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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 펼치듯 고산준령이 즐비한 코카서스 산맥자락 테스콜로 검문소에 신고를 하지 않고 지나친 탓에 기사는 16:50 차량을 세우고 여권을 회수하여 경찰서를 찾아 신고를 하러간다. 일행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화장실을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야외 화장실은 보이질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으슥한 곳으로 걸어가 한쪽 다리를 들고 볼 일을 본다. 잠시 후 신고를 마친 기사가 돌아오자 17:26 일행은 테스콜을 향해 차량에 오른다. 테스콜까지는 45㎞ 정도 남았다고 한다. 계곡 좌우로 높은 산이 이어지고 차량에서는 고개를 낮게 숙여야만 산꼭대기를 볼 수 있다. 고산준령이 병풍처럼 늘어선 사이사이로 만년설로 뒤덮인 산봉우리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계속하여 고도를 높이던 차량은 17:50 침엽수림 지역을 통과하고, 빗방울이 차창에 반점을 그리며 부딪쳐 퍼진다. 따갑기만 하던 햇살로 반팔 옷을 입고 에어컨을 켠 채 타고 온 차량인데, 2,000 고지를 넘어서자 서늘해진다. 18:10 일행을 태운 차량은 테스콜 숲속에 위치한 볼프람(Volfram) 호텔에 도착한다. 숙소 배정 후 간단한 샤워를 마친 다음, 2층 식당에서 빵, 수우프, 알파미 밥, 생수, 보드카를 곁들여 저녁 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산행에 필요한 장비를 대여하러 1㎞ 떨어진 Alpindustri 장비점을 찾았다. 취침 전에는 여행사에서 준비해 간 고산 증세 완화에 필요한 다이아막스를 한 알씩 먹었다.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정상 등정 전까지는 억지로 먹어야 한다.
아자우를 거쳐 케이블카와 리프트로 배럴산장까지 산장에 도착하기 전 1인용 리프트에 실어 보낸 Cargo-bag이 중간에 떨어져 포터에게 부탁을 하니 20불을 달라고 한다. 고산에 적응을 하기 전이라 누가 선뜻 거절을 할 수 없어 포터에게 짐을 주워오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 3개의 배럴에 숙소를 정하고 13:00 칼국수, 빵, 오렌지로 산상에서의 첫 음식을 먹는다. 이제부터는 컨디션을 잘 조절하여 고산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Pastuchov Rock까지 고소적응 훈련을 마치다. 8월13일 06:00 기상과 함께 코카서스 산맥에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한다. 엘브러즈의 동봉은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아 더없이 하얗고, 붉은 기운을 드리운 서봉은 동봉의 뒤에서 고개를 숙이면서 전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대로 다 보여주고 있다. 나무 한 그루, 그리고 쉼터도 없는 고도의 경사진 설산의 모습은 경이롭기만 하다. 엘브러즈 정상 위로 갑자기 불꽃이 피어오른다.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니 에어쇼를 하는 것 같다. 여러 대의 비행기가 곡예비행을 하는 가운데 폭죽을 터트리는 모양이다. 이따금 왼편에서는 사격을 하는 소리도 들린다. 군인들이 조명탄을 쏘아대고 건너에 설치한 표적을 향해 연발사격을 하는 소리이다. 왼편 암릉에는 노란 텐트가 여럿 보이고 군인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설산에서 동계 사격훈련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공중으로 발사한 조명탄은 밝은 빛을 유지하며 바람의 방향에 따라 천천히 동편으로 낙하하고 있다. 일행은 Pastuchov Rock 바로 직전 설상차 종점에서 후미를 기다리는데 체온이 급강하하고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에 오른편 바위 뒤로 몸을 숨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갈증을 해소하고 행동식으로 체력을 비축한 일행은 휴식을 마치고 하산을 준비한다. 12:40 배럴에 도착한 일행은 점심 식사 후 내일 정상 등정에 필요한 장비 점검을 하고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배럴의 실내에서만 선글라스를 벗을 수 있고 실외는 사방이 눈으로 덮여 설맹의 위험과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익일 새벽 2시 기상, 3시 출발을 위해 잠자리에 든다. 지금까지 다이아막스만 먹다가 오늘밤에는 진코민도 한 알씩 추가로 먹는다. 정상 도전에서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돕기 위한 배려이다.
