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녀 김개시(金介屎)
광해군 때의 상궁입니다. 이름이 개똥이인데 한자로 써서 개시(介屎)라고 했습니다.
광해군의 총애를 받았지만 후궁이 되지 못한 것은 아마 광해군의 아버지 선조 때부터의 궁녀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궁 신분에 머물렀지만 어쨌든 임금의 총애를 받는 여자이니 막강한 권력을 가질 수 있었죠.
언젠가 어느 드라마에서는 상궁으로서 머리를 올리면서 중전보다 더 큰 가체를 얹었던 걸로 묘사하면서 그녀의 전횡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뇌물 수수, 매관매직... 그러나 광해군이 주지육림에 파묻혀 폭정을 일삼았던 폭군이 아니었던 것처럼 김개시 역시 무조건 사악한 요녀는 아니었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당시 사대부들 마음에 들지 않은 광해군이 폐위될 때 그녀 역시 참수 당했습니다.
임해군이 5세이고, 광해군이 3세 무렵에 생모인 공빈은 세상을 뜨고, 다른 후궁인 인빈이 선조의 총애를 받는다. 임해군이 장자이기는 하나 그리 똑똑하지 않다고 판단되고 공빈도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선조의 마음은 인빈의 아들 신성군에게 기울어진다.
임해군의 세자책봉을 선조에게 주청했던 정철은 삭탈관직되어 강계로 유배를 떠나고, 이로 인해 임해군은 세자자리에서 멀어지고 인빈 소생 신성군으로 대세가 기울어진 찰나 임진왜란이 발발한다. 난리 통에 신성군이 세자가 되면 위험할 것을 예상한 인빈의 마음은 광해군에게로 향하고, 후사가 없던 의인왕후가 평소에 친아들처럼 사랑하던 광해군을 추천하여 그가 세자가 된다. 명나라의 허락을 얻을 틈도 없이 마침내 광해군의 세자책봉 의식이 치뤄진다.
왜적이 파죽지세로 서울로 향하자 선조는 유성룡이 제안한 몽진길에 오른다. 의주에 피난 온 선조는 의기소침, 세자 광해군에게 섭정을 맡기고 자신은 명나라로 망명할 뜻을 비추지만 결사 항쟁을 외치는 광해군과 정철의 충언으로 이덕형을 명나라에 보내 구원병을 요청한다. 가희(개똥)는 피난지 의주에서 선조의 눈에 띄어 성은을 입게 되고, 상궁이 된다. 그러던 중 광해군을 추종하는 무리들에 의해 광해군의 얼굴을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그후 가희(개똥)는 참모가 되어 왕실의 소식을 전하고 선조에게 광해군을 칭찬하는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반면 인빈은 선조의 사랑을 가희(개똥)에게 빼앗기고, 신성군조차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뜨자 풀이 죽는다.
광해군은 전쟁터에서 治國의 스승이자 동지였던 의병장 정인홍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평양성 탈환으로 전세는 반전되고 선조는 서울로 돌아온다. 인빈의 방해를 받은 가희(개똥)는 선조 곁을 떠나게 된다.
정철은 60노구에 사은사로 명나라에 다녀왔으나 명나라 군사의 철군을 막지 못했다는 탄핵을 받아 강화도로 유배를 가고 그곳에서 숨을 거둔다. 왜장에게 몸을
줬던 강아는 정철의 무덤을 찾아가 눈물을 뿌리며 머리를 깎고 속세를 떠나고 素心이란 법명의 비구니가 된다. 광해의 처남 유희분에게 몸을 의탁하던 가희(개똥)는 선조의 성은을 입은 몸으로 그의 아들 광해를 사랑한다는 것이 부질없고 이룰 수 없는 꿈인 걸 깨닫고 머리를 깎으려 한다. 강아가 간곡하게 만류한다. 그해 선조의 중전이며 광해군의 후원자였던 의인왕후가 세상을 떠난다.
광해군을 견제할 필요를 느낀 소북파 영의정 유영경은 인빈을 부추겨 선조가 새 중전을 간택하도록 한다. 새 중전의 간택을 막고 선조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광해군의 세자빈 유씨와 처남 유희분은 가희(개똥)를 다시 입궐시킨다. 가희(개똥)의 등장으로 위기를 느낀 인빈은 선조에게 새 중전 간택을 청한다. 선조는 못이기는 척 수용한다.
김제남의 19세된 딸은 51세의 선조와 친영례를 치룬다. 선조는 새 중전 승인과 광해의 세자책봉 인준 문제로 명나라에 사신을 보내고, 명나라는 새 중전 승인은 해주면서 장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광해의 세자책봉을 거부한다.
