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키높이 전략
300만년 전에 출현한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는 키가 1미터 20 정도로 작았다. 작은 키로 수풀에 숨어 맹수의 눈에 띄지 않는 전술을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사헬지대의 가뭄으로 숲이 사라지고 평지에 적응해야 했을 때 포식자를 피하고 사슴을 사냥하려면 상대를 먼저 발견하는 것이 유리하다. 수풀 위로 고개를 내밀고 사냥감을 먼저 발견하는 전술로 갈아탄 것이다.
두 가지 전략이 있다. 작은 키로 수풀에 숨어서 살아남는 피그미 전략과 큰 키로 먼저 적을 발견하고 집단적인 대응을 하는 마사이 전략이 있다. 사피엔스의 키가 커진 것은 사헬지대의 가뭄으로 수풀이 사라져서 전략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키를 키우면 목이 길어지고 머리통도 커진다. 머리가 커지면 뇌용적이 커지고 자연히 지능이 높아진다.
2. 달리기 효과
원숭이가 나무에서 내려오는 순간부터 맹수를 피해 달려야 한다. 달리려면 신체의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직립보행을 하는 영장류가 밸런스를 맞추려면 머리를 키워서 척추를 중심으로 코어를 강화해야 한다. 코어가 약하면 팔다리가 움직일 때 중심이 흔들려서 마라톤을 할 수 없다. 인간은 다른 모든 동물보다 지구력이 뛰어나다.
기득권을 존중해야 하므로 밸런스를 조정하면서 머리 크기를 줄일 수는 없고 키울 수는 있다. 머리가 커지면 그 과정에 지능도 같이 높아질 확률이 증가한다. 고래와 코끼리가 지능이 높은 이유다. 놀면 뭐하나 싶어서 남는 뇌 용적에 잡심부름 역할을 준 결과로 지능이 높아진 것이다.
3. 대집단 효과
대집단을 만들면 근친혼이 감소하고 외부 유전자가 활발하게 유입된다. 대집단은 식량이 모자라므로 끊임없이 이동을 해야 하는데 외부 집단과 접촉하고 낯선 환경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지능이 높아진다. 지능이 낮은 개체는 외부집단과의 접촉과정에 살해되기 때문이다. 지능이 높은 개체는 물물교환을 통해 자신이 살해될 확률을 낮춘다. 인간이 셈을 발명하고 종교를 만든 것이 대집단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늑대나 하이에나처럼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이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보다 지능이 높다.
4. 문명효과
사실 사피엔스는 지능이 그다지 높지 않다. 지능이 높다는 생각은 인간의 우월주의에 따른 착시현상이다. 정글에 고립된 부족민을 기준으로 보면 네안데르탈인이나 현생인류나 지능의 차이는 무시해도 좋다. 네안데르탈인과 사피엔스의 지능 차이는 흑인과 백인의 지능 차이보다 작다.
현생인류 중에 일부 문명인의 지능이 높을 뿐이다. 시계바늘을 3만년 전으로 되돌린다면 사피엔스 중에 90 퍼센트는 당시 공존하던 네안데르탈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현대의 문명인은 반복된 전쟁을 통해 추려진 결과로 지능이 높아졌으며 이것은 일종의 우생학 효과다. 사피엔스의 역사 30만년으로 보면 지능이 높은 시기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짧다.
5. 목표효과
양치기 개가 말티즈보다 지능이 높다. 보더콜리는 양치기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지능이 높다. 인간은 아프리카를 빠져나와 기후가 다른 곳에 적응하며 환경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추운 겨울에 대비하여 식량을 비축해야 하고 맹수의 침입에 대비하여 동굴을 찾아야 하는 등의 이유로 높은 지능이 필요해졌다. 피그미처럼 정글에서 단조로운 생활을 한다면 지능이 높아봤자 칼로리만 소비할 뿐 얻는 이득이 없다.
6. 사교성효과
인간은 얼굴근육으로 감정표현을 활발히 하고 동료와 눈을 마주친다. 이는 대부분의 동물과 다른 점이다. 동물원의 동물은 눈이 마주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피엔스 외에 다른 영장류는 현생인류보다 사교성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야생에서는 먼저 발견되면 죽기 때문이다.
인간이 숲에서 곰을 한 번 봤다면 곰은 그 사이에 사람을 50번 본 것이다. 곰은 자기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한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한다. 보노보의 높은 사교성을 보면 알 수 있다. 보노보 침팬지는 전쟁을 하지 않고 평균 90분마다 성접촉을 하는데 다른 침팬지보다 지능이 높다.
7. 추방효과
인간은 자녀를 집에서 쫓아내는 본능이 있다. 멸종된 다른 영장류는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활발히 이동을 한 흔적은 없다. 강제추방이 연쇄이동을 촉발하여 결과적으로 인간의 지능을 높였다. 이때 추방된 무리는 화랑도처럼 떼를 지어 몰려다녔는데 그들은 이끌어줄 어른이 없으므로 자기들끼리 지도자를 선출했다. 선출된 무리의 지도자는 지능이 높고 얼굴이 잘 생긴 사람이고 그들이 더 많은 유전자를 남겼다. 고대인이 미인을 숭배한 증거는 많다. 화랑도와 같은 떠돌이 청소년 집단은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관찰된다. 현재는 인구가 늘어서 지구에 사람이 꽉 찼으므로 청소년 집단이 이동할 수 없게 되었다. 부족민은 외부인이 자기 영역에 들어오면 반드시 죽인다. 살아남으려면 대집단을 이루고 지능이 높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결속해야 한다. 빙하가 물러간 후 사피엔스가 비어있는 땅을 찾아 대규모 연쇄이동을 했을 수 있다.
8. 가축화 효과
귀여운 동물이 인간에게 선택되듯이 인간이 대집단을 이루고 서로를 가축화 하는 과정에 귀엽고 잘생기고 똑똑한 쪽으로 진화를 유도한 결과로 인간은 그 어떤 동물보다 얼굴과 몸매가 잘 생겼다. 그 과정에 지능도 함께 높아진 것이다. 지능이 높은 아기가 엄마의 자극에 더 잘 반응해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지능이 높을수록 동료와 협력을 더 잘 한다.
개 중에도 머리가 좋은 보더콜리와 사교성이 좋은 리트리버가 점차 우세해지고 있다. 100년 후에는 대부분의 개가 천재견이 될지 모른다.
9. 전쟁효과
인간이 대집단을 이루면 전쟁은 필연이다. 원래 부족민은 20명 정도의 적은 숫자가 모계사회를 이룬다. 모계사회의 구성원은 어머니 한 사람의 자녀들이며 엄마가 다르면 반드시 죽인다. 외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므로 전쟁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종교가 발명되고 대집단이 등장하면 부계사회로 바뀌고 배다른 자식들이 하나의 동굴에 공존하면서 인구가 증가하여 전쟁이 불씨가 계속 이어지면 경쟁적으로 집단의 크기를 키우게 된다. 그 과정에 지능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은 후손을 남겼다.
10. 상호작용 효과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결과적으로 지능이 높아진다. 공통점은 상호작용 증대다. 상호작용에 따른 양의 피드백이 계속되면 계는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시스템이 갖추어졌을 때 계에 가해지는 외부자극은 무조건 크기를 키운다. 몸집도 커지고 지능도 같이 높아진다. 여러가지 복합적 원인이 결과적으로 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