 나하고 싸우자는 거야?”
“싸우자는 게 아니라!”
“아님, 뭐야?”
“정확히 말을 짚고 넘어가자는 거예요!”
“아니, 정확히라니?”
“분명히, 안 가겠다고 말씀하신 적 없다고요!”
“아니야, 분명히 안 가겠다고 했다고!”
“사장님께 확인해 볼까요?”
“아니, 여기서 사장이 왜 튀어나와?”
“저기, 튀어나오네요!”
“아니, 또 어디?”
“여기 있어요, 이름아저씨!”
“아니, 사장, 넌 또 어디 있다 나타난 거야?”
“아직 근무가 안 끝났는데, 제가 어떻게 퇴근을 해요?”
“아니, 이거 근무 아니라며?”
“아니, 이름아저씨 말구요! 제가 근무 중이라고요!”
“아니, 그런 경우가 어딨어?”
“연장근무 하시게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은 다 퇴근했는데, 사장이 퇴근 안 하는 경우가 어딨어?”
“저는 자주 그러는데요?”
“뭔가 잘못됐어! 이럴 리가 없다고!”
“아니에요, 잘못되지 않았어요!”
“뭐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거야?”
“사장님, 이름 아저씨가 여기 오겠다고 한 적 없대요? 사실이에요?”
“경량씨!”
“네에, 사장님?”
“이름아저씨가 그렇게 얘기했어?”
“네에!”
“이름아저씨!”
“사장, 나 나물 찾겠다고 한 적 없다니까!”
“알아요!”
“그럼 내 말이 맞는 거지?”
“아니요!”
“아, 그런 말 한 적 없다니까!”
“이름아저씨, 나물 벌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여기에 나물이 어딨어?”
“여기 오겠다고 하신 적 없으세요?”
“그래, 나물 찾으러 가겠다고 했지…”
“그러니까, 하신 적 있는 거잖아요!”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라…”
“사장님!”
“경량씨, 왜?”
“그러니까, 제 말이 맞는 거죠?”
“아, 맞아! 경량씨 말이 맞아!”
“아니, 이것 봐, 사장! 도대체 나한테 왜이래?”
“이름아저씨!”
“왜?”
“이름아저씨는 충분히 할 수 있으세요!”
나 원 참. 빗자루가 점점 더 땅에 가까워졌다. 허공에서 날라 다니고 있는 사장의 모습이 새롭게 보였다.
“이름아저씨?”
“응?”
“이름아저씨는 뭐든지 할 수 있으세요!”
“나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나물도 찾으실 수 있으세요!”
“나, 나물 찾으러 간다고 한 적 없다고!”
“그래서 제가 따라왔잖아요!”
“아니, 다른 볼 일 있다고 할 땐 언제고?”
“다른 볼 일 끝났어요!”
“끝났어?”
“네!”
“그럼”
“네!”
“이제부터 나물을 찾는 거야?”
“네, 맞아요!”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네!”
“다른 볼 일이 뭐야?”
“아저씨 뒤에서 쫓아가는 일이요!”
“아니 그게 뭔 경우야?”
“이름아저씨!”
“응?”
“제가 봐 드릴께요!”
“뭘?”
“앞으로 계속 봐 드릴께요!”
“사장아, 뭘 보겠다는 거야?”
“청소 잘하는지요!”
“경량씨가 보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사장님이 보셔야 맞는 거 같은데요?”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뭐가 그럴 리 없다는 거에요?”
“사장이 그런 거 보고 그러는 거 아니라구!”
“이름아저씨?”
“왜?”
“정신 차리세요!”
“내가 뭘 어쨌길래?”
“지금 근무시간 아니에요!”
“그래서?”
“지금 보겠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사장이 그걸 왜 보냐고!”
“사장이 그걸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청소 잘하는지 못하는지!”
“아니야, 사장은 그런 거 하는 거 아니라고!”
“그럼, 사장님은 뭐해야 돼요?”
“그러게, 저는 뭐해야 돼요?”
“그냥 나물이나 찾자고!”
“갑자기요?”
