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길 낭떠러지 아득한 바위 절벽 신라 석공 정을 쪼아 우주를 빚고 있다 보관을 씌우는 손길, 떨려오는 저 법열
얼비치는 옷 주름이 무릎 아래 흘러내려 구름 위 걸터앉아 받쳐 든 꽃 금세 벌어 향기로 감싸는 사유(思惟), 지그시 눈 감는다
검버섯 피었어도 자비는 넘쳐흘러 나부끼는 법의 자락 이 몸을 싸고돌아 홀연한 천상의 노래, 마음귀를 맑힌다
*경주 남산에 있는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보물 제199호
▶김덕남=경북 경주 출생. 201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10년 부산시조 신인상 수상.
〈시작 노트〉 경주 남산 칠불암을 지나 정상에 다다르는 신선암 낭떠러지, 아득한 바위 절벽 속에서 걸어 나오신 그 분, 한쪽 무릎을 아래로 내리고 구름 좌대에 앉은 마애보살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인간 세상의 아픔을 닦고 보듬어줄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은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새해에는 하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마음귀를 맑힐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