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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시작에 앞서 이 글은 대한민국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힘겨운 시간에게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읽으신 후 댓글은 쓰지 말아 주십시오.
1.인생에 대한 이야기
공부를 실컷 해 본적이 없습니다.
24살 군 병장시절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6개씩 하며
학교생활을 하였습니다.
밤 늦은 시간 김밥으로 저녁을 때우며 지낸 젊음이 있었고 지금은 제 나이가
마흔이 훌쩍 넘었습니다.
30대에는 수학강사를 하며 경제적으로 윤택한 생활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생활은 하였고 이후 무역회사에 들어가 5년을 지냈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져 월급이 3개월 이상 밀리자 나올 수밖에 없었구요.
2.노량진에 들어오다
그 뒤 자영업을 해 보겠다고 노량진에서 달팽이중고서점을 오픈합니다.
퇴직금을 다 투자하여 시작은 했지만 1주일에 손님은 1명이 채 안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늘어가는 월세와 유지비로 한겨울에도 난방도 없이 컵라면으로 지내다가
결국 굶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자영업은 가혹하리만큼 제게 힘든 기억이었네요.
며칠 버티다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밥집이었습니다.
'노량진 수험생들도 나처럼 굶는 경우가 있을까?' 하여
폐지를 줍는 할머니와 작은 밥집인 '안선자할머니집 3000원'을 시작합니다.
굶지는 않으니 참 좋더군요^^
이후 top 뷔페라 하여 식당을 1년 하였지만 실패합니다.
6개월 동안 다마스차량으로 인근 배달만 열심히 다니고 손에 쥐는 건
30만원이 채 안 되었습니다.
다시 원점의 자리로 돌아 옵니다.
아! 이제 어떻게 살지...
마흔이 넘어도 세상은 어렵기는 마찬가지랍니다.
3.작은 희망 ! 행정사 1차 합격
너무나 실망하여 며칠을 방황하다 우연히 인터넷 검색에 행정사라는 자격증이
있어 초기 시험이니 한 번 볼까 하고 원서를 썼지만 온통 고민은
'어떻게 살아야하나'였습니다.
시험을 1주일 남기고 공사장에서 일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시험이라도 봐야겠다 싶어 저녁 시간에 자투리 시간 동안 민법총칙,행정학,행정법을
중고서점에서 책 찾아 미친 듯이 중요 부분을 보고 토요일에 시험장에 갔습니다.
공부한 것이 거의 없어 시험장에 갈까 말까를 10번은 고민하다가
갔습니다.
8년 만에 보는 OMR카드 !!
그래도 4시간 공부 했으니 시험 내용이라도 보고 가자는 마음으로 응시했지요.
오후 1시에 답안지를 맞추어 보니 합격점이 나왔습니다.
오! 마이 갓! 저도 제가 놀랍더군요..
4.노량진에서 경찰수험생 영산이와 길호를 만나다
이날 저는 돈도 없고,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지만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나도 하면 되는구나!' 하구요.
영산이를 만난 것은 이 날 오후였습니다. 식당하면서 안면이 있던 영산이는
아주 우울한 표정으로 있었고 서로 대화를 하던 중 영어때문에
늘 시험에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시험지를 보여 달라 하여 처음으로 경찰시험지를 보았고
적은 지식이지만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대뜸 도와달라 합니다. 저에게...
'나도 몰라. 안 본지 너무 오래여서 안 돼'
그리고 다음 날 또 도와달라 합니다. 간절하다고 ...
그래서 시간을 내서 공무원 영어 분석을 했습니다.
무료로 1달을 봐 주기로...했지만 생활이 안 되는 상황이 계속 되어
맘 잡고 열심히 가르칠테니 성적 오르면 학원이나 해야겠다 싶어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쳤습니다.
여주에서 영산이 친구 길호가 합류하였고 이 친구 영어 성적은 5점이라 했습니다.
또 절박하다고...과락만 3년...
어쩔 수 없이 팔 걷어부치고 이 친구들을 도와야겠다 싶어
시험에 나오는 부분을 범위 지어 지도했고 2주가 안 되서 길호는 75점의 학원
모의고사점수가 나옵니다.영산이는 60점 정도..
1달 무료로 해서 제 역할은 다 했습니다.
이 때도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 자투리 시간을 내서 진행했습니다.
경찰 2차 모두 불합격이었습니다.
길호 영어 70점, 영산 55점이 나왔지만 국사가 점수가 저조했습니다.
많이 힘들어 합니다. '3년을 했는데... 웁니다...'
다시 한 번 더 하라고 용기를 주고 헤어지지요.
5.공무원 시험에 관심을 가지다. 왜 이렇게 오랫 동안 공부할까?
'시험은 기술입니다.'
저는 이러한 생각으로 공부하고 시험을 즐길 줄은 압니다.
불합격에 하염 없이 울고 있는 길호...
다시 해보라고 했지만 대안을 제시해 주지도 못한 채 영어를 못하고
국사를 못하는 수험생으로 돌아가서 불합격의 고통을 감내하기가 힘들어 보였습니다.
영어성적이 2주 만에 나오자 제게 상담을 해 달라 합니다.
여주에서는 중학생 대상 보습학원까지도 가면서 영어를 해도 안 되는 제가
어떻게 2주 만에 성적이 70점이 나오냐고... 마술인거예요...편법을 가르치는 거예요..?
한참을 생각해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시험은 기술이야.'
'시험은 출제되는 경향이 있고 패턴이 있어.
그 범위를 정해 반복해서 공부하고 이해하면 되는 거고, 나는 그것을 네게 전해준 거야'라고
그 뒤 한국사를 도와 주겠다 말을 하여 또 공부하게 됩니다.
