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은 막연합니다.
현행 정당법이 전국정당만 허용하고 있고, 그래서 지역정당의 모델도 없습니다.
지역정치도 막연합니다.
지방자치와 무엇이 다르고, 중앙정치와 어떻게 다른지, 지역정당을 만들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전국정당에 속해 지역과 현장에서의 활동을 강조했던 경험들이 있는데도 지역의제에 집중하는 정당에 대한 상이 부족합니다. 이는 중앙집권적 사회구조 때문이기도 하고, 지역정치가 부재하거나 효능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행정기관의 지방자치는 행정 편의가 우선하며, 관료주의적입니다. 지방의회는 그런 행정기관에 어울리는 파트너일 뿐이며, 그 존재가 미미합니다. 지역정치는 쓰레기 문제 해결, ○○ 건립, ◇◇시설 유치로만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역정치는 아직 많은 것이 채워져야 할 공백입니다. 마치 중앙정치가 대신해 줄 것처럼 보이니 손을 놓고 있던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2021년 11월 26일 은평당(가) 창당설명회를 전환마을식당 밥풀꽃에서 열었습니다. 20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대부분 ‘지역정당을 왜 만들려고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이날 행사는 이런 의구심과 지역정당에 대한 막연함을 다소 해소하는 자리였습니다.
1부에는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이신 행인님이 지역정당의 의미와 필요성, 법 제도상의 문제, 해외 지역정당의 사례 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3공화국 때 제정된 현행 정당법이 정치적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점이 특히 귀에 들어왔습니다. “정당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은 허용된다”고 한 헌법 제8조 제1항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소수 국가만이 지역정당을 불허하고 있으며, 국제적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도 꼬집었습니다. 민주적 정치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원적 정당체제가 필수이며, 지역정당은 자치분권과 다원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2부에서는 ‘은평당,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참석자들 간에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기존 정당들과의 관계 설정, 지역당과 진보정치의 재구성. 현재 서둘러 추진하고 있는 은평당 창당의 목적(헌법소원을 위한 것인지? 지역정치 활동을 위한 것인지?), 은평당이 다뤄야 할 지역의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은평당은 연내 창당을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서두르는 편인데, 정치 일정상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헌법소원 판결을 받기 위함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천천히 가보려고 합니다. 토론회와 같은 대화의 장을 열어 함께 동네에 관해 이야기해 봅시다. 형식적인 틀은 갖추되 내용과 사람에 있어서는 여백을 만들고 함께 할 사람들을 기다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