어둠을 헤치고 만년설이 뒤덮인 엘브러즈의 품으로 어젯밤 정상 등정을 위한 장비를 챙겨둔 덕분에 02:00 기상과 함께 헤드렌턴 불빛에 의지하여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수우프와 빵 몇 조각을 입에 넣고서 스패치, 우모복, 장갑, 방한용 모자, 마스크, 아이젠 등으로 추위와 빙판길에 대비한다. 어둠을 헤치고 두 대의 설상차에 나눠 타고 일행은 03:30 Pastuchov Rock 직전에 하차한다. 여러 겹을 걸쳐 입었지만 덥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05:32 Pastuchov Rock를 지나 4,857고지에 휴식을 취하고, 미숫가루를 마신다. 동쪽 하늘이 밝아온다. 어제 아침에 감상했던 일출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이 때 후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그재그로 오르던 일행 중 한 사람이 대열을 이탈한 것이다. 알고 보니 걷는 중에 숨을 내뱉을 때 뜨거운 김에 선글라스가 뿌옇게 변하여 앞을 볼 수 없어 곡각으로 방향을 돌리는 지점을 놓친 것이다. 뒤따르던 여성가이드 랠리가 안경을 벗기고 손목을 잡고 체크를 해보더니 이상이 없음을 알린다. 멈춰선 일행들은 정상을 향해 다시 행진을 계속한다. 지그재그로 오르던 길은 끝나고 동봉 왼편을 감싸고 안부까지 이어지는 직선 경사로가 시작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이란 이런 길을 두고 하는 말인지 정말로 지루한 길이다. 06:30 5,000고지에서 휴식을 취한다. 동편 하늘에는 붉은 서광이 일렁거리고 그 빛은 동봉의 하얀 눈이 덮인 경사로에 반사되어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낸다. 07:30 5,155고지에서 휴식을 하는 중 건너편에서 번쩍이던 번개가 이제는 천둥소리로 연결되어 천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이내 하늘이 어두워지고 폭설이 내리기 시작한다. 한여름에 폭설을 맞다니 드문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아래쪽에는 폭우가 쏟아져 개울이 범람하고 있으리라. 폭설이 내리면서 거세게 불던 강풍은 잠잠해지고 포근한 느낌은 좋으나 등산화가 금방 눈에 덮일 정도이다. 정상은 눈구름에 가려 사방 천지를 둘러보아도 방향을 구분할 수 없을뿐더러 앉아있는 곳에서 2미터 앞도 분간하기 힘들다. 그러나 다시 일어선 일행은 정상을 향해 경사로를 거슬러 올라선다.
정상으로 향하던 발걸음은 악천후 때문에 처음으로 되돌려지고 08:30 5,250고지에서 가쁜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오르다 08:50 갑자기 가이드는 대열의 진행을 멈추고 전화를 받으며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에 분주하다. 구조본부로부터 기상악화에 따라 하산을 하라는 통보인 것 같다. 악천후가 계속된다는 예보에 따라 일행은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하산을 해야만 했다. 폭설로 등산화가 금세 덮이고 등산로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크레바스마저 묻혀버리는 순간 일행은 가이드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오르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는 다시 오를 수 있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으니 우선 안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Pastuchov Rock 근처에 다다를 즈음 등반가이드 세르게이가 후미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차분하게 내리는 눈은 배낭과 옷가지위에 하얗게 두텁게 쌓인다. 배낭 커버를 덧씌우고 바위틈에 기대어 바람을 막는다. 30여분을 기다려서야 일행이 나타나고 다시 일어선 선두는 10여분 내려오니 설상차가 우리를 기다린다. 올라갈 때는 두 대에 분승하였건만 하산 시에는 한 대에 그것도 바람막이도 없는 차량에 16명 모두를 태운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을 계속하여 내려오면서 앞으로 쏠린다. 앞쪽에 승차한 사람들은 압사 직전이다. 안간힘을 다해 버텨보지만 역부족이다.
엘브러즈 정상만 쳐다보며 허탈해한다. 10:30 배럴에 도착하여 날씨를 원망하며 엘브러즈를 쳐다보아도 정상은커녕 배럴 바로 위도 보이지 않는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산행을 어찌 인력으로 극복하겠는가? 장비, 체력, 팀워크를 갖추어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 현지인들의 의견으로는 오늘의 날씨가 적어도 이틀은 지속될 것 같으니 내일은 체력을 비축하고, 모레 등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 긴급협의를 한 결론은 일부는 5,200정도 올라갔으면 만족하고 무리하거나 이틀을 더 기다려 등정을 할 여유가 없으니 하산에 동의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배럴에 속한 일행은 등정을 완료한 기분으로 맥주 파티를 열었다. 술도 적당하게 마시고 고산 증세도 있어 각자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발의 혈관을 따라 움직이는 느낌이 이상하다. 처음에는 고산 증세이겠거니 생각하고 걱정을 하다가 이번에는 그 느낌이 발등으로 옮겨간다. 아무래도 일어나서 고산에서 술을 마셔서 생기는 증세라고 생각하여 발을 주물러야겠다고 일어나 상태를 보니 평상시와 같다. 침대 끝에 있는 마스크를 치우니 거나하게 취한 조그만 생쥐가 한 마리가 있지 않은가. 늦은 오후 하늘은 맑아지기 시작하면서 엘브러즈 정상이 뚜렷한 윤곽을 보이고, 모바일을 통해 다운받은 일기예보에 의하면 내일과 모레 오전은 맑고 쾌청한 날씨라고 한다. 서울 일행들이 우리에게 합류를 권장하고, 일행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고민 끝에 고문님만 내일 하산을 하기로 하고 정상 재도전을 하기로 하였다. 설상차 예약 마감 시간이 오후 4시라고 하는데 시간은 이미 5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재도전을 할 사람끼리 일정을 협의한 후 설상차 배정을 신청하고 젖은 신발과 옷 그리고 각종 장비를 재점검한다. 내일 오전 조기 하산을 할 사람들을 위해 Teskol에 위치한 볼프람 호텔에 방을 예약하고, 인근의 명소 및 산책을 안내할 가이드로 랠리를 섭외한 다음 내일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잠자리에 든다.
