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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mento mori(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
먼저 책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최근 읽은 책 중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소개하려고 한다.
책 제목이 으스스하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이다.
책의 작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법의학자인 유성호 교수인데, 작가는 법의학자로서 늘상 시신을 부검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말하자면 시신 덕분에 밥벌이를 하는 극한의 직업인 것이다.
극한의 직업이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사실 나같은 교도관도 극한의 직업이라 할 수 있다.
교도관이 극한의 직업인 이유는 글을 써 내려가며 천천히 증명을 하겠다.
먼저 내가 이 책을 접한 계기부터 밝히려고 한다. 전국 교도관들 전용 인터넷 게시판에 종종 책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오는데, 이 책도 여기에 소개된 것이다.
전국 교도관 전용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런저런 별의별 이야기가 많이 올라오지만, 가끔씩 책 소개하는 글도 올라온다. 전국 교도관들이 공유하는 게시판에 소개될 정도의 책이라면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면 된다.
나는 교도관 전용 인터넷 게시판에 책이 소개되면 반드시 구매해서 읽었고, 읽을 때마다 책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책이라는 것이 전부 다 맘에 드는 건 아니다. 심지어 유명한 작가가 쓴 책이라고 해서 다 훌륭하다고 볼 수도 없다.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책을 열 권 사서 보면 그중 책값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책은 다섯 권도 안 되는 것 같다.
책 제목이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이다 보니 시체 이야기가 많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작가는 “죽음이라는 것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생의 마지막 단계이자 자연스러운 섭리인 것입니다. 죽음을 배움으로써 삶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주변을 돌이켜볼 수 있는 교양인으로의 품격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성격이 이상해서인지, 죽음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흥미가 많다. 그래서 죽음 이야기가 나오는 책을 즐겨 읽는 편이다. 내가 읽은 책 중 죽음 이야기가 나오는 책을 일부 소개한다면,
시골의사 박경철 작가가 쓴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1.2』, 남궁인이라는 젊은 응급의사가 쓴 『만약은 없다』와 『지독한 하루』, 김영갑 사진작가가 쓴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미국의 젊은 의사 폴 칼라티니가 쓴 『바람이 숨결될 때』 등등이 있다.
『바람이 숨결될 때』는 아주대학교 이국종 교수가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의사이자 작가인 폴 칼라티니가 이 책을 집필 중 암으로 사망했고, 작가의 아내가 책의 나머지 부분을 완성했다. 폴 칼라티니 작가가 죽음을 맞는 부분을 읽으려면 슬픔에 목이 메어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다. 이국종 교수는 다 알다시피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수술해서 살려낸 국민적 스타 의사인데, 이국종 교수가 중증외상 수술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골든아워』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훌륭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국종 교수는 자신의 저서 『골든아워』를 통해 우리 사회에 커다란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국종 교수는 ‘닥터헬기’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도 여지없이 죽음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죽음에 대한 책 중에서 내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은 『꽃동네사람들』이란 책이다.
이 책은 출간된 지가 20년이 넘어서 지금은 구하기 힘들 것인데, 충북권 일간지인 동양일보사에서 펴낸 책이다.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꽃동네가 지금은 경기도 가평에도 있다고 한다.
만약 집안에서 주위가 산만하고 부모 속을 썩이는 아이(청소년)가 있다면 이 책을 그 아이의 손에 쥐어주게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위에 소개한 죽음 이야기 책들을 읽으려면 때로는 손수건이나 화장지가 필요하다.
특히 『꽃동네사람들』을 읽으려면 손수건이나 화장지를 좀 넉넉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나는 절판된 『꽃동네사람들』을 지금이라도 수정.보완해서 다시 출간해서 사람들에게 널리 익히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이 재출간되어 청소년들에게 필독서로 지정된다면 참으로 좋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이대로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구하려면 인터넷 중고서점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유성호 작가는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에서 우리나라 자살 현상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의 특징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고 한다.
즉, 노인 자살(정확히 표현하면 독거노인 자살), 젊은 여성 자살, 가족 동반 자살, 대중매체의 높은 자살 보도 영향(베르테르 효과)이 그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작가는 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표현은 맞지가 않다고 한다. 가족이 함께 죽었다고 해서 가족 모두가 죽음에 동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가장이 아내와 자식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면 이는 동반 자살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한 지적이다. 이런 경우는 ‘남편이 가족들 살해 후 자살’이라고 해야 정확한 것이다.
