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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나래시조문학상 및 나래시조신인상 심사결과 발표
제20회 나래시조문학상 및 2008년도 나래시조신인상 심사결과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 제20회 나래시조문학상
수상시인 / 김조수
수상작 / 「대왕암 日出 앞에서」
◇ 심사위원
예심(선고)위원 : 서정택, 이태순
본심위원 : 정완영, 리강룡, 신후식, 정광영, 권갑하
■ 2008년도 나래시조신인상
정진호 / 당선작 : 「길을 내다」
박홍재 / 당선작 : 「국밥집에서」
이규양 / 당선작 : 「된장 할머니」
◇ 심사위원 : 정완영, 리강룡, 권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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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회 나래시조문학상 수상작
<수상작>
대왕암 日出 앞에서
김조수
한바탕 전운의 불길 기어코 타 오른다
갈가리 찢어지는 귀머거리 함성과 함께
보아라 노동의 수만 손들, 꽃물 끝없이 쏟아낸다.
눈물과 함께 먹은 설움의 빵 조각들
물비늘 저 물비늘 빛살무늬로 파닥인다.
의지의 내 지느러미는 어디 해역 달려가나.
간밤 파도와 싸운 저인망선 돌아온다
어판장 내리꽂는 눈부신 은빛 광채
팔팔한 삶의 숨결을 뱃고동이 토해낸다.
암벽에 머리 부딪고 자성하는 젊은 파도
옷매무새 추스르며 다시 내딛는 시간 앞에
담금질 붉은 불판을 가슴 가득 안는다.
<약력>
1959년 경북 고령 개실마을 출생. 2000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당선. 울산문협, 울산시조협,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회원. 현재중공업(주) 근무
<수상소감>
뜻하지 않은 사고로 악몽 같은 긴 터널 두 달 보름 동안 투병 생활을 끝 내고 그 여파가 남아 요양을 하고 있을 때 불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조금은 귀를 의심해도 좋을 그런 희소식 나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제20회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분명 그렇게 타전 해왔다.
반가움인지 두려움인지 아직은 받아들이기가 편치 않음은 왜일까 소홀했다. 그동안 많이도 시조 그릇에 채우지 못한 역량을 빚으로 지고 살았다. 조금씩 갚아 나가리라 자책 한다.
큰 어른 백수선생님. <나래>는 분명 무한의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임을 자부 합니다. 오래 오래 옥체 평강하셔서
저희들 곁에 머물러 주십시오.
올 여름 직지사 계곡에서 우리 모두 시원한 막걸리 통에 주욕(酒浴) 한 번 합시다.
<심사평>
제20회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작품을 김조수의「대왕암 일출 앞에서」로 결정한다. 예심위원으로부터 넘어온 선고 작품은 세 명의 시인으로 세 분 모두 어느 분의 작품을 내세워도 무리가 없을 만큼 시적 골격이 단단하였다. 특히 수상자의 작품에서는 작품 전편에서 한결같이 <무거운 집념>, <진실을 추구하는 진한 삶의 숨결> 등 말하자면 땀 냄새와 더불어 <삶의 진국 물> 같은 시적 치열미를 느끼게 함이 돋보이고 있다는 데서 당선작으로 미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되었다.
당선작「대왕암 일출 앞에서」도 같은 맥락의 작품이다. 전편에 쓰인 시어들은 사뭇 전투적이다. 화려한 동해 일출을 <한바탕 전운의 불길>로 표출한 데서부터 시작하여, 거기서 유추한 <갈가리 찢어지는 귀머거리 함성>과 <노동의 수만 손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둘째 수에서는 첫 수를 받아 빛살무늬로 반짝이는 물비늘에서 <눈물과 함께 먹은 설움의 빵 조각들>을 떠올리는 한편 <의지의 내 지느러미는> 어느 해역(海域)을 가고 있는지 되물으며 자조(自嘲)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셋째 수에서는 뱃고동 소리와 함께 은빛 광채가 출렁이는 팔팔한 삶의 현장인 어판장의 정경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렇게 셋째 수까지 거칠 것 하나 없이 폭포처럼 달려온 <전운>은 끝수에 와서야 비로소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옷매무새 추스르며 다시 내딛는 시간 앞에> 새로운 생활에의 길을 모색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담금질 불판> 을 뒤로 하여 그 불판을 닮은 아침 해가 오버랩 되어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김조수의 시적 환경과 초점은 조선소의 용접공, 불량품 인생, 눈물 묻은 빵 등 하층민의 고달픈 삶, 그리고 그 것을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는 데 맞춰져 있다. 이러한 세계는 피부로 체득하지 않으면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재(詩材)가 아니다. 자칫 어설프게 건드리다가는 탁상공론에 그칠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김 시인은 수상을 계기로 지금까지 일궈 온 시의 밭을 더욱 깊이 천착하여 <눈물 묻은 빵>을 대하는 이들의 세계를 시로 표출하는 데 독보적인 자리를 잡게 되기를 빌고, 다시 한 번 제20회 나래시조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는 바이다. (리강룡)
◇ 심사위원
- 예심(선고)위원 : 서정택, 이태순
- 본심위원 : 정완영, 리강룡, 신후식, 정광영, 권갑하
2008년도 나래시조신인상 당선작
【당선작】
길을 내다
정진호
오던 길 자취도 없이 쓸려간 썰물의 시간 갯고둥은 물길 따라 점점이 원을 그린다 서늘한 어둠을 뿌려 자리 트는 별 보며 멈추지 않는 딸꾹질처럼 파도는 들썽대고 아슬히 등이 굽는 어부의 늦은 귀가 위로 눈시울 붉어진 바다가 어둑어둑 술렁인다 별빛은 날을 세워 나붓나붓 눈을 뜨면 내 안의 끊어진 돛대 수평선에 매어놓고 다 저문 시간 속으로 환청 같은 길을 낸다.
