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국을 먼저 마친 조치훈 9단과 이세돌 9단이 함께 모니터를 지켜보며 검토를 하고 있다. 2004년
쯤인가, 조치훈 9단이 삼성화재배 우승 후 인터뷰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후배 한명만 꼽아달라는
질문에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이세돌 9단을 꼽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 조치훈 9단은 에세돌을
두고 이렇게 평했었다. "아주 지긋지긋한 사람이에요."
한국바둑이 최근의 부진을 씻어내는 시원한 승리 소식을 전하며 오랜만에 바둑팬들을 기쁘게 했다.
3월 30일 중국 장쑤성 타이저우시 타이저우 호텔에서 제9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 제2회전(16강전)에서 한국은 출전기사 5명 중 이세돌 9단, 박정환 9단, 원성진 9단, 김지석 8단이 모두 중국 기사들에게 승리를 8강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최철한 9단은 중국 박문요 9단에게 패하면서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최근 중국과의 맞대결에서 잇달아 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던 한국바둑. 그러나 최근 세계대회 시리즈의 마지막 춘란배에서 중국에 반격하며 회생의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한국랭킹 1위와 2위, 이세돌 9단과 박정환 9단의 건재를 확인한 것이 무엇보다도 고무적이었다.
비씨카드배 본선 64강전에서 중국의 무명 미위팅 3단에게 패해 자존심을 구겼던 박정환은 마침 제대로 찾아온 설욕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미위팅과의 리턴매치에서 불과 151수만에 항서를 받아내며 설욕에 성공했다.
이세돌 9단의 핵펀치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도 수확이었다.
비씨카드배 32강전에서 중국의 무명 당이페이에게 패해 충격을 안겨줬던 이세돌은 치우쥔과의 대결에서 상변 대마를 일직선으로 잡으러가, 무려 40개가 넘는 대마를 생포하면서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 박정환 9단. 최근 돌풍을 일으켰던 미위팅 3단에게 통쾌한 설욕전을 펼쳤다.
원성진 9단의 승리 소식도 반갑다. 작년 말 구리 9단을 꺾고 삼성화재배 우승을 차지했던 원성진 9단. 하지만 우승 후유증인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원9단이 이번 대회에서 컨디션 회복의 조짐을 보있고 있는 것. 1회전에서 중국랭킹 1위 탄샤로를 꺾었던 원성진은 2회전에서 구링이 5단까지 제압하며 중국 신예들의 발호를 눌렀다.
한국바둑 회복의 완성은 김지석 8단의 손에 의해 완성되었다.
김지석 8단은 중반까지의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종반 구리 9단에게 바짝 쫓겼으나 끝내 반집의 우위를 지켜내며 구리 9단에서 항서를 받아냈다. 그동안 구리 9단에게 3연패를 당했던 김지석은 최근 농심배와 춘란배에게 연속 승리를 거두면서 새로운 구리 9단 킬러로 떠올랐다.
한편 대국이 끝난 직후 열린 8강전 대진추첨에서 한국과 중국은 이번에도 나란히 4대 4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박정환 9단이 천야오예 9단과, 이세돌 9단은 박문요 9단과 대결을 벌이게 됐으며 원성진 9단은 장웨이지에 9단, 김지석 8단은 콩지에 9단과 대결을 펼치게 됐다.
춘란배 8강전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춘란배의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 여기에 6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덤은 7집 반이며 우승 상금은 15만 달러(한화 약 1억 8000만원) 이다.
■ 제9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8강 대진표
이세돌 9단 vs 박문요 9단
박정환 9단 vs 천야오예 9단
원성진 9단 vs 장웨이지에 9단
김지석 8단 vs 콩지에 9단
(같은 국가선수들끼리의 대결을 피하기 위해 준결승까지 매회 대진 추첨)
■ 제9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16강전 결과
●이세돌 9단(한국) vs ○치우쥔 9단(중국) - 199수끝, 흑불계승
○원성진(한국) vs ●구링이 5단(중국) - 206수끝, 백불계승
●최철한 9단(한국) vs ○박문요 9단(중국) - 313수끝, 백5집반승
○김지석 8단(한국) vs ●구리 9단(중국) - 266수끝, 백불계승
●박정환 9단(한국) vs ○미위팅 3단(중국) - 151수끝, 흑불계승
○조치훈 9단(일본) vs ●천야오예 9단(중국) - 249수끝, 흑4집반승
●콩지에 9단(중국) vs ○씨에허 9단(중국) - 189수끝, 흑불계승
●천스위엔9단(대만) vs ○장웨이지에 9단(중국) - 222수끝, 백불계승
▲ 이세돌 vs 치우쥔. 바짝 엎드린 치우쥔 8단의 대국 자세가 인상적이다.
▲ 김지석은 최근 구리 9단에게 2연승을 거두면서 8강에 진출했다.
▲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부진에 빠져있던 원성진 9단. 오랜 슬럼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며 컨디션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
▲ 중국 거물들의 맞대결 콩지에-씨에허의 대결에서는 콩지에 승리를 거뒀다. 콩지에는 김지석과
8강대결을 벌인다.
▲ 바라만봐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그사람. 얼마나 더 세계대회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일본바둑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던 조치훈 9단. 하지만 40년 차의 나이를 극복하지는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