생활을 해야 했지만 집에 생활비도 없어 주머니에 천원짜리 하나로 며칠을 버티기도
했습니다. 내가 이걸 왜 하지 하다가도 이 친구 합격만 시켜주고 내 살길 찾아봐야지 했습니다.
한 달 뒤 해양경찰시험에 길호가 합격을 했습니다.
잘 되어 다행입니다.
6. 다시 원점. 2015년
그리고 새해가 됩니다.
공사일도 하다가 아르바이트도 하다가...
수학강사를 하였기에 수학원생을 모았습니다. 중학생 2명 두 달 다니다 그만 둡니다.
다시 원점...
영어를 가르쳐서 합격을 시켜줄 자신이 있었지만 아무도 믿어 주지 않습니다.
국사를 가르쳐서 합격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해도 제 모습이 식당 주인으로,공사장 알바로
식당 배달로 비춰져서인지 세상은 그렇게 의심을 하더군요.
생활은 해야 하고 가르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사실 삶이 너무나 고단했습니다.
늘 어려움은 혼자 오지 않습니다.
남 모르는 고민과 여러 번의 실패와 시행착오가 뒤섞여 힘들어했지만
제 젊은 날의 생각을 떠올려 보면 공부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고 정직합니다.
열심히 하는 것만큼 그 보답은 해 줍니다.
간혹 소문 듣고 찾아오는 영어 과락자분들을 돕다가 현진이(올해 국가직 합격함)를
만납니다.
6년차 수험생이고 올해 떨어지면 한강에 가야한다고 도와달라고...
그래서 만난 현진이!
넉살도 좋고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그 힘겨움이 오죽이나 할까하여 함께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영종도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저를 만나러 와서 공부하다 보니
영어는 안정적으로 나오는 데 다른 과목이 어렵다 합니다.
그래서 국사를 가르치게 됩니다. 아니 함께 스터디를 한 것이 맞겠지요.
7. 늘 가난하지만 열정이 있는 수험생의 꿈을 응원하다
저와 수험생은 똑같은 처지였습니다.
절박함!
오직 이것만이 유일한 무기이며 재산이었습니다.
내가 밤을 새워서라도 너를 합격시키마. 힘을 내렴!
30대에 강사를 하던 직업병이 있어 이렇게 공언(?)을 하다보니
열심히 공부하게 되고 집중해서 보게 되더라구요.
이렇게 5개월을 보내고 현진이는 국가직 합격을 합니다.
축하합니다.
8. 공무원 시험을 보다
44살의 나이인데 공무원 시험을 볼까. 한 번 해 볼까
결심을 합니다.
지방직 6월 국가직 8월 100일이나 남았으니 충분하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몰입을 합니다.
그리고 생활을 해야 하니 국어 수강생 1명을 받아 생활을 하곤 합니다.
절박에 절박을 더하는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일단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도전을 합니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 2~3시간 책을 보더라도 집중해서 봅니다.
그리고 고민이 있으면 나중에 해야지 하고 잊습니다.
시간이 안 되면 잠을 줄여 새벽 5시까지라도 내용을 이해합니다.'
열심히 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절대 이기지 못합니다
그래서 고통도 즐기고 어려움도 즐기고 배고픔도 즐기려 노력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구요
이렇게 시작한 9급 지방직과 국가직 7급이 합격하였습니다.
지방직은 최고령이고 점수는 408점
국가직은 채점하고 붙은 줄 알았습니다.오늘 저녁 합격문자가 왔습니다.
9.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합격수기를 보면 누구의 책을 보라
어떻게 공부하라 , 몇 시간을 공부하라
누구의 인강을 들어라....
저는 인강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시간상 불가능함.
오직 시험장에서는 글자와 나의 대화입니다. 1문제당 1분간의 대화...
책을 가지고 정리한 것이 전부입니다.
단기 합격자분들이 합격글을 쓰시면 신상을 털어 비하하기도 하고 부러워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제가 말씀 드리겠습니다.
세상은 그 어떤 사람에게도 공평합니다.
적어도 시험 공부를 하는 여러분께는 더욱 절실한 말입니다.
제가 가진 시간과 정신력 그리고 주변의 시선은 차갑고 어렵고 두려운 마음이 많았습니다.
이 글을 직장인이 보신다면 저보다는 나은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주부님들이 보시면 욕(?)을 많이 하실 것 같아요. 생활비도 못 갖다 주는 사람이라고..
장애인분을 가르치고 있어요. 밤새 점자 작업을 해서 모은 돈으로 공부하고
꿈을 키우는 분이 제 옆에 있습니다.
저는 가진 것도 많지 않고 시간도 많지 않았고 여유 있는 경제력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어쩌면 저의 이러한 절박함을 잊으려고 시도한 시험이 공무원시험이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집에 오는 버스에서 오늘 해 보았습니다
10. 수험생에게 작은 조언
지금 실패하셨나요.
그래서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십니까.
괜찮아요...
모두 다 보약입니다.
이 세상 어떤 것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실패의 경험도 하셔야 합니다. 배고픔과 고통도 지나야 합니다.
그래야 강해지고 그래야 또 힘든 일이 있어도 견뎌 내세요.
시험 공부를 정말 단기에 끝냈습니다.
누구는 기적이라고, 누구는 말이 되냐고 하십니다.
'시험은 기술입니다.'
저는 이 하나의 KEY-WORD 를 잡고 공부했습니다.
열심히만 하려고 하지 마세요.
즐기면서 내가 재미있어 하는 공부는 밤을 새워도 재미있습니다.
사랑하세요,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첫댓글 쌤 여기다가 자서전 쓰시면 곤란합니다 ㅋㅋ 7급합격하신거 정말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본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