“그래, 갑자기, 빨리 찾자고!”
“네, 알았어요!”
2. 나 버는 법 (12) - 사장아, 나 좀 어떻게 안 되겠니!
“사장님!”
“응?”
“여기 나물이 있어요!”
“드디어 찾았구나, 경량씨!”
“이름아저씨, 이리 좀 와 보세요!”
“어디 있는데?”
“여기요!”
“이게 나물이야?”
거기에는 갈색으로 되어 있는 잎 같은 게 보였다.
“만져 보세요!”
“왜 이리 딱딱해!”
“딱딱하니까, 나물이죠!”
“나물이 딱딱해야 돼?”
“네, 저희 나물은 딱딱해야 돼요!”
“왜?”
“보관하기 좋아서요!”
“보관하기 좋아?”
“딱딱하지 않으면 금방 시들어져서 폐기처분하기 힘들어져요!”
“여기서도 폐기물이 있나?”
“있어요! 폐기물이 뭔지는 아시는 거죠?”
“그래, 알지! 근데, 여기서는 폐기물 처리를 어떻게 하지?”
“쓰레기차가 와서 담아가요!”
“쓰레기차가 있어?”
“한번 보실래요?”
“쓰레기차를?”
“혹시 모르잖아요. 거기서 일하고 싶어질지!”
“아니야, 됐어. 안 봐도 돼.”
“한번 보세요!”
“아니야, 됐다니까!”
“정말로 안 보실 거에요?”
“응, 안 봐!”
“그래요?”
“경량씨, 왜?”
“그럼, 이름아저씨, 쓰레기차가 뭔지는 아시는 거죠?”
“당연히 알지, 쓰레기 담아가는 차.”
“맞긴 맞는데, 아니에요!”
“아니,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담아가긴 하는데요!”
“그런데?”
“옷이나 신발을 담아가진 않아요!”
“지구에서도 그런 거 모아두는 데 따로 있거든!”
“이름아저씨!”
“왜?”
“옷이나 신발을 담아가진 않는데요!”
“근데?”
“아저씨 같은 사람을 보면!”
“왜왜? 나 같은 사람도 담아가나?”
“아니 그게 아니라요!”
“그게 아니라 뭐야?”
“아저씨 같은 사람을 보면, 말을 건다고요!”
“아니, 일은 안 하고 나 같은 사람하고 노닥거리고 있다고?”
“노닥거리는 게 뭐예요?”
“그거 지구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냥 얘기 나눈다고!”
“이름아저씨!”
“왜?”
“어려운 말 쓰지 마요!”
“어려운 말이었어?”
“네! 쓰지 마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하고 왜 대화를 하고 그러냐고!”
“그것도 쓰레기차의 일이니까요!”
“그게 일이라고?”
“네!”
“근데!”
“네!”
“나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아저씨 같은 사람이요?”
“그래, 어떤 사람이야?”
“영혼을 불어넣는 사람이요!”
“무슨 헛소리야?”
“헛소리가 아니라요!”
“그래, 무슨 헛소린데?”
“아저씨는 우리에게 영혼을 불어넣어주시고 있어요!”
“대체 영혼을 불어넣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 거야?”
“아주 좋은 사람이요!”
“내가?”
“네, 이름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언제부터?”
“아저씨! 나물 안 캐요?”
“말 돌리지 말고!”
“사장님, 나물은 캐는 거예요? 찾는 거 아니에요?”
“지금부터 나물을 캐자고!”
“아, 그래요?”
“이름아저씨!”
“왜, 사장!”
“우리 나물 캐요!”
“내가 언제부터 좋은 사람이냐고 묻잖아!”
“앞으로 좋은 사람이 될 거에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좋은 사람이라며!”
“그러니까요!”
“아니, 그게!”
“이름아저씨, 좋은 사람 맞아요. 앞으로 좋은 사람 될 거니까요!”
“아, 놔, 정말!”
“아저씨, 같이 나물 캐요!”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이 갑자기 나를 놀래켰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니. 구름이 웃겠네.
“이름아저씨!”
“왜?”
“얼른 와요!”
