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하고 싶은건 영->한도 있지만 한->영 쪽에 조금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1. 한외대통대를 안 나고서 문학번역을 하려면 현실적, '실력적'으로 무린지 궁금합니다. 통대를 안 나오면 통역이나 번역에서 통대출신자를 이길 수 없다는 콤플렉스 비슷한게 있어서 말입니다. 프로 작가님에 의견 부탁드립니다.
우선 미군부대 복무중이시라니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 갖추셨겠습니다. 저도 통번역대학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2년 정규 과정만으로 통역과 번역을 마스터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래도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이 유리한 건 사실일 겁니다(통대가 한외대만 있는 것은 아니예요). 그런데 굳이 그들을 이기려는 강박관념은 좀 이해하기가 어렵군요. 본인의 꿈을 이루면 그만일 텐데 말입니다. 제가 문학을 번역해본 일이 없어서 조언을 해드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군요. 그래도 이왕 내친김에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사실, 통대는 영어나 글쓰기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기술만 가르치고 통번역을 훈련시키는 것이 전부입니다. 통역이나 번역실력은 늘지 몰라도 기본적인 글쓰기 소양에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소양이 없이 입학한 사람은 졸업해도 문학을 번역할 수 없습니다. 문학은 (우리말/외국어) 글쓰기 실력에서 판가름나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배우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저처럼 실전에서 번역을 하다보면 교실에서는 가르쳐줄 수 없는 것도 배우시게 될 것입니다.
2. 현재 유명 실세 소설 번역가들은 거의다가 통대를 나오지 않았으며 어문 계열이 많은데..(김석희, 이세욱, 안정효님과 일어로는 양억과, 김난주 님등등등) 이런 분들은 어떻게 딱히 교육기관에서 몸담아 공부한 경험도 없이 실력을 키우셔서 현재와 같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번역가를 이렇게 많이 알고 계신 분은 드문데요. 후후후... 방대한 독서량과 글쓰기 실력, 그리고 어학실력이 쌓이면 시가테라님도 그분처럼 될 수 있습니다. 우리말도 외국어처럼 공부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많이 읽고 좋은 표현은 정리해두세요. 특히 신문을 보시면 많은 것을 얻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아울러 독습도 좋지만 첨삭지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저도 번역회사 편집부 직원한테 첨삭지도를 받았어요). 자기가 쓴 글은 자신이 판단하지 못합니다. 남이 봐줘야 해요. 그래야 잘못된 글 습관을 고칠 수가 있죠.
3. 원작자에 목표가 있는 만큼 영어로... 직접써서 작품을 만들고 싶고 꼭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중국계 소설작가인 하진 교수도 20대에 영어를 배우고 중국에서 영문학 학사 석사->미국 박사가 되어 현재는 포크너 상도 받고 미국 출신 작가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상당히 자극을 받습니다. (안정효 선생님도 젊은시절 영어로 소설을 썼다고 하구요) 그래서 석사를 미국 creative writing로 갈지 아니면 유학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 스스로 실력을 쌓을지 고민 중입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아시다시피, 한글로 글을 쓰고 이를 영문으로 옮기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언어는 옮기는 즉시 생명력을 잃기 때문입니다. 영어로 작품을 쓰고 싶으시면 일단 영문으로 쓰시고 나서 외국 출판사에 원고를 넘겨보세요. 직접 부딪치면 길이 보일 겁니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