가희(개똥)는 명나라가 광해의 세자책봉을 인준해 줄 때까지 인목왕후의 임신을 막기 위해 선조에게 접근해 중전과의 합방을 막는다. 그러나 인목은 선조의 유일한嫡子 영창을 생산한다.
인목왕후가 24세 되던 해 중풍을 맞은 선조가 광해군에게 선위한다는 교지를 내리자 입지가 약해질 것을 염려한 유영경은 눈물로 선위교지를 거두어달라고 간청한다. 선조는 유영경을 충신으로 생각한다. 선위교지는 없던 일이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정인홍이 유영경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리자 선조는 되려 정인홍을 귀양보낸다. 이 일로 선조는 광해군을 더 미워하게 된다. 광해군이 석고대죄까지 하지만 선조의 분노는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 차츰 위기를 느낀 가희(개똥)은 무언가 결단을 내릴 시기가 왔다고 판단한다. 어느 날 선조는 가희(개똥)가 올린 약밥을 맛있게 먹고 급사한다.
광해군은 나이 34세, 세자책봉 16년 만에 15대 임금이 된다.
광해군은 개혁과 안정의 의지를 드러낸다. 명나라는 광해군의 등극을 인준하지 않고 조사관을 파견해 임해군과 영의정이었던 유영경을 조사한다. 임해군은 자신의 야망을 포기하고 명나라 사신에게 미친 척 행동한다. 임해군의 광기를 본 명나라 사신은 광해군이 대통을 이은 타당성을 인정한다. 한편 정인홍은 왕권수호를 위해 임해군을 죽여야 한다고 간청한다. 광해군이 이를 거절하자 가희(개똥)는 칼잡이를 고용해 임해군을 살해한다. 광해군은 선혜청 신설, 대동법 실시, 호패법 정리, 세금포탈 방지 및 군적 이탈을 막아 기강을 확립하고, <동국신속삼강행실도><국조보감><동국여지승람> 등 편찬사업을 일으키고, 동의보감을 간행한다. 왜란 때 불탄 창덕궁과 창경궁을 차례로 다시 짓고, 문치주의 의지를 다진다.
이이첨은 명문대가 일곱 명의 서자들로 구성된 칠서들이 무륜당을 만들어 거사 자금마련을 위해 봉물을 털자 소탕작전에 나선다. 이이첨은 이를 이용해 광해군의 왕권을 위협하는 영창대군을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무륜당의 우두머리 서양갑은 처참한 고문 끝에 무너지고 만다. 광해군은 인목왕후의 얼굴을 봐서라도 김제남을 삭탈관직하는 걸로 마무리 지으려 하나 조사과정에서 권필의 시 한 수가 빌미가 되어 격분한다. 광해군은 김제남과 네 아들에게 사약을 내린다. 인목왕후의 친정이 멸문지화를 당하는 순간이다. 광해군은 영창대군을 강화도에 위리 안치토록 명한다.
조정에서 영창을 살려둬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자 광해는 선뜻 결심을 하지 못한다. 영창을 보살피던 강화부사 기협은 파직되고 출세욕에 눈이 먼 정항이 부임한다. 그는 가희(개똥)가 자신을 왜 강화부사로 보냈는지 알아차리고 어린 영창을 증살한다. 영창의 죽음을 안 인목왕후는 이성을 잃고 통곡한다. 이후 인목왕후는 위치가 삭탈되고 서궁에 유폐된다.
김류, 이귀, 최명길 등이 술
청에 모이는 날이 많아진다. 이들은 반정의 계획을 세운다. 능양군은 김류의 집에서 비를 피하다가 자신이 어렸을 때 그렸던 계마도를 발견하게 되고, 이를 인연으로 반정세력들은 능양군을 중심으로 뭉친다. 능양군은 인비의 둘째아들의 큰아들로, 후에 인조가 된다.
광해군은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중립외교를 펼친다. 광해군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가희(개똥)는 매관매직과 사치, 광해군을 패륜 폭군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낙인찍힌다.
1623년 3월 23일 새벽, 무장을 한 수백명의 무리들이 창덕궁으로 몰려든다. 이들은 순식간에 창덕궁을 점령한다. 이른바 반정인 것이다. 능양군은 인목왕후의 허락을 얻어 보위에 오른다. 그가 16대 인조다.
제주도로 유배된 폐주 광해군은 유배 18년 만에 외로운 최후를 맞이하고 대북파의 우두머리 정인홍, 이이첨과 조선의 3대 악녀 가희(개똥)는 처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