“나도 캐야 돼?”
“같이 캐야죠!”
“도대체 나물은 어디 있는 거야?”
“사장님! 어떡하죠?”
“찾으면 나올 거야, 찾아 보자!”
“이름아저씨, 얼른요!”
“알았어, 알았다구!”
2. 나 버는 법 (13) - 나물이 있다
“사장님!”
“왜, 경량씨?”
“나물 또 찾았어요!”
“그래? 그럼 캐서 이름아저씨 드리면 되겠네!”
“잠깐 잠깐!”
“왜 그러세요?”
“도대체 나물을 몇 개를 찾은 거야?”
“이름아저씨 다 드릴게요!”
“아니 아니, 그렇게 많이 필요 없다니까!”
“아니에요, 필요하실 거에요!”
“아니야, 아니야, 필요 없다고!”
“아니에요, 필요하실 거에요!”
“사장아, 경량씨! 도대체 왜들 이래?”
“네?”
“도대체 나한테 왜들 이렇게 못되게 구는 거야?”
“저희가 못 되게 굴었어요?”
“그래, 필요 없다니까! 정말 필요 없다니까! 하나면 된다고! 배부르면 된다고!”
“이름아저씨!”
“응?”
“저희도 알아요!”
“아니, 아는 사람들이 왜들 그러는 거야?”
“왜들 그러다니요?”
“왜 필요 없다는데, 자꾸 주려고 하는 거야?”
“아, 그거요!”
“제가 말씀드릴게요!”
“그래, 경량씨, 말해 봐.”
“아저씨가 필요 없다고 하면요!”
“그래, 필요 없다고 하면?”
“아저씨한테 꼭 필요한 거에요!”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뚱딴지가 뭐에요?”
“왜 헛소리냐고!”
“아, 그 소리요?”
“그래!”
“아저씨한테 꼭 필요한 소리네요!”
“아니,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야?”
“아, 아저씨, 화나셨어요?”
“그래, 화났다!”
“아저씨, 드디어 화를 내시네요?”
“정말로 화났다니까!”
“이름아저씨!”
“왜?”
“이름아저씨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에요!”
“화났다니까! 나 좋은 사람 안 한다고!”
“정말로 나물이 한 개만 필요하세요?”
“그래, 한 개만 필요하다고!”
“그럼, 경량씨!”
“네, 사장님?”
“한개만 드리고 나머지는 경량씨가 가져갈래?”
“저야 좋죠!”
“잠깐 잠깐!”
“왜요, 이름아저씨?”
“나한테 한 개만 주고 경량씨를 다 준다고? 이 많은 걸?”
“네, 왜요?”
“정말로 경량씨가 다 가져갈 거야?”
“네, 정말로 가져갈 건데요?”
“이름아저씨!”
“왜?”
“혹시 마음 바뀌면 말씀해 주세요. 경량씨가 좀 드릴 거에요!”
“아니아니, 그러니까, 이게 원래 내꺼 아니야?”
“경량씨 꺼에요. 하나만 빼고!”
“아니, 왜 갑자기 경량씨꺼가 됐어?”
“이름아저씨, 사장님께서 저 가지라고 하셔서 제꺼가 된 거잖아요?”
“원래 내꺼잖아?”
“필요 없다고 하셨잖아요!”
“아니, 그러니까…”
“이름아저씨!”
“왜, 사장?”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건 나도 알고 있고!”
“그러니까, 경량씨가 가져가면 되는 거죠?”
“이미 줘놓고 왜 물어봐?”
“아저씨,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경량씨까지 왜 이래?”
“아저씨, 그럼, 저, 다 가져도 돼요?”
“내꺼까지?”
“아니요, 아저씨꺼 하나는 빼고요!”
“아니야, 다 가지면 안 돼!”
“왜요?”
“필요해졌어.”
“갑자기요?”
“그래, 갑자기, 필요해졌어!”
“어디에 쓰시게요?”
“나도 그냥 놓아두려고!”
“안 드실 거에요?”
“딱딱하다며?”
“저희는 이름아저씨가 먹으시는 줄 알고 다 드리겠다고 한 건데요?”
