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인의 세번째시집-어긋난 세계] 가 어제 도착했습니다
문 향 ・ 2022. 11. 3.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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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미리 세번째 시집이 나온다고 소개해 달라고 해서
소개만 해 놓고 늦어 진 것 같습니다. 어제야 제 집에 도착해서
오늘 올려 봅니다.,
책소개
박종인 시인의 신작 시집이 산지니시인선 20번으로 출간되었다. 2010년 『애지』로 등단해 세 번째 시집을 펴내는 박종인 시인은 구체적인 사물과 언어를 불러와 어긋나 있는 현실을 구성하는 새로운 세계를 표현한다. 언뜻 평온하고 일상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세계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그 속에 내재한 회의적이다 못해 환멸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현실 모습을 시적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박종인
저자 : 박종인
2010년 『애지』 등단
시집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연극무대』
부산부경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시인의 말 하나
제1부
인생 성공가이드
어긋난 세계
모순
다양한 죄수복
위대한 예술가
추수감사절
솔로몬의 재판
세상에 이용당하자
즉결심판
뒷걸음질
긍정적 사고
카인의 후예
사형수
제2부
기다림을 보았다
자기중심적인
사랑의 불시착
시각적 사유
대학가요제
세상의 현황
1%의 온도 차이
밥 먹는 도서관
진정한 효도
시간 구하기-慾心 欲心
만유인력의 법칙
단점을 장점으로
외국 여행
제3부
검은 봄
대기만성형
타이밍
돈키호테
기억을 걷는 시간
낮과 밤
밀운불우(密雲不雨)
진짜 구별법
작은 자들의 어깨 겯기
모양들
명품의 유효기간
몰래카메라
우격다짐 행복다짐
제4부
100세 시대 분석
반어적 상황
양파의 작용
여자의 소유권
흥부와 놀부
일하기 싫을 때 읽는 시
싸움의 기술
쿠데타
부동산의 가치
B boy dance
숫자 전문가들
일일 대통령
이상한 거래 명세서
해설: 세속의 어긋남과 시적 역설-구모룡(문학평론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창문을 내려다보다가 서서 걷는 사람보다 앉아서 가는 이가 더 많은 것을 본다. 어긋난 세계의 현실이다. 머리가 띵하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재판장이 앉은 위치라는 생각에 서서 걷는 이와 앉아서 가는 이를 재판석에 앉히기로 했다. _「솔로몬의 재판」 부분
본래의 아름다움이 어긋나기 시작했죠. 야금야금 문명의 단맛에 쪼개지고 부서졌죠. 총각의 머리숱이 확연하게 적어졌죠. 사람들 식성은 메뚜기 떼 같았죠. 벌레 먹은 과일이 더 달콤하다고 야금야금 운명의 단맛에 쪼개고 부수었죠. _「즉결심판」 부분
한 사람을 놓고 어느 사람은 비도적적인 빨간색으로 보거나
어느 사람은 도덕적인 파란색으로 보거나
사과를 잘라먹으면서 왼쪽 면만 보거나
전체를 보거나
진화를 보거나
창조로 보는 것이나, _「자기중심적인」 부분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 우리가 살고 있는 낯설지 않은 세계
여기는 에덴, 젊고 싱싱한 차들이 쌩쌩 달린다. 갑작스레 사과 하나 훔쳐 먹자 도미노 현상이 전개된다. 멀쩡하던 도로가 용량을 초과한 트럭에서 큰 통을 하나 떨어뜨린 것 같다 문제가 많은 세상이다 도로는 급속히 구부러지고 휘어지고 차에서 뛰어내린 통은 폭탄이다. 도로가 꽝꽝 폭발한다. (「어긋난 세계」 부분)
표제작 「어긋난 세계」에는 시인이 꼬집고자 하는 세계의 어긋난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용량이 초과한 트럭이 야기한 도로 위의 비명부터, 사고가 발생하자 구급차보다 먼저 나타난 레커차까지. 세계의 어긋난 부분은 하나로부터 파생되는 것이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이 세계 속에서는 “옳고 그른 도덕과 비도덕이 한꺼번에 무너”(「작은 작들의 어깨 겯기」)지고 “빼앗은 부자가 가난을 짓밟고도 행복”(「낮과 밤」)하다. 이런 세계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시인이 표현한 ‘어긋난 세계’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시인이 구축한 세계는 시인이 환멸적으로 바라보는 비극적 세계임과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와 일치한다. “한 사람을 놓고 어느 사람은 비도덕적인 빨간색으로 보거나/어느 사람은 도덕적인 파란색이라고” 보는, “무엇이나 자기중심적”(「자기중심적인」)인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바로 그런 어긋난 세계인 것이다.