<약력>
정진호(鄭震鎬)
1959년 경북 성주 출생. 금오공대 산업대학원 및 계명대 교육대학원 졸업. 2006년 대구시조시인협회 전국시조공모전 입상. E-Mail : jhjung@knut.kumoh.ac.kr
<당선소감>
5월의 푸른 아침,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나래시조 신인상 당선>이란 기쁨이다. 이 기쁨, 구름 뭉실 떠다니는 하늘도 장미도, 부활하는 오월도 알지 못할 것이다. 이럴 때 사람의 마음에서도 풋풋한 향이 난다는 것을. 바라보는 건너 산에 바람이 건듯 부는지 나뭇잎이 <축하해요. 그리고 더 열심히 하세요.> 라고 말을 하는 것 같다.
어느 해 직장 동료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직지사 여름시인학교>. 소풍 삼아 가벼운 발걸음을 하게 된 것이 오늘의 기쁨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그 후 시조에 무지한 제가 인터넷 문학클럽 <시로 여는 e좋은 세상>과 인연을 맺으면서 정형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단수시조 백일장에 도전을 하였고, 예심과 본심 심사위원님들의 작품 평을 되새기면서 시조의 맛을 조금씩 알게 되고 서툴지만 약간의 맛을 우려 낼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나래시조>와 <시로 여는 e좋은 세상>이 있고 선배문인들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게으른 저에게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알고 주신 큰 상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리고 앞선 선배문인들을 도와 민족시의 길을 개척하고 확장하는데 일조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선작】
국밥집에서
박홍재
모퉁이 돌 때마다 바람도 절절 끓는다
동여맨 하루 푸념 가마솥에 풀어 넣고
어설픈 농담 한마디 양념으로 간 맞춘다
얼큰히 취한 사내 긴 그림자 비틀댄다
풋고추 된장 묻은 손가락 저 손톱 때
막걸리 한 두 사발에 하루해도 취했다
늘어진 연장 가방 둘러매는 등 너머로
굽은 어깨 해진 옷깃 짚고 넘는 서녘 노을
부시럭, 지폐 몇 장도 접힌 허리 펴고 선다
디딘 자국 또 디뎌 허방 자꾸 깊어져도
발자국 자국마다 덜 끓은 삶이 있어
어둠은 저 너머에서 해를 절절 끓이겠다.
<약력>
1953년 경북 영일(현포항시) 출생.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졸. 현재 S&T 대우 근무. 글빛촌 문우회 회원
<당선소감>
하늘이 참 푸릅니다. 어제는 5월답지 않게 소나기가 쏟아지고 천둥도 쳐댔습니다.
그런 중에 기쁜 소식을 받았습니다. 항상 울타리 바깥에서만 바라보던 곳. 서성이다 발길을 돌리기도 하고 다시 또 서성이기를 수 십 년이었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결코 그냥 흘려보낸 세월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기웃댄 만큼 울타리 안이 보였고, 서성댄 만큼 발자국도 깊어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책을 읽는 제 곁에 앉아 물레를 돌리시던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일러주시던 자상한 어머니. 새로운 출발점에 서서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품었던 시조사랑이 살아오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3장 6구 시조라는 형식에 제 삶과 세상을 실어 내려합니다. 곁에서 늘 독려해 주는 글벗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함께 가는 도반들이 있어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선해 주신 나래시조에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고 흐트러지지 않는 시조사랑을 견지할 것입니다.
푸른 5월의 하늘을 다시 한 번 올려 다 봅니다. 저도 하늘처럼 푸른 물이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선작】
된장 할머니
이규양
시인이 새싹에 맴도는 혼을 못 잊어
조촉(弔燭)에 불 댕기고 밤새도록 술을 마실 제
인자(仁者)를 가엽게 여겨 된장국을 끓이시다
시비가 그치지 않는 세상살이 속에서
이른 봄에 햇눈이 더럽힐까 저어하여
인화(人和)의 본보기라며 된장찌개 내더이다
시절이 좋아지면 봄나물도 흐드러지려니
서로가 손잡아야할 이웃의 사랑이라
노인네 몸보신으로 된장죽 나누더이다.