“잠깐잠깐! 이건 또 무슨 얘기야?”
“이름아저씨!”
“경량씨까지 대체 왜 그래?”
“사장님, 그런 거 아니에요?”
“아, 경량씨, 그런 거 아니야!”
“아니에요?”
“응, 그런 거 아니야!”
“아, 그럼 왜 다 드리겠다고 한 거에요?”
“경량씨!”
“네, 사장님!”
“이름아저씨가 좋은 사람이라서 다 드리려고 한 거야!”
“아, 그래서에요?”
“응, 그래서야!”
“이보게 사장!”
“네, 이름아저씨!”
“그게 이유라면, 내 받지!”
2. 나 버는 법 (14) - 방법도 있다
“아, 받으시게요?”
“경량씨, 이름아저씨가 다 받겠다는데?”
“아, 그럼 다 드리면 돼요?”
“그래! 다 받지!”
“먹으려고 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그런 거 아니야. 내 받지!”
“받아서 뭐하시려고요?”
“그냥 놓아둔다니까!”
“이름아저씨!”
“왜?”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 알지!”
“아저씨, 그럼 이거 어떻게 들고 가실 거에요?”
“안 도와줄 거야?”
“제가요?”
“경량씨가 도와주면 되잖아!”
“아저씨, 제가 왜 도와드려야 돼요?”
“아니, 왜 안 도와줘?”
“아저씨, 저한테 하나도 안 주실 거잖아요?”
“그래서?”
“그럼, 저도 안 도와드릴 건데요!”
“아니, 그럼 하나 주면 도와줄 거야?”
“아니요!”
“그럼?”
“하나 빼고 다 주셔야 도와드리죠!”
“아니, 그럼 그게 도와주는 거야?”
“그게 도와주는 게 아니고 뭐에요?”
“그게 어떻게 도와주는 거야?”
“그럼 뭐가 도와주는 거에요?”
“내가 이걸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해 줘야지!”
“왜요”
“왜라니?”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왜 도와줘요?”
“아니, 나 도와주는 거, 그런 거 아니야?”
“이걸 제가 날라드려야 돼요? 왜 그래야 돼요?”
“나 혼자 가져가기 힘드니까!”
“전 혼자 다 가져갈 수 있는데요?”
“아니, 어떻게?”
“알려드려요?”
“사장아, 방법이 있어?”
“네, 방법이 있어요!”
“그래?”
“네! 있어요!”
“어떤 방법이 있는데?”
“양말을 벗어보세요!”
“양말?”
“네!”
“양말을 또 벗어야 돼?”
“네, 양말 벗어보세요!”
“그래, 양말 벗고!”
“나물, 저 안 주실 거에요?”
“기다려 봐, 경량씨”
“네, 사장님!”
“양말을 이렇게 펼치시고…”
나는 양말을 벗어서 사장이 시킨 대로 양손으로 양말의 양쪽을 쫘악 당겼다. 양말은 대책 없이 늘어났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겠으나, 양말은 마치 보자기처럼 아주 커졌다.
“양말이 왜 이렇게 커졌어?”
“양말을 이용하면 참 많은 걸 할 수 있어요, 이름아저씨!”
“그래, 그럼 여기다 싸 가면 되겠네!”
“이름아저씨!”
“왜?”
“정말로 다 가져가시게요?”
“그럼, 다 가져가야지!”
“이름아저씨, 정말로 다 필요하세요? 아까 필요 없다고 하셨잖아요!”
“필요할 거라며!”
“제가 필요할 거라고 한 건…”
“응 또 뭐야?”
“누군가 줄 사람이 있을 거 같아서에요.”
“내가 쓰는 게 아니고?”
“네.”
“그럼, 이거 경량씨 주면 되는 거야?”
“하나만 빼고요!”
“이름아저씨, 정말 저 주실 거에요?”
“잠깐 잠깐”
“왜요?”
“아직 주겠다는 말은 안 했어. 생각 좀 해보고!”
“이름아저씨는 정말 좋은 분이에요!”