폭설로 지워져 버린 등산로를 개척하며 정상으로 어제는 가이드 뒤에 바짝 붙어 오르려는 사람이 많았으나 오늘은 선두에 서기를 꺼린다. 어제 5,200까지 고소 적응을 하여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가이드는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방법이 아닌 길게 직선 방향으로 곧장 올라선다. 05:02 4,800고지에서 한 번 휴식을 취한 일행은 앞선 불빛이 가까워짐을 느낀다. 앞 팀은 우리보다 1시간 먼저 출발한 서울 팀이다. 05:45 5,000고지를 올라서면서 일행은 앞 팀을 따라잡고 추월을 하고 말았다. 이제부터는 능선 옆으로 난 길을 개척하면서 걷는데 걷는 방향에서 볼 때 신발이 설면에 닿는 부분은 옆으로 길게 3분 1도 되지 않게 걸치는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동봉을 오른편으로 감싸고돌아 마지막 바위를 안다시피 돌아서니 서봉이 아침 햇살을 받아 유난히도 반짝인다. 동봉과 서봉 사이의 안부로 향하는 길도 완만한 경사를 유지하여 조금 전보다는 편안함을 느끼지만 동봉에 가린 길은 서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으로 인해 얼굴이 얼어붙을 정도이다. 안부를 지나 09:00 5,310고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배낭을 한 곳에 모아두고 정상까지 갔다 오기로 한다. 휴식시간을 틈타 가이드 이고르는 수평 방향으로 100여 미터를 러셀을 한다. 우리가 쉬는 동안 일행이 지나갈 길을 개척하는가 했더니 용변을 보기 위한 작업이다. 멀리서 바라보는데도 용변을 보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쌓인 눈 속에 앉아있으니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09:10 이제 정상으로 가는 최대의 난코스라 불리는 서봉 경사로를 올라가면서 앞사람의 발자국을 밟아도 자꾸만 무너져 내리면서 아래로 미끄러지는 것이 아닌가? 안부 아래에서 불어오는 강풍은 눈보라를 만들고 동봉과 서봉 위로는 검은 구름이 지나가면서 감춰버린다. 이윽고 경사로를 올라서니 완만한 길이 이어지고 먼저 지나간 러시아 여자 가이드의 발길을 따라 서봉 정상으로 향한다. 서봉 동쪽 봉우리를 지나 서봉 서쪽 봉우리로 향하는 길에는 눈이 전혀 쌓이지 않고 오직 바람만이 거세게 불어 올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바람이 워낙 강해 눈이 쌓일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이리라.
태극기 휘날리는 엘브러즈(5,642m) 정상에 우뚝 서다. 디지털 카메라는 추위에 약한지라 3장면 정도를 연속으로 촬영하고 나면 작동을 멈춰버린다. 한참을 기다리자 멀리서 부회장이 올라온다. 안부에서부터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가이드 세르게이의 도움을 받으며 정상 등정에 대한 의욕을 불태운 것이다. 30여분 동안 머묾을 다하고 하산을 준비한다. 가파르게 오르던 길만큼이나 조심스레 내려가야 하는 경사로이다. 대부분의 산악인들이 하산 길에 사고를 당한다는 것은 하산의 중요성과 신중함을 일깨우는 교훈이 아닐까? 11:30 배낭을 모아둔 5,310고지 안부에서 휴식을 취한 뒤 하산을 재촉한다. 부회장의 건강상태가 심각하여 옥교감이 배낭을 받아들고 앞장서고 나는 뒤에서 보행상태를 보면서 내려간다. 눈보라가 심하여 올라올 때의 길 일부가 사라지고 없거나 희미하여 주의해야만 한다. 부회장에게 상태를 물어보고 정로환을 먹게 하고, 한참을 내려가다 다시 소화제를 먹게 하고 심지어는 손가락의 압점을 자극하여 막힌 소화 작용을 도와본다. 하지만 이미 체력이 약해져 의기소침한 상태에서 기력마저 소진되어간다. 경사로를 지나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Pastuchov Rock까지의 길은 썰매장처럼 변해 있었다. 날씨가 좋아지면서 여러 사람이 오르내린 흔적으로 길은 무척이나 넓어져 있다. 어제보다 좋은 날씨임에도 정상을 다녀온 지금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뻗어 내린다.
