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50주년 기념문집 발간에 부쳐
남성고등학교 제22회 동기들이 엊그제 졸업 30주년 기념문집을 펴낸 것 같은데, 어느덧 50주년을 맞이하여 고희(古稀)를 앞둔 친구와 가족의 주옥같은 글을 모은 기념문집 「삼남의 으뜸이라」를 발간합니다.
우리 동기들은 1966학년도에 치열한 입학시험을 거쳐 호남의 명문사학으로 자리잡은 남성중학교에 청운의 꿈을 품고 입학하였습니다. 남성중 19회에는 익산 시내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이 많았고, 익산 농촌지역 출신 친구들, 그리고 익산역을 중심으로 정읍선, 군산선, 대전선, 전라선 주변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철도교통편을 이용하여 통학한 친구들도 제법 많았습니다. 고교 입시제도가 동일계 무시험 진학으로 변경되어 1969학년도에 중학교 졸업 동기 대부분이 남성고로 진학하였고, 한 학급 60명의 타교 출신 쟁쟁한 친구들이 합류하여 8학급 480명이 입학하였습니다. 학업을 마치고 1972년 1월 졸업한 동기는 437명이었습니다.
우리 동기들의 학창 시절인 1960년대 후반은 나라 전체의 살림이 지극히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남성중 19회-남성고 22회 동기모임은 가정형편 때문에 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한 친구들, 타교로 진학한 친구들도 모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여 친목을 다지고 화합하는 모임입니다. 남성중 19-남성고 22회에는 전북은 물론 전남과 충남의 수재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우리 동기들은 졸업 후 오늘날까지 본거지인 전북을 포함하여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강원,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 그리고 해외에서 활동하면서도 각별한 우정을 이어와 선후배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기수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인생의 질풍노도의 시기인 소년기에 남중동 교정에서 함께 경험한 3년 또는 6년의 학창 생활은 우리 각자의 일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는 교문을 지나 히말라야시다 나무들이 우거진 길을 따라 등교하였습니다. 우리 학교의 교목인 히말라야시다는 사철 푸른 나무로 창공을 향하여 뻗는 기세는 약진하는 젊음을 상징합니다. 교실에서 과목별로 자상하고 훌륭한 은사님들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등교할 때 운동장 아래쪽에 설치된 철봉대에서 턱걸이를 해본 후에 교실에 들어갔으며 유도가 정규수업에 포함되어 체력을 길렀습니다. 봄과 가을에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마라톤대회가 열렸으며, 교내 구기대회, 소풍 등의 행사에서 교호(校號)인 <파이카치 파이톤 카치무치 호치카 ∽ ∽ ∽ ∽, 홀 카치 파이카치 남성 남성 ∽ ∽ ∽ ∽>을 우렁차게 외치며 학업의 스트레스를 날린 기억도 생생합니다. 중2 시절 경주 수학여행도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대학입시를 눈앞에 둔 고3 시절, 1971년 4월 27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박정희 정권의 관권과 금권을 동원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데모를 시도했던 일도 떠오릅니다. 거사 준비 모임을 소라단 소나무밭에서 가졌는데 이곳이 현재 남성학원이 자리잡은 곳이어서 감회가 남다릅니다. 제가 고교졸업앨범 편집후기에 다음과 같은 소회를 남겼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남성이란 무대 위에서 길다란 소설을 엮어 왔다. 우리의 이야기 속에는 즐거웠던 기억도 가슴 아팠던 일도 많았지만 사소한, 오래도록 기억하기엔 너무나 사소한 대목들이 더욱 많이 기록되어 있다.”
돌이켜 보면 남성중・고에서 다져진 학력과 기초체력이 우리가 졸업 후 50년을 버티고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학창시절에 우리는 성실하고 신망과 의리를 지키며, 서로 잘 어울려 조화롭게 살라는 교훈[성실(誠實), 신의(信義), 조화(調和)] 아래 꿈을 크게 가지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부단하게 도전하라고 배웠습니다. 중국의 고전인 <書經>에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성취할 수 없다(不慮胡獲 不爲胡成).”라고 했습니다. 우리 동기들은 큰 뜻을 품고 50년 동안 담대한 도전을 줄기차게 시도해 왔습니다. 우리 동기들은 줄기찬 도전을 통하여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값진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제가 쓴 졸업앨범의 편집후기는 “먼 후일에 어느 교차로에선가 서로 만날 때 따스한 우정으로 우리가 엮어왔던 사소한 이야기를 하나씩 기억해 내자.”로 끝을 맺었습니다. 이 문집에는 졸업 당시에는 먼 후일이었던 50년 후 우리가 학창 시절 써 내려간 이야기의 추억뿐만 아니라 졸업 이후 지금까지 써 왔던 담대한 도전에 관한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문집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사랑방 대담’에는 명사들 및 성공한 친구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추억의 일기장’에는 학창시절과 연관된 이야기를 되살렸습니다. 친구들의 시, 수필, 국내외 여행기, 논단, 독후감, 소설도 게재하였습니다. 바둑, 등산, 테니스, 골프 등 친구들이 취미활동을 함께 하면서 우정을 다져온 동아리 활동의 모습도 담았습니다. 가족의 글도 실었는데, 고인이 된 유명호 동기의 아들 지수 군이 아버지를 그리며 쓴 글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이 기회에 고인이 된 친구들이 하늘나라에서 편안한 안식을 취하기를 동기들과 함께 기원해 봅니다. 아울러 투병 중이거나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문집은 남성고 제22회 졸업 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기획되었습니다. 기념사업은 총괄 공동위원장 김용균, 김수환, 남궁근 동기, 총괄간사 김영곤, 고우영 동기, 재정위원장 이종웅 동기, 재정간사 김영택, 고석담 동기, 기념집발간위원장 이준태 동기, 간사 오상두, 김영만, 장홍권 동기가 주축이 되어 준비하였습니다. 편집위원장을 맡아 원고를 모집하느라 애쓴 이준태 동기, 정성껏 삽화를 그려넣고 편집하느라 애쓴 장홍권 동기, 출판사를 섭외하고 알찬 책자를 만들기 위하여 수고한 오상두 동기에게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졸업 50주년 기념행사와 이 문집 발간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지난 1년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쳐 있는 기간입니다. 이 문집 발간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의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줌 회의 등 비상한 조치를 통하여 거둔 수확이라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각종 기념행사와 품격있는 문집을 발간할 수 있도록 기본회비와 찬조금을 납부해 준 모든 동기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아무쪼록 졸업 50주년을 기념하는 이 문집을 동기들과 자녀, 손주들이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우리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게 되길 소망합니다.
2022년 3월
졸업5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대표하여
총괄공동위원장 남궁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