“아니, 그러니까 생각 좀 해보자고!”
“뭘 생각해요?”
“내가 좋은 사람인 거랑, 내가 경량씨한테 이 나물을 주는 거랑 어떤 관계가 있는 거지?”
“그러니까요! 이름아저씨께서 저를 주시면요!”
“그래, 뭐지?”
“제가 정말 기뻐하니까요!”
“그게 내가 좋은 사람인 거랑 어떤 관계가 있는 거야?”
“이름아저씨!”
“사장아, 왜?”
“아저씨는요!”
“왜?”
“정말로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좋은 사람이니까요!”
“그러니까 왜 좋은 사람이냐고?”
“아저씨가 경량씨한테 나물을 주실 테니까요!”
“아, 진짜!”
“아저씨, 또 화나셨어요?”
“아니야, 화난 거 아니야…”
“그럼 이번엔 뭐에요?”
“이번에?”
“아까는 화난 거고, 이번에는 화난 게 아니고 뭐에요?”
“화난 거 아니고… 그러니까…”
“아저씨, 아저씨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 알았다! 경량씨, 가져가라!”
“정말이죠, 이름아저씨?”
“그래, 정말이다. 네가 그렇게 갖고 싶다는데 줘야지!”
“아저씨, 하나는 가져가실 거죠!”
“그래, 나도 배부르고 싶다!”
“그럼, 여기!”
“나보고 들고 가라고?”
“네!”
“여기 같이 싸서, 하나 우리 집에 갖다 주면 안 돼?”
“안돼요!”
“왜?”
“집이 다르잖아요!”
“우리 집에 들렀다 가면 되잖아?”
“이름아저씨?”
“왜?”
“정말 그래도 돼요?”
“응?”
“이름아저씨 집에 들렀다 가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아, 참.”
“그럼, 아저씨 집에서 아저씨 먹는 것도 보고 화장실 가는 것도 보고 그래도 돼요?”
“안 돼!”
“그럼 어떻게 집에까지 가져가요?”
“싸가지고 가면 되잖아!”
“그러니까, 집에 가도 되냐구요?”
“안 된다고, 안 된다고, 안 된다고…”
“왜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지?”
“넌 또 언제 왔어?”
“우리 출근했어요!”
“뭐야?”
“출근시간인데 퇴근 안 하셨어요?”
“아, 일해야지!”
2. 나 버는 법 (15) - 나, 드디어 벌었다!
“아니, 출근 시간이라고?”
“이름아저씨, 날이 어두워졌잖아요!”
“아니, 그러니까 날이 어두운데 왜 출근을 해?”
“이름아저씨, 우리 어두워지면 출근해요!”
“사장아, 그럼 나도 밤 근무야?”
“이름아저씨는 새벽에 나오시잖아요!”
“그럼, 나 아직 출근시간 안 된 거지?”
“지금 새벽이에요!”
“아니, 새벽인데 왜 이렇게 어두워?”
“이름아저씨 왜 그러세요? 계속 어두울 때 출근하셔 놓고!”
“그럼, 나 퇴근 못해?”
“아니에요, 이름아저씨, 연장근무 하셨으니까, 퇴근하시고 내일 나오시면 돼요!”
“아, 그럼, 나, 가도 돼?”
“네! 쉬셔야 내일 또 구름 두 개를 청소하죠!”
“아, 참. 두 개, 그렇지!”
“근데 말이야!”
“네, 말씀하세요!”
“만약, 내가 퇴근을 안 하고 일하게 되면…”
“그러시면 안돼요!”
“왜 안 돼?”
“저희의 규칙에 어긋나요!”
“어떤 규칙?”
“연장근무한 사람은 하루 푹 쉬게 한다, 라는 저희만의 규칙이 있어요.”
“그런 규칙도 있어? 근데…”
“네에?”
“하루만 쉬어야 되는 거야? 24시간 근무했는데, 이틀 쉬면 안 돼?”
“24시간이 뭐예요, 사장님?”
“날이 밝고 그 다음날 날이 밝을 때까지야.”
