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 일시: 2018년 2월 3일 (토)
o 날씨: 맑음 (찬바람)
o 산행코스: 석개재 - 묘봉 - 용인등봉 - 삿갓봉 - 불심재 - 934봉 - 평전사거리 - 한나무재 - 진조산 - 답운재
o 산행거리: 26.5km
o 소요시간: 11시간
o 지역: 강원 삼척, 경북 울진
o 일행: 서울올빼미산악회 낙동정맥종주대
o 코스정보:
o 코스지도
약간은 계획적으로(?) 낙동정맥종주대에 뛰어들었습니다.
4월말이면 현재 진행중인 호남정맥종주가 끝나기 때문에 새로운 정맥길을 찾아야 하는데,
마침 올빼미산악회의 낙동정맥 종주가 전체적인 스케쥴상 궁합(?)이 맞는 것 같습니다.
호남정맥길에서 경험했듯이 대간길과는 사뭇 다른 정맥길의 등로 특성 등을 생각하면
또다른 정맥길을 시작한다는 것이 기대감 보다는 부담감이 더 큰 것이 사실이지만
한번 들여놓은 발걸음을 거둬들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1대간 9정맥 종주를 완성하는 그날까지...
요리조리 재는 바람에 1,2구간은 빼 먹었고, 오늘 3구간부터 시작합니다.
한파가 다시 몰려온다고 하더니, 들머리 석개재의 새벽도 제법 쌀쌀합니다...
석개재는 삼척시 가곡면과 봉화군 석포면을 잇는 910번 지방도가 지나는 고개이며,
고개 너머에 있는 석포(石浦)의 옛이름인 석개(石開)는 돌이 열리면서 마을을 이루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 석개재 (들머리)
드디어 낙동정맥의 첫걸음을 시작합니다.
등산로에 쌓여있는 눈이 발걸음을 따라 서걱거립니다.
초반 비교적 무난하던 등산로는 북도봉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고,
눈에 미끄러지는 발걸음은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아이젠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일단은 조금더 가보기로 합니다...
▼ 북도봉
북도봉을 치고 올라오면 그 오르막 위가 묘봉 갈림길입니다.
묘봉은 정맥길에서 우측으로 약 500m(왕복 1km) 벗어나 있는데, 앞서가고 있는 일행들을 따라 얼떨결에 묘봉으로 향합니다.
베낭을 벗어두고... 맨몸이라 그나마 묘봉까지의 오르막길이 한결 수월합니다...
▼ 묘봉 갈림길
▼ 묘봉
묘봉에서 돌아와 다시 베낭을 맵니다.
산이 깊어질수록 눈도 많이 쌓여있어 아이젠도 착용하고...
그리고 이어지는 내리막길후 짧은 오르막길, 그 위가 용인등봉입니다...
▼ 용인등봉(1124봉)
용인등봉(龍仁登峰)에는 두가지 전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인근 문지골과 괭이골 사이에 어진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며,
다른 하나는 인근에 살았던 용이라는 청년이 나무로 만든 기러기를 묻어두었는데 그후에 나무기러기가 솔개가 되어 날아갔다는 전설입니다...(펌)
용인등봉에서 등로는 깊게 미끄럼을 탑니다.
등로 주변의 금강송과 산죽이 제법 운치를 더해 주고,
나무사이로 며칠 지난 수퍼문도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깊게 하강하던 등로는 997봉으로 튀어오르고
문지골 6폭 갈림길을 지나갑니다...
이곳의 동쪽아래는 아름다운 산세와 폭포로 유명한 덕풍계곡입니다.
요즘이야 응봉산 산행과 연계한 덕풍계곡 트래킹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과거에는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오지 중의 오지였습니다...
▼ 997봉
▼ 문지골 6폭포 갈림길
동쪽하늘에서 일출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바로 앞으로 보이는 작은 암릉위로 떠오르는 붉은 해...