그런데 유성호 작가가 말한 자살의 네 가지 특징에 더해 요즘은 또하나의 자살 특징이 생겼다고 봐야 한다. 장기간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가고 있으니 일명 ‘코로나 증후군 자살’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요 며칠 동안만 하더라도 코로나로 인한 영업 부진에 시달리다 자살한 자영업자들 이야기가 몇 건이나 매스컴에 보도가 되었는데, 알려지지 않은 자영업자들의 자살도 많다는 것이다.
유성호 작가는 “주변에 잠재하는 자살자의 준비를 눈치채서 그의 삶의 방향을 돌려 세워야 하고 시도를 막아 그의 삶이 다시 새로운 빛으로 가득 차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그러니까 내가 교도관에 입문하고 몇 년 되지 않았을 때 대전에서 고등학교 친구들 계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그때 내가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좌중을 휘어잡으며 마치 내가 세계적인 석학이라도 되는 양 다음과 같이 갈파했다. “얘들아, 미래 3대 유망 사업이 있단다. 그 첫째는 환경 관련 사업이고 둘째는 장례 관련 사업이란다. 물론 그 정도쯤은 너희들도 잘 알고 있겠지. 그런데 나머지 하나는 모르겠지. 그건 바로 교도소 사업이란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감정은 메말라가게 되어 있고 잔인한 범죄는 늘어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교도소는 번창할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의 주장에 친구들은 낄낄 웃으면서도 내 말이 맞다고 맞장구를 쳐줬다.
그런데 어쨌거나 세상은 세계적인 석학이 예언한 것에서 일점일획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온갖 흉악 범죄가 판치는 세상이 되어버렸고 교도소는 지금 흉악범들로 넘쳐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전자발찌 살해범’ 강윤성 사건으로 온 국민이 치를 떨어야 했다. 정확히 말하면 강윤성은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여성 한 명을 살해했고 전자발찌를 풀고 나서 또 한 명의 여성을 살해한 것이다.
그런데 강윤성 사건이 보도된 후 며칠 지나서 곰곰 생각해보니 강윤성이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이었다. 기억을 한참 되살려보니 내가 대전교도소에 근무할 때 강윤성하고 몇 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던 것이다.
2년 전에는 진주에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여럿 살해한 흉악범을 내가 담당한 적도 있었다.
그뿐 아니다. 내가 대전교도소에 근무할 때 사형수를 담당한 적도 있었고 사형수 사형 집행을 참관한 경험도 있다. 사형 집행을 참관하는 것도 모자라서 작년에는 내가 책에다 사형수 사형 집행 장면을 생방송하듯 자세히 묘사하기도 했다.
사형수 사형 집행 장면을 책으로 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이제는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으니 내가 경험한 사형 집행 장면은 이 시대의 마지막 사형 집행이 될 가능성이 커졌고 따라서 내가 기록한 사형 집행 이야기는 시대의 증언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나 혼자 생각할 뿐이다.
내가 옛날에 사형 집행 이야기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내가 막 교도관에 입문하고 나서 『내 영혼을 받으소서』라는 책을 읽었는데, 사형수가 사형당하는 이야기를 김수진 목사가 쓴 책이다. 책 내용이 충격적이라 내가 그 책을 몇 권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었다.
내가 이렇게 흉악범들.사형수들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이런 흉악범들을 상대해야 하는 교도관은 ‘극한직업’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교도관은 극한직업이다’라는 표현은 내가 지어낸 것이 아니다. 몇 년 전 어느 방송에서 ‘극한직업의 세계’를 소개한 바가 있었는데 교도관도 그 극한직업에 포함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교도관들은 흉악범들에게 시달리느라 스트레스 많이 받는 극한직업임을 증명했으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혹시 아는 교도관이 있으면 전화라도 한 번 넣어서 격려와 응원의 말씀 한마디 해 주시면 참 좋을 것이다.