“아, 그게 24시간이에요? 그럼, 이름아저씨는 24시간 연장근무하고 연장근무를 더하기 하겠다는 거네요?”
“그런 거지!”
“이름아저씨, 그럼 저랑…”
“왜?”
“저희 집에 가요!”
“응? 경량씨 집에?”
“저, 퇴근해야 되거든요!”
“근데? 경량씨 집에 가서 뭐하자고?”
“양말 안 돌려받으실 거에요?”
“양말?”
“네, 저, 양말에 나물 다 쌌는데!”
“잠깐!”
“왜요, 이름아저씨?”
“우리 집에 먼저 가면 안 돼?”
“안 돼요!”
“아니, 왜 안 돼?”
“짐이 너무 많아요!”
“아니, 경량씨, 힘 쎄잖아!”
“힘쎈 거랑, 짐이 귀찮은 거랑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거예요?”
“아니, 힘이 쎄면, 무거운 짐도 쉽게 들지 않나?”
“그럴 리가요!”
“아니, 그럴 리가라니?”
“힘이 쎄도, 힘들기는 힘들어요! 무거운 짐을 너무 오래 들고 있으면요!”
“아, 맞아. 이름아저씨, 자꾸 왜 그래요? 왜, 경량씨 힘들게 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이름아저씨!”
“왜, 경량씨?”
“이름아저씨는 좋은 분이예요!”
“아, 알고 있다고!”
“그러니까, 저희 집에 같이 가 주실 거죠!”
“양말 안 받으면 안 돼?”
“저희 규칙이에요!”
“그래, 사장, 무슨 규칙?”
“빌린 물건은 반드시 그날 다시 돌려줘야 한다, 라는 규칙이 있어요!”
“그런 규칙이 있다고?”
“네, 그런 규칙이 있어요!”
“그거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규칙이야?”
“안 그럼!”
“안 그럼?”
“경량씨의 반찬이 반으로 줄어요!”
“아, 그건 안 돼지!”
“맞아, 그건 안 돼!”
“이름아저씨 웬일이세요?”
“뭐가?”
“경량씨를 다 생각해주고?”
“아니, 이것 봐!”
“네, 이름아저씨?”
“나도 좋은 사람이라고!”
“아, 드디어 좋은 사람 되신 거예요?”
“그래, 그렇다고!”
“그럼, 좋은 일 하셔야겠네요?”
“좋은 일?”
“그래요, 이름아저씨, 저랑 같이 우리 집으로 가요!”
“사장은 안 가?”
“저도 가야죠!”
“그럼, 우리도 가는 거야?”
“그러시죠!”
“아니, 왜 갑자기 우르르 몰려간다고 그래?”
“이름아저씨, 이름아저씨가 궁금해서요!”
“뭐가 궁금한데?”
“이름아저씨가 경량씨 집에 가면!”
“가면?”
“뭘 먹고 뭘 싸고 그러는지!”
“야!”
“어, 이름아저씨,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지?”
“이름아저씨, 화나셨어요?”
“아니야, 아니라구! 화난 거 아니라구!”
“그럼요?”
“그럼, 오늘은 근무 없는 거야?”
“오늘 우리 다 월차 내자!”
“그래, 사장님!”
“모두 월차 내려고?”
“네!”
“경량씨 집에 가려고?”
“네!”
“그래, 그러자!”
“사장님은요?”
“나도 월차 내야지!”
“그럼, 가죠!”
“그래요, 가요!”
“이름아저씨, 가요!”
“꼭 가야 돼?”
“우리 이름아저씨 때문에 월차 냈는데, 안 가시려고요?”
“그래요!”
“알았다고, 가면 되잖아, 가면 되지”
“이름아저씨, 우리 정말 신나요!”
“왜 이 상황에서 신이 나고 그래?”
“아저씨가 같이 간다니까 정말 신나요!”
“제발!”
“왜 그러세요?”
“신나고 그러지 마!”
“아니에요, 저희 정말 신나요!”
“아니야, 그러지 마, 그러지 마!”
“아니에요, 저희 정말 신나요!”
“그래요, 아저씨 덕분에 정말 신나요!”
