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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할 구절이 있어서 성경을 꺼내 펼쳤더니.... 책갈피 사이에서 꽃잎 한 장이 바싹 마른 채로 잠자고 있다....목련꽃이런가.... 물기 하나 없이 바싹 마른 꽃잎을 보고 있자니.... 林芙美子 < 하야시 후미코 >의 소설 晩菊이 불현듯 떠오른다.
18살에 게이샤< 기생>가 되어서 평생을 여자로 살아온 지금 나이 쉰 여섯 살의 퇴기가.... 젊은 날 헤어졌던 남자로부터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하던 이야기....
자신의 아들뻘이 되는 연하지만....그래도 자신의 남자였던 그 정인에게 늙어버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퇴기는 열심히 맛사지를 하고....분장을 한다. 옛사랑의 추억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그리고 여즉 여자로 봐주기를 원하는 마음에.... 그러나....연하의 그 남자의 목적은 오로지 금전에 있다는 걸 알고 난 후의 퇴기의 행동에 시니컬한 웃음을 금치 못했던 그 소설....
퇴기는 자신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는 연하의 그 남자를 보며 생각을 한다. 옛날 불타오르던 두 사람의 사랑이.... 지금에 와서 보니 서로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음을....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저 서로를 강하게 갈구했던 암컷과 수컷 정도의 관계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바람에 떠도는 낙엽처럼 허무한 남녀 관계였을 뿐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여기에 앉아 있는 자신과 그 남자는 아무 것도 아닌.... 그저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을 뿐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고.... 그런 생각을 하는 퇴기의 가슴 속으로 찬 바람 한 줄기가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은 더 이상....여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으로 소설은 끝났던가....?
외모에 대해 유별나게 신경을 쓰는 여자들.... 스스로가 미인이라고 자뻑에 빠져 있는 여자들.... 다~좋다만.... 진정한 미인은 자신이 아름답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는 여자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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