* 弔燭 : 장례식에 켜는 초
<약력>
1936년 생. 대구사범본과 졸업 초등교사로 재직. 대한민국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 2008년『시 그리고 차 한 잔 Ⅵ』 출간
<당선소감>
지난 밤, 초목들의 갈증을 씻어줄 정도로 촉촉이 비가 내렸고, 아침부터 까치가 울어대더니 <나래시조신인상 당선>이라는 소식이 왔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영광을 받을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우연히 <시로 여는 e 좋은 세상> 회원이 되어 시조를 접하게 되었고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정형시라는 제약에 고충을 느꼈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데 어려운 길을 구태여 택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쓰면서 점점 시조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고시조와는 다른 현대시조의 발전상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기초공사도 하지 못한 상태인데 이런 큰 영광을 얻게 되어 기쁨보다는 운신이 어려워졌음을 느낍니다.
<시로 여는 e 좋은 세상>에서 활동하시는 시인님들과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시인님들의 즉석 지도와 충고에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시로 여는 e 좋은 세상>의 시인님들과 회원 여러분의 덕입니다.
우리 주변은 참 어렵습니다. 제 시 한 구절이 그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고 일어설 수 있는 받침돌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또한 자연의 신비로운 이치를 세밀히 관찰하여 아름다운 글로 알리고 싶습니다.
부족한 작품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며 신인상 당선이 새로운 시작의 채찍임을 명심하고 부단히 노력할 것임은 물론, 한 획, 한 자에도 정성을 쏟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심사평>
정진호의「길을 내다」, 박홍재의「국밥집에서」, 이규양의「된장 할머니」를 2008년도 나래시조 신인상 당선 작품으로 결정합니다. 그 동안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꾸준하게 시조를 학습시켜 온〈시로 여는 e좋은 세상〉의 운영위원장님을 비롯한 여러분께 동인의 한 사람으로서 심심한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당한 시간을 시조밭을 일구는 데 할애해 오신 여러분들의 땀의 결과가 국내 각 시조 백일장을 비롯한 문학 행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신인상 후보에도 당선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그 동안〈시로 여는 e좋은 세상〉에서 수련을 쌓은 분들이거나 직지사 전국시조백일장을 비롯하여 우리 나래에서 주관하는 지상 백일장 등의 문학 행사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당선자 중에서 정진호 시인 같은 경우는 얼마간의 간격을 두고 정기적으로 작품을 대할 때마다 그 질이 눈에 띄게 향상되어 오늘 마침내 신인상의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선자로서도 매우 반가운 마음입니다.
작품을 일별합니다. 먼저 정진호의「길을 내다」입니다. 세 수를 시간의 순서에 따라 추보식(推步式)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첫 수를 읽으면 시인의 상황 케치 능력, 이를 시화(詩化)하는 능력을 짐작하게 하고 있습니다. 둘째 수는 다분히 감각적인 가운데 적확한 비유를 동원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등이 굽은 어부>와 <눈시울 붉어진 바다>에서 어부와 바다의 일체감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끝수의 종장에 가서야 시제(詩題)가 되는 <길>을 내고 있습니다. 하루라는 시간의 길이 스러지고 새로운 길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들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정 시인의 능력을 감지하게 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박홍재의「국밥집에서」를 봅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피로를 푸는 <국밥집>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풋고추 된장 묻은 손가락 저 손톱 때> 와 같은 자세한 관찰의 눈도 보이고, <발자국 자국마다 덜 끓은 삶이 있어>와 같은 가구(佳句)도 가지고 있습니다.
끝으로 이규양의「된장 할머니」입니다. 살아오신 연륜이 깊은 만큼 선택된 시어(詩語)들도 무게가 있습니다. 다만 셋째 수 중장의 <서로가 손잡아야 할 이웃의 사랑이라>는 투의 종지법(終止法)은 지양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들에서는 다소 서술적으로 시를 짜는 감이 있으니 더 깊은 사려를 부탁드려 봅니다.
당선된 세 분들에게 몇 마디 당부를 드립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한 사람 언어의 장인으로 시조단에 입문하게 되었으니 일자일구를 세심하게 살펴 태작(駄作)을 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며, 시조의 율(律)을 다스리기 위한 공부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바랍니다. 당선이 기쁜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만큼 자신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하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세 분 시인을 우리 시조단의 새 가족으로 맞게 됨을 기뻐하며, 다시 한 번 신인상에 당선되심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입니다. (리강룡)
◇ 심사위원 : 정완영, 리강룡, 권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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