안개와 나무에 가려 툭트인 조망이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등로는 이제 삿갓봉을 향해 올라가고,
쌓여있는 눈은 발목까지 빠지기 시작합니다...
'광산진입로'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잠시 임도를 걷다가, 임도를 벗어나 오르막을 올라가면 삿갓봉입니다.
광산은 과거에 수정광산이었으나 지금은 폐광이라고 하네요...
삿갓봉에는 산불 무인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곳은 안일지맥(삿갓봉~왕피천, 약 31km)의 분기점이기도 합니다.
삿갓봉도 별다른 조망이 없습니다.
그저 나무사이로 보이는 겨울산하를 빼꼼 들어다 보는 것 외에는....
삿갓봉은 아주 옛날에 이 지역에 큰 비가 왔었는데 삿갓 모양의 이 봉우리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삼척시 가곡면, 봉화군 석포면과 울진군 금강송면 삼개면의 경계라고 해서 삼면봉이라고도 합니다.
지리산 삼도봉의 축소판이라고 할까요...
▼ 삿갓봉
삿갓봉은 바로 아래에 있는 삿갓재로 이어지며,
삿갓재에서도 산길과 임도길을 왔다갔다하며 걷게 됩니다.
눈길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 삿갓재
오늘 오후부터 다시 찬바람이 몰아치고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하더니
이곳 산속은 진작부터 찬바람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기온은 영상이라고 하는데, 바람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 5~8℃는 될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장갑을 벗기가 겁이 납니다.
양지바른 곳을 찾아 아침요기를 하고 휴식과 체력을 보충했습니다...
다시 발걸음을 서두릅니다.
오늘 코스의 거리가 짧지 않고,
눈길이라 아무래도 예상시간보다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산길을 내려가 다시 임도를 걸다보면 불심재로 이어집니다.
아마도 지도상에 표시되어 있는 임도삼거리(소광, 석포, 전곡) 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곳에는 산악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 불심재
임도와 산길이 나누어집니다.
임도를 따라 계속 가도 964봉에서 등로와 합류하며,
산길을 따라가면 백병산 갈림길과 1136봉을 경유하여 964봉으로 이어집니다...
순간의 선택...
임도를 버리고(?) 쉽지않아 보이는 정맥길을 따라 다시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이제는 눈이 무릎까지 빠지기도 합니다.
발걸음도 훨씬 무거워지고 작은 오르내림도 버거워지지만,
그 길에서 만나는 작은 응원이 힘을 보태줍니다...
백병산 갈림길을 지나갑니다.
그리고 쭉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산길도 걷고 임도도 걷고....
▼ 백병산 갈림길
백병산 갈림길을 지나면 1136봉인데 암릉과 흰눈이 어울어져 한폭의 산수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조망이 없었는데,
1136봉에서 크게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힘을 냅니다.
그런데 이런...
등로는 1136봉을 오르지 않고 서쪽사면을 따라 구불구불 어렵게 우회합니다.
대략 난감~
사진도 한장 찍지 못했는데...
▼ 1136봉(펌)
결국 숲도 나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1136봉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1136봉을 지난 등로는 964봉 임도와 다시 합류한 후 이제 934봉을 향해 올라갑니다.
눈길이라 작은 언덕도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아직도 갈길이 먼데...
934봉은 승부산이라고도 불리며,
이 부근의 부족국가들끼리 전투시에 승부가 자주 결정나는 마을(승부리)과 산(승부산)이라서 붙여진 지명이랍니다.
오지 중의 오지인 이곳에서 낙동강 상류의 물을 확보하기 위한 전투가 치열했다는 뜻이겠지요... (펌)
▼ 934봉 (승부산)
다시 찾아온 체력 방전의 위기...
작은 언덕에 주저앉아 남은 부식으로 열량을 보충합니다.
이온음료는 찬바람에 얼어 자연스럽게 슬러시가 되어 있습니다...