벅찬 가슴을 안고 배럴산장으로 14:05 4,600에 대기 중인 설상차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눈밭에는 스키를 타는 사람,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15:00 하산을 완료한 일행들을 태운 설상차는 배럴산장을 향해 내려간다. 날씨가 많이 풀려 눈이 녹은 부분이 뚜렷하고, 빙하 녹은 물은 작은 실개천을 이루고 아래로 갈수록 굵은 개울을 형성한다. 도처에 크레바스가 형성되고 눈이 녹아버려 흙은 드러낸 곳을 피해 설상차도 코스를 변경하여 운행한다. 설상차가 내려가는 오른편으로 우리의 가이드는 스키를 타고 내려온다. 이곳 가이드들은 여름에는 등반가이드로, 겨울에는 스키강사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15:40 배럴산장에 도착함으로써 엘브러즈 원정등반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배럴산장 숙소로 돌아와 젖은 옷가지며 장비를 말리고 신발을 벗으니 눈길을 다닌 흔적이 역력하여 양말이 젖어 있다. 그래도 한 곳에 머물지 아니하고 계속하여 움직인 탓에 얼지는 않았다. 이미 체력이 고갈된 부회장은 테스콜로 내려가길 원하여 방을 알아봤으나 일대 숙소에 방이 없다고 하여 하는 수 없이 하루를 더 배럴에서 유숙하기로 하였다. 밀폐된 배럴에서의 4박5일 동안의 생활은 건조한 실내 공기는 물론 먼지로 가득 차 감기 증세를 보임은 물론 코 안쪽이 헐어 조금만 힘주어 코를 풀면 피투성이다. 약을 원하는 일행들에게는 상비약으로 준비해 둔 초기 감기약을 먹게 했다. 16:00 계란 프라이와 주스로 간단한 점심을 먹고 나서 20:00에 다시 잡채, 미역국, 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육식 체질을 강조한 부회장의 요구에 따라 저녁 식단에는 특별한 스팸이 올라와 있다. 체력을 회복시키려는 우리의 요리사(심명기 차장)의 배려로 만든 그만을 위한 특별메뉴이다. 식사 후 조금 체력을 회복하더니 맥주를 마시고 싶다고 하여 매점을 방문하여 등정 기념으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일행을 포함하여 마리안(배럴의 요리사 아주머니), 이고르(등반가이드)에게 등정을 축하하는 건배를 제의한다. 정상 등정일에 오르지 못하고 예비일에 다시 등정함으로써 부담해야하는 추가 경비가 1인당 124달러로 책정되었다. 배럴에서 바라본 엘브러즈는 다시 구름 속에 가려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에 의하면 맨 처음 정상에 오른 일행을 제외한 다음 팀들은 짙은 구름에 가려 정상에서 주변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은세계에서 녹음 짙은 테스콜로 하산을 올라올 때는 부식을 가져오느라 짐들이 많았지만 내려가는 짐은 오직 Cargo-bag과 배낭뿐이라 가볍게 이동을 한다. 09:30 리프트를 타는 곳으로 짐을 옮긴 다음에 1인용 리프트에 짐 따로, 사람 따로 내려간다. 케이블카를 두 번 갈아타고서 아자우에 도착할 무렵 주변에 보이는 초록이 그렇게도 신선해 보일 수가 없다. 4박5일 동안 오직 은백색의 눈세계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살아서일까? 초록을 비롯한 보이는 모든 자연의 색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시야를 즐겁게 해준다. 아자우에 도착한 일행은 차량이 올 때까지 잠시 노상 기념품점을 둘러보았다. 추운 지방답게 수제품의 모자와 가죽제품들이 많았다. 이른 아침이라 식당가에는 꼬지를 팔기 위한 준비로 불을 지피고 있었다. 11:00 테스콜 지역의 볼프람호텔에 도착하여 숙소를 배정받고 산행장비를 대여한 장비점까지 내려가서 장비를 반납하고 설산 등반 장비를 구경하였다. 숲속 비포장 길을 따라 Cheqet peak(3.050m)을 둘러보러 갔다. 산 아래 음식점에서 닭고기 꼬지와 맥주, 그리고 알파미 밥에 김치를 곁들여 허기를 채운다. <숭악사관 윤재희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