유성호 작가는 책에서 연명의료(연명치료)에 대해 소신껏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연명치료는 사회적 이슈가 큰 민감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말기 암환자 또는 의식없이 중환자실에서 누워 있는 환자에게 생명 연장 장치를 주렁주렁 매달아놓고 겨우 생명만 연장시키는 것에 대한 논쟁이다.
작가는, 노골적으로는 아니지만, 무의미한 연명치료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수환 추기경도 선종하실 때 연명치료를 거부하였는데, 이 사건이 국민들에게 연명치료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꾸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말기 암에 걸리거나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진다면 나는 단호히 연명치료를 거부할 것임을 만천하에 미리 발표한다.
나는 열심히 달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암에 걸리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니, 내가 혹시라도 말기 암 선고를 받는다면 나는 일체의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통증 조절에나 집중하면서 살다가 최후를 맞을 것이다.
유성호 작가는 책에서 아주 특별한 장례식을 소개하고 있다. 70년대 한국 미용계의 대모로 불렸던 그레이스 리 여사의 장례식 이야기이다. 리 여사는 생전에 특별한 장례식을 꿈꿨다고 한다. 장례식장에서 곡하는 것이 그렇게 싫었다고 한다. 자신은 후회없이 살다 가는데 웬 곡소리냐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장례식에는 슬퍼하지 말고 탱고를 틀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유언대로 그녀의 장례식장엔 탱고 음악이 깔렸고 추모객들은 와인을 마시며 그녀를 추억했다는 것이다. 와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잠깐 와인 이야기 좀 하자.
나는 평생 막걸리만 열심히 마셔대는 중인데, 내가 딱 한 번 와인을 마셔본 적이 있다.
몇 년 전 어느 지인이 백화점에서 10만 원짜리 와인을 세일해서 샀다면서 나에게 인편을 통해 전해준 것이다.
평생 처음 받아든 와인을 어떻게 마시는지 몰랐다. 일단 병마개를 따야 하는데, 아 이런, 소주병 맥주병 따는 것처럼 따는 것도 아니고 와인 오프너로 따야 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마트에 가서 와인 오프너를 사서 마트 점원한테 와인병 따는 방법을 전수받고 와야 했다.
와인 안주도 뭘 먹을지 몰라서 삼겹살하고 마셨다. 와인잔도 없어서 막걸리잔에 부어서 벌컥벌컥 마셨다.
그렇게 와인 한 병을 그 자리에서 다 마셨더니 별로 취하는 느낌도 없고 맛도 별로인 것 같았다. 오히려 막걸리보다도 못한 것 같았다. 대체 맛도 별로인 이런 비싼 술을 왜 마셔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후 와인 애호가들이 많다는 걸 알고 도대체 와인이 어떤 술인지 궁금해서 와인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먼저 박찬일 셰프가 쓴 『보통날의 와인』을 읽었고, 그다음에는 MBC 기자 출신의 황헌 작가가 쓴 『와인의 인문학』을 읽었다. 책 한두 권 읽었다고 해서 와인의 세계를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적어도 열 권은 읽어보려고 한다. 시중에는 와인 책이 무수히 많다는 것도 알았다. 와인 책 읽어보니 그런대로 재미가 있기도 하다.
와인 가격도 참으로 흥미로운데, 비싼 와인은 한 병에 몇백만 원 하는 것도 있는가 하면 몇천만 원 하는 와인도 있다는 걸 알고 입이 쩍 벌어졌는데, 더 놀라운 건 수십 년 숙성된 ‘로마네꽁티’라는 와인은 한 병에 무려 몇억 원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한 병에 무려 11억 원짜리 와인이 탄생했다는 것인데 믿어지지가 않는다. 사연인 즉슨,
2019년 11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무중력 상태로 14개월간 숙성된 ‘샤토 페트뤼스 2000’이라는 와인이 11억 원에 크리스티 경매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것이다.
좀 더 실감나게 말하자면, 요즘 서울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서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가 10억쯤 한다고 하니 아파트를 팔고 1억쯤 대출받아서 보태면 11억 원짜리 와인 한 병을 마실 수 있다는 말이다. 와인값이 미쳤구나!