내리막길에서는 발걸음을 자연의 섭리에 맡깁니다. 자동입니다...
눈길에서는 눈에 미끄러지고,
낙엽길도 눈길 못지 않게 미끄럽습니다.
눈길도 낙엽길도 바닥이 제대로 밟히지 않고 공중을 걷는 느낌....
▼ 840봉
평전사거리에서 내리막길의 저점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짧고 치고 올라갔다가 내려가면 한나무재로 이어집니다...
▼ 평전사거리(?)
한나무재는 금강소나무숲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멋진 소나무숲길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걸어야 하는데,
지금은 입에서 단내가 폴폴나고 있습니다.
진조산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850봉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나무재는 새넓재라고 부르기도 하며,
작은 늪이 많은 고개라고 하여 '작은 넓재'라고도 불리며 승부리 장터로 가는 중요한 고개였다고 합니다...
▼ 한나무재
▼ 850봉
한나무재에서 시작된 오르막의 끝이 진조산입니다.
진조산 정상에는 무덤 2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조상님들을 좋은 곳에 모시고자 했던 우리민족의 효심을 보는 듯 합니다...
▼ 진조산
진조산에서는 그나마 약간의 조망이 열려있습니다.
찬바람이 매섭게 온몸을 파고 들지만
모처럼의 시원한 조망을 깊게 음미합니다.
사진의 뒷쪽으로 보이는 산이 다음코스인 통고산인 것 같습니다...
내일이 입춘인데,
이곳은 겨울이 다시 찾아오는 모양입니다...
고도표를 보면 진조산에서 날머리 답운재까지는 고속도로 같은 내리막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헛된 기대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내리막 구간인데 오르막이 계속하여 나타납니다.
그것도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
점점 다리가 마비되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고난이라 어쩌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고질병(?)인 다리경련(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오르막은 왜 이렇게 힘이 들까요??
아무래도 하체근력 강화를 위한 특단의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굴전고개
굴전고개까지 내려오면 다시 피할수 없는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음을 비워봅니다.
하지만 힘든 것을 마음만 비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무릎을 다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OO님의 꽁무니를 따라가기도 급급합니다...
헥헥~~
굴전고개는 울진군 금강송면 쌍전리와 굴전리를 연결하는 고개입니다.
답운재 직전에 있는 송전탑을 지나 이제 쭉~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키 높이의 산죽길을 지나는데,
그 뒤로 죽의 장막처럼 또 한번의 고개가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오 마이 갓~,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네요...
기를 쓰고 또 올라갑니다.
머리속에는 이 길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생각만 가득합니다...
드디어 날머리 답운재에 도착했습니다.
답운재는 답운치(踏雲峙)라고도 하며, 고개에 늘 안개가 끼어서 고개를 넘을때 마치 구름을 밟고 넘는 듯한 고개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해발 686m이며 동쪽으로는 통고산자연휴양림을 서쪽으로는 봉화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고, 또한 태백산백의 분수령으로 동해로 흘러드는 냇물은 불영사 계곡물의 상류가 되고, 서쪽으로 흐르는 냇물은 낙동강의 상류가 됩니다. 현재는 울진과 봉화를 이어주는 국도36호선이 동서로 지나고 있습니다. (백과사전 등에서 인용)
▼ 답운재 (날머리)
눈길이라 예상보다 1시간이 더 소요되었습니다.
낙동정맥에 무사히 데뷰는 했지만 몸은 너덜너덜~
호남정맥길에서 경험했듯이 낙동정맥길도 어쩔수 없는 정맥길이라는 것을 확인한 하루였습니다.
조망도 거의 없고
수풀과 덤불을 헤쳐야 하는 미답지 같은 등로
그리고 계속하여 몰아치는 업다운...
이런 길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휴~ 걱정입니다...
귀경하는 길에 봉화군 춘양면에서 목욕도 하고
능이버섯전골과 시원한 맥주를 곁들인 뒷풀이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