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05. 02
요즘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 따라 하기가 유행이지만 재료와 기법을 꼼꼼히 분석해 보면 일부 조미료에 음식 맛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맛의 탄성을 자아내는 음식일수록 소금, 간장, 설탕 혹은 마요네즈, 굴소스 같은 소스들의 공이 크다.
이왕 소스 얘기가 나왔으니 소스 즉 드레싱이 빠진 샐러드는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메뉴판에 무슨 샐러드 해가며 종류가 늘비해도 핵심은 곁들여지는 드레싱으로 맛들이 갈라진다. 드레싱 역시 다양해 보여도 기본적으로 마요네즈와 토마토 케찹 두 가지 소스의 배합에서 달라진다.
샐러드와 샌드위치에 많이 이용되는 드레싱 사우전아일랜드도 기본 베이스는 마요네즈다. 마요네즈는 어감상으로는 얼핏 일본 냄새가 나지만 실은 프랑스에서 탄생된 소스다. 마요네즈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샐러드용 소스의 하나. 달걀노른자, 샐러드유, 식초, 소금, 설탕 따위를 섞어 만든 것' 그리고 표기는 mayonnaise 프랑스어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 마요네즈 뜻을 찾아보면 특별한 의미는 없고 마용(Mahon)이라는 항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마요네즈 뿐 아니라 현대인의 식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스의 대부분은 18세기 프랑스 음식문화에서 비롯됐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미식도 일종의 예술로 귀족 문화의 한 장르로 유행하였다. 또한 귀족들은 요리에 자신의 이름이나 고향의 이름을 붙이기를 하나의 트렌드로 즐겼다고 한다. 이에 따라 마요네즈는 프랑스와 영국의 7년 전쟁의 역사에서 탄생된 소스다.
1756년 6월28일 지중해 연안 메노르카섬(현재의 Menorca)의 수도인 마용(Mahon) 항구를 함락한 리슐리 공작이 만든 고안물로 마요네즈는 그가 마옹 항구의 함락을 기념해 만든 소스다. 계란 노른자와 우유 버터 등의 식재료를 한데 섞어서 만든 것을 원주민들과 나눠 먹은 것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이후 프랑스어로 '∼風의' 의미를 갖는 접미어 'aise' 를 붙여 '마오네즈(마옹 풍의)'라고 이름 붙여졌다. 이렇게 탄생된 마요네즈는 이후 세계 요리사에 기본 소스로 정착했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요리의 대명사 하면 스파게티를 꼽는다. 스파게티는 이탈리아인들 특유의 관습으로 성장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스파게티는 큰 테두리 아래 반죽의 강도와 면을 삶는 시간에 따라 수십가지의 또다른 스파게티 레시피를 탄생시키는 체계성을 지닌 음식이다. 즉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귀족 중심의 문화에서 발전된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이에 반해 리조또는 서민적인 음식이다. 맛과 조리 방식은 스파게티와 비슷하면서도 조리 체계를 무시하는 간결함과 소박함이 깃들어 있다. 스파게티는 종류에 따라 면을 삶는 시간이 6분 8분 10분 등으로 레시피의 엄격함이 강조되지만 리조또는 일단 조리 시간에 대한 제약에서 자유롭다. 리조또는 쌀을 끓이는 시간이 스파게티 면을 삶는 시간과 비교해 강제성이 적고 면이 아닌 밥이라서 먹고 남은 것을 재활용할 수 있는 서민적인 넉넉함도 담겨 있다.
이러한 리조또의 미학은 느리고 대화를 즐기다 못해 수다스런 느낌마저 드는 이탈리아인의 생활 문화를 그대로 담아낸 요리이다. 팬에 불린 쌀을 넣고 중불과 약불에서 40~50분이상 뭉근히 끓여내는 사이사이에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음식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과의 대화는 아주 자연스런 과정이다. 그래서 리조또야말로 어쩌면 가장 이탈리아 다운 그런 요리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김연수 / 푸드테라피협회 대표
자료출처 : 디지털티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