얼마 전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비싼 와인 마시고 취중에 와인 자랑을 하려고 했는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핥아마셨다”라고 썼다는 것이다. 글쎄, 얼마나 술맛이 좋았는지 핥아마실 정도였으니 아마도 병 바닥까지 혓바닥으로 쪽쪽 빨아먹었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그 기사를 보면서 부러워서 손가락만 쪽쪽 빨았다.
정용진 부회장이 쪽쪽 빨아마신 와인은 ‘샤토 무통 로췰드’라는 와인인데 한 병에 250만 원짜리라고 한다. 재벌 부회장이 와인 자랑을 하려면 한 병에 적어도 천만 원짜리 와인은 마시고 자랑을 하던가 해야지 겨우 몇백만 원짜리 와인 마셨다고 자랑을 해? 좀 찌질하다. 까짓것, 나도 그 정도 와인은 마실 수 있다. 내 비자금만 해도 250만 원은 된다!
그레이스 리 여사는 본인의 장례식장에 와인을 준비하게 했으니 나는 내 장례식장에 막걸리를 준비하도록 하겠다.
내 장례식에 온 추모객들은 일절 향불을 피우지 말기를 바란다. 향불은 모기 퇴치할 때나 피우는 것이다. 그저 내 영정 사진 앞에 막걸리 한 잔 올려주면 된다. 그러면 나는 관 속에 누워서도 막걸리 냄새를 맡을 수 있으니 죽어서도 행복할 것이다.
막걸리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막걸리를 마시려면 안주가 있어야 한다. 내가 주장하는 막걸리 3대 안주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건 바로 막창구이, 홍어찜, 꼼장어라고 할 수 있다.
막창구이를 집에서 해 먹으려면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된다. 생막창을 마트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마트에서는 양념막창만 팔고 있다. 생막창이 택배로 도착하면 일단 막창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기름을 쏙 빼서 팬에 들기름 참기름을 반반씩 뿌리고 막창을 자글자글 볶으면 된다. 막창에 딸려온 소스에는 청양고추를 쫑쫑 썰어넣으면 훨씬 맛이 좋아진다.
홍어찜은 요리하기 엄청 쉽다. 홍어를 쪄서 양념장 만들어 휙 끼얹어서 먹으면 된다.
꼼장어 요리도 별로 어렵지 않다. 꼭 부산 가야 꼼장어를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집에서도 얼마든지 꼼장어 요리해서 먹을 수 있다. 유튜브 동영상에 꼼장어 요리법이 많이 나와 있으니 그중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택하면 된다. 내가 요즘 셰프의 길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안주 요리에 대해 자신있게 떠드는 것이다.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막걸리 안주는 참으로 많다. 김치전, 부추전, 미나리전, 두부짜글이, 두부전골, 돼지고기짜글이, 가지나물무침, 숙주나물무침, 오이무침, 순두부찌개, 닭도리탕, 콩나물잡채 등등 무궁무진하다. 내가 막걸리 애호가들을 위해 언젠가는 『최고의 막걸리 안주 100선』이라는 책을 쓸지도 모른다.
아내는 내가 술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내가 맛있게 술 마시려면 안주도 내가 만들어 먹어야 한다. 그렇게 자나깨나 안주를 연구하다 보니 어느덧 나는 셰프의 길로 가고 있다.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힘없고 어설픈 셰프에 불과하지만!
책 작가인 유성호 교수는 이 책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나도 이 이야기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유 교수는 미국의 레이 커즈와일이라는 기업가의 주장을 빌려 2045년이 되면 인간이 영생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2045년이 되면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인간은 영원히 죽지 않고 산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가 되는 과학기술을 쭈욱 설명하는데, 다소 어려워서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과학기술의 핵심은 지네틱스, 나노 테크놀로지, 로보틱스라고 한다.
유성호 교수는 커즈와일의 책을 읽고 2045년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영생이 실현 가능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이렇게 주장을 하니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나는 믿고 싶지 않다. 만약 인간이 영생한다면 그건 자연의 이치 또는 신의 섭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 아닌가. 때가 되면 죽어서 이 지구 행성에서 소멸해야지 영생해서 뭘 어쩌자는 말인가. 나는 영생 결사 반대!
얼마 전 보도를 보니 이건희미술관 부지가 서울 송현지구로 사실상 결정났고 발표 시기만 남았다고 한다. 내가 이건희미술관은 강원도나 충북 시골마을에 지어야 한다고 힘주어 주장했지만, 역시나 서울이었다.