“그래요, 맞아요, 덕분에 월차도 냈고요!”
“오늘 일 안 해도 되고요!”
“나, 자야 된다고!”
“이름아저씨!”
“왜?”
“잠은요!”
“응?”
“휴가 내서 주무세요!”
“휴가도 있어?”
“네, 있어요!”
“그럼, 휴가 내면 돼?”
“네!”
“휴가는 며칠이나 있어?”
“하루 있어요!”
“뭐야, 1년에 하루?”
“월차가 달마다 있고요.”
“1년에 하루 있다고?”
“저희는 1년이란 거 모르고요!”
“그래서?”
“휴가는 평생에 한번 내는 거에요!”
“뭐, 그런 경우가 다 있어!”
“저희는 그래요!”
“그럼?”
“네, 말씀하세요!”
“나, 이번에 휴가 내면?”
“네?”
“다시는 휴가 못 내는 거야?”
“네! 그러니, 평생에 한번이니까, 이번이 이름아저씨가 내는 휴가는 이름아저씨한테 가장 중요한 날인 거죠!”
“아, 그렇게 되나?”
“그렇게 돼요!”
“그럼, 아저씨, 경량씨 집으로 가실 거죠?”
“그래야겠는데!”
“드디어, 결심하신 거에요?”
“그래, 결심했어!”
“그럼, 경량씨 집으로 가시는 거죠?”
“가긴 가는데!”
“네! 말씀하세요!”
“내 양말에 꼭 싸 가야 돼?”
“그럼 어떻게 해요?”
“나, 그럼 양말 없이 가야 돼?”
“이름아저씨!”
“왜?”
“이름아저씨는 좋은 분이에요!”
“알았어, 알았다구, 가자구!”
“드디어 출발이야?”
“그래, 가자”
“사장님, 가요!”
“그럽시다, 여러분 출발합시다!”
하늘의 구름이 둥둥둥 맑게 떠다녔다. 그나저나 내 양말. 이놈의 양말. 나 어쩌지? 경량씨 집에 빨리 가서 양말부터 달라고 해야지, 내 인생 참, 왜 이러는 거야!
2. 나 쓰는 법 (1) - 경량씨 집에는 없는 게 없다
나는 좋은 남자다.
나에게서 나는 냄새가 너무 좋지만, 나는 돈을 적당히 번다.
이 세계에서는 독하게 돈을 벌 필요가 없다.
내가 이 세계에 언제 왔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이 세계에서는 나를 쓰는 법을 알려준다.
나를 쓰는 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나는 가끔 노동을 한다.
하늘의 구름을 닦기고 하고,
거리의 청소차들이 지나가면 가서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 세계에서 이렇게 나를 쓰면 나는 살맛이 난다.
나를 쓴다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때로 나는 동료들의 집에서 머물기도 하며,
사장의 웃음소리에 진절머리를 내기도 한다.
너무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은 사실…
너무도 지겨운 일이다.
그렇지만, 좋은 일이기도 하다.
내가 지겨워한다는 사실이 사장 귀에 들어가고 반장 귀에 들어가도 괜찮다는 사실은 나를 안심시킨다.
나를 쓸 때 내가 해야 할 일은 사장이 주는 반찬을 보고, 먹으라고 권하는일이다.
나를 쓰고 하루하루를 간신히 하루를 살아가는데, 나는 왜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할까. 내가 울상을 짓는 걸 보고 경량이가 말했다.
“이름아저씨, 어디 불편하세요?”
“아니, 아니야!”
“근데, 왜 눈물을?”
“경량씨 집에는 왜 없는 게 없어?”
“네?”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네, 알았어요…”
“드디어 간다!”
“그러게, 드디어 간다!”
“봐도 되나?”
“아니야, 보면 안 될 거야!”
이 지독한 세계에서 나는 나를 참 잘도 버티어 낸다.
나는 이 지독한 세계에서 탈출하고 싶다.
탈출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탈출하지 않으면?
이 지독한 세계에서의 삶이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나는 이 지독한 삶을 끝낼 수 없을지 모른다.
나는 이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