▶회복과 생성에 대한 희망의 언어
시인의 마음이 화해를 지향하고 동일성을 추구하는 일은 지속적인 시적 과정이다. 나누어지고 어긋난 삶을 고뇌 없는 조화로움으로 봉합하는 서정은 없다. 오히려 시인은 궁극의 화를 추구하기에 대립하고 싸우고, 분열하며 흩어지고 얽히는 세속에 더 민감하다. 시적 발상의 근본적인 원천은 기원의 단절이지만 이로부터 비롯하는 비극적 감성을 쉽게 초월할 수 없는 게 시인의 숙명이다. 시인은 환상에 눈멀기보다 그 이면의 진실을 보려는 존재이다. 박종인 시인의 개성적인 발화도 일상과 현실에서 만나는 어긋남의 사태를 구체적인 언어로 기술하는 데서 나타난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시인은 어긋난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상세히 표현하며, 그 절망적인 세계에 내재한 문제를 기술하고 있으나, 그 세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이후 새로운 세계가 도래하기를 갈망하기도 한다. 시인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당도한 시대의 부조리와 파국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회복과 생성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이러한 시인의 태도는 시인이 구축한 어긋나 있는 시적 세계뿐 아니라 현실의 시인이 발 딛고 있는 어긋나 있는 세상에 품고 있는 희망일 것이다.
어긋난 세계
박종인
시간은 세 시에 사망했다
여기는 에덴, 젊고 싱싱한 차들이 쌩쌩 달린다. 갑작스레 사과 하나 훔쳐 먹자 도미노 현상이 전개된다. 멀쩡하던 도로에 용량을 초과한 대형트럭이 큰 통 하나 떨어뜨린 것 같다. 문제가 많은 세상이다. 도로는 급속히 구부러지고 휘어지고 차에서 뛰어내린 통은 폭탄이다. 도로가 꽝꽝 폭발한다. 질병과 불안전이 연쇄 충돌한다. 비명은 역대급이다. 직진으로 달리던 속도는 쓰러지거나 주저앉았다. .
사고의 파편이 이리저리 튕긴다. 뒤따라오던 오후의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의식이 흐릿해진다. 속도는 방전되고 체증으로 짜증으로 주말의 고속도로가 사람들이 폭발한다. 도로변 가로수들도 덩달아 폭발하고 길의 꼬리는 점점 늘어난다.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뒤안길이다. 마지막 날의 특징들이 튀어나온다.
길가에 잠복했던 레커차가 구급차보다 발 빠르게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오고 하이애나처럼 들시글, 사람들이 신음을 낚아챈다. 사건들이 아파서 아우성친다.
검은 봄
박종인
어긋난 세계, 꽃피는 봄날, 만발한 꽃들이 싱숭생숭 바람을 뒤집는다. 이리저리 뒤집히다 바람 꽃동네 삽화 속 풍경과 사랑에 빠진다. 도서관은 늘 그녀를 읽는 곳이다. 글자들이 빽빽한 사연을 이루고 책 속의 연애는 절정이다.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그림 속 여자에게 청혼을 한다. 그녀를 만나자 해 저무는 줄 모른다. 울울창창한 나무도 봄 향기에 빠져 있다. 도서관 앞 벚나무가 꽃을 가지에 내걸고 바람의 눈은 여전히 책에 꽂혀 있다. 그녀가 꽃뱀으로 드러날 때쯤 그에게선 단물이 다 빠져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쇼크가 반쯤 정신을 내보내 버스에 책가방을 그만 놓고 내렸다.
느닷없이 그녀가 떠났다. 둘러보니 벚나무는 꽃을 버린 지 오래, 바람은 화들짝, 책 속의 봄에서 빠져나와 도덕적 세계에 와 있다. 봄이 한꺼번에 다 사라졌다.
기다림을 보았다
박종인
십년 못 본 강산 훌쩍 낯설다. 상전벽해라더니, 세월의 주름을 달고 있는 느티나무, 제법 터를 늘렸다. 허나 제자리 보행의 어긋남이다. 서너 걸음 곁에 톱날이 다녀갔다. 그루터기가 의자로 변하는 과정은 짧고 상처는 길다. 나는 강산에게 적인가. 아군인가. 산을 떠나 마을에 뿌리내린 나는 동거인가. 별거인가. 나무와 나무의 간격은 사람의 간격만큼 예민하다. 새로 이주한 잡목들이 지지대도 없이 버틴다. 근성이 좋은 뿌리가 보이지 않는 지팡이다. 아버지의 걸음이 찍힌 오솔길은 사라지고 그늘은 나무 벤치가 차지했다. 훌쩍 키가 자란 대화를 그들은 해독할 수 있을까.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던 어긋난 붉은무릎 기억할 수 있을까. 기다림이 무성하다. 어쩌면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시간에 쫓겨 떠나간 열차
나무들의 무릎을 보았다.
십 년 뒤 나의 모습을 앞당겨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