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리는 지금」은 유담 시인의 시를 향한 열정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고 있다. ‘두근거리다’는 심장의 박동을 그려내는 완벽한 동사이자 시를 향한 그리움이 진득하게 묻어 있는 술어로서 ‘지금’이라는 현재진행형을 구속한다. 유담 시인에게는 사물을 깊이 있게 바라보게 하는, 그 나이쯤의 품위와 여유가 살아 있다. 누구에게나 흔히 쉽사리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그런 관계가 유담 시인에게는 새로운 안목과 관심을 부여한다. 「군불을 지피며」 「나무, 그 격물치지에 대하여」 「담쟁이」 「봄, 한 가닥」 「탑의 눈동자」 「예순의 엄지」 「아버지의 지팡이」와 같은 시에서는 흔히 대상을 쉽게 보아 넘길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전혀 뜻밖의 관심으로 환기될 수 있게 하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시에 대한 그만의 고집과 자신감이 배여 있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런가 하면 「용강동은」 「크로키」 「뮤지컬 햄릿」 「모임」 「가을 능소화」 「갑오야, 반갑다」 「미술관 장독대」 등의 작품에서는 한껏 패기 차게 솟아오르는 자의 믿음이 깔려 있어서 흐뭇하다. 그리하여 사물을 깊이 바라보는 시각이 중후하고 지적이라면, 새롭게 혁신을 꿈꾸는 자의 시각은 신선해서 앞으로 유담 시인이 끌고 갈 시의 무게가 어디쯤일지를 짐작해보게 한다.
- 이수익(시인)
유담의 시를 규정할 때 빠져서는 안 될 요소 중 하나는 ‘종교’와 관련된다. 우리가 ‘기도’와 ‘성호’와 ‘순례’ 등의 어휘에서 감지하게 되는 바는 인간 유담의 영혼과 그것의 깊이이다. 신성한 기운이 충만한 ‘새벽’이라는 시간과 ‘산’이라는 공간이 만날 때, 시인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 그에게는 하강 속에서 상승을 찾는, 암흑 속에서 빛을 발견하는 희귀한 능력이 있다. 유담에게는 ‘교차로’나 ‘붉은 등’으로 구체화되는 ‘산 밑’을 신성한 새벽 즈음 산으로 치환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시인은 산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산 밑으로 올라간다고 말한다. 유담은 ‘부정성’의 진로를 유연한 ‘긍정성’으로 바꾸는 진정한 시인이다.
- 권온(문학평론가)
유담 시인 시편의 특장 중 하나가 눈〔眼〕이다. 눈〔目〕이 나란하여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데서 대상들은 길항하면서 집중적으로 내면을 탐구한다. 유담 시인이 시적 대상을 응시하고 집중하는 곳에는 그림자조차 없는 곳이다. 그저 마음속 그림자마저 지우려는 집중력은 다시 눈 속으로 귀결하면서 절대적인 빛을 그리고 있다. 빛을 구하려는 자세는 시 쓰는 행위와 일치하면서 구도자(求道者)로서 마음을 닦는 과정이라 할만하다(「그림자 없는 곳」). 그는 눈으로 세상을 설계하고 수정하고 탑을 만든다(「탑의 눈동자」). 눈의 반경까지 포섭하여 소나기와 낙엽과 고드름까지 눈시울에 담아내는 시력(詩力)이 있다(「눈시울의 무게」).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의 시 속의 시처럼 시에 대한 천착과 사랑으로 서정의 꽃을 피우면서 마침내, 한 그루 나무가 된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