그러니까 이건희미술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세력들은 시골은 아예 검토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지난봄 성난 부동산 민심을 등에 업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마저 언론매체와의 회견에서 “송현동 주위에 경복궁과 인사동이 있고 현대미술관과 공예박물관도 있다. 관광객이 송현동으로 오면 한 번에 ‘원스 톱’으로 다 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당 정치인이든 야당 정치인이든 그 누구도 국가균형발전에는 1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서울공화국의 무궁한 발전만을 기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까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다. 좋은 것은 죄다 서울 차지여야 하고, 쓰레기소각장.쓰레기매립장.화장장 같은 기피 시설은 몽땅 지방으로 보내고 싶지?
아, 서울 공화국 만세! 서울공화국 만만세!
지금 지방 소멸 위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지방은 소멸된다는 것이다. 지방이 소멸되면 서울공화국은 무사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방 소멸은 결국 중앙정부의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선거 막판에 행정수도 대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것이 대선판을 크게 흔들었다. 사실 그때만 하더라도 노무현 후보의 공약은 단순히 충청권 표심을 노린, 진정성 없는 공약이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했었다. 나도 노무현 후보의 이런 공약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비록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공약을 지키려 했었고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을 밀어붙였다. 또한 국가 주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노무현 정부 시절 결정된 것이다. 이렇듯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것이다.
당시 노무현정부의 세종시 건설이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두고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을 비롯한 반대세력들의 저항이 심했는데, 그 반대 명분은 ‘효율성’이었다. 즉, 국가 행정기관이나 공공 기관을 전국 곳곳에 뿌려놓으면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니 몽땅 서울에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분들에게 묻고 싶다. 업무의 효율성이 가치가 큰 것인지 국가균형발전이 가치가 큰 것인지.
나는 또 이건희미술관을 서울 송현으로 결정하신 분들과 송현 유치 운동을 하신 분들께 묻고자 한다.
문화재 원스톱 관람이 중요한 것인지 국가균형발전이 중요한 것인지 말이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그러니까 그때가 1977년쯤일 것인데, 당시 나이가 젊고 다혈질이었던 기술과목 선생님이 있었다. 그 선생님이 다혈질이다보니 학생들에게 체벌을 자주 가했고 나도 여러 번 맞은 적이 있다.
한번은 수업 시간에 그 선생님이 분을 못 참고 웃통을 벗어던지며 일본 외상의 망언을 규탄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의 후쿠다 외상이라는 작자가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망언을 한 바 있다. 그러니까 그 당시부터 일본 정치인들의 독도 망언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것이 아니다. 그 선생님이 어느 날 수업 시간에 “우리나라 서울 집중 현상이 심각하다. 서울대학교를 지방으로 옮기면 수십만 명이 딸려 내려올 것이다”라는 깜짝발언을 한 것을 나는 지금까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선생님은 국가균형발전에 선견지명이 있던 세계적인 석학이었던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도 재임 중 서울을 충남 공주로 옮기려고 했었다. 이렇듯 70년대부터 서울 집중 현상은 심각한 문제로 인식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서울공화국 노래만 부른다면 되겠느냐 이 말씀이다.
나는 이건희미술관 부지가 사실상 송현지구로 결정난 것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 지금이라도 계획을 수정해서 이건희미술관을 강원도나 충북 시골로 보내주면 좋겠다. 시골도 더불어 살자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화합도 되는 것이다.
이건희미술관 부지가 결정되는 과정을 저승에 계신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 불편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계실 것이다.
당신은 살아생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당신의 정부를 계승했다는 사람들은 당신의 기대만큼 못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건희미술관 부지를 송현으로 결정하신 분들과 송현 유치 운동을 하신 분들은 먼 훗날 저승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면 분명 크게 꾸지람 들을 것이다. 아, 메멘토 모리!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내가 쓴 글이지만 내가 써놓고도 글의 초점이 뭔지 모를 만큼 어지럽다.
가히 ‘횡설수설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나는 그저 ‘메멘토 모리’를 말하고 싶었을 뿐인데........
2021년 9월, 『마라토너와 사형수』 저자 남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