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과 올해는 많은 문인들이 세상을 떠났다.
아동문학가 박성배, 시인 이성교, 시인 안재찬, 지난달 25일에는 이외수 선생님이 사망했다
어버이 날이며 부처님 오신 날인 8일 오후 김지하(본명 김영일 향년 81세) 시인이 별세했다.
토지문화재단에 따르면 최근 1년여 동안 암투병생활을 한 시인은
원주시 자택에서 타계했다고 한다.
1993년 서강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
2006년 제주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명지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국대학교, 원광대학교에서 석좌교수,
건국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를 역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사가이며 여류문인인 원주 출생의 전 시인이 가끔 김지하 시인 이야기를 했는데
그 분도 이제는 할머니로 근래 병원 생활이 잦다. 6월 10일 음악회가 있는데 뵐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고인 김지하 시인은 박경리 선생의 사위로 알려져 있다. 작고한 부인 김영주는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었다.
2022. 5. 8
오적(五賊)
김지하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겄다.
옛날도 먼 옛날 상달 초사흣날 백두산 아래 나라 선 뒷날
배꼽으로 보고 똥구멍으로 듣던 중엔 으뜸
아동방(我東方)이 바야흐로 단군 이래 으뜸
으뜸가는 태평 태평 태평 성대라
그 무슨 가난이 있겠느냐 도둑이 있겠느냐
포식한 농민은 배터져 죽는 게 일쑤요
비단옷 신물나서 사시장철 벗고 사니
고재봉 제 비록 도둑이라곤 하나
공자님 당년에도 도척이 났고
부정 부패 가렴주구 처처에 그득하나
요순 시절에도 사흉은 있었으니
아마도 현군 양상(賢君良相)인들 세살 버릇 도벽(盜癖)이야
여든까지 차마 어찌할 수 있겠느냐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것다.
남녘은 똥덩어리 둥둥
구정물 한강가에 동빙고동 우뚝
북녘은 털빠진 닭똥구멍 민둥
벗은 산 만장아래 성북동 수유동 뾰쪽
남북간에 오종종종 판잣집 다닥다닥
게딱지 다닥 코딱지 다닥 그 위에 불쑥
장충동 약수동 솟을대문 제멋대로 와장창
저 솟고 싶은 대로 솟구쳐 올라 삐까번쩍
으리으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재벌(재벌), 국회의원(국獪의猿), 고급 공무원(고급功無원), 장성(長猩), 장차관(暲차관)이라 이름하는,
간뗑이가 부어 남산만하고 목 질기기는 동탁배꼽 같은
천하흉포 오적의 소굴이렸다.
-<사상계>(1970)-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비판적, 풍자적
◆ 특성
① 산문시, 담시(譚詩)
② 고유의 판소리적 문체를 현대에 되살린 문체로 표현함.
③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거침없이 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시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 판소리식 문체
시인의 사명에 대한 언급을 보여 주고 있는 구절
* 칠전 → 경찰서를 비롯한 수사 기관
*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 현실을 비판하고픈 욕구를 의태어로 표현함.
* 에라 모르겠다 ~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것다.
→ 자포자기적 태도가 아니라 시인으로서 현실의 부정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음을
말하고 있다.
시인 김지하가 옥고를 치르면서도 현실을 비판하려는 의식이 얼마나 강했는가를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도둑이란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가리킨다.
* 백두산 아래 나라 → 단군에 의한 고조선의 건국
* 배꼽으로 보고 똥구멍으로 듣던 중엔 으뜸 → 희화화된 표현
* 으뜸가는 태평 태평 태평 성대라 → 반어적 표현을 통해 피폐화된 사회와 민중의 삶을
고발함.
* 포식한 농민은 ~ 사시장철 벗고 사니 → 반어적 표현
* 도척 → 가장 흉악한 도적과 강도
* 사흉 → 네 명의 흉칙한 인간
* 현군 양상 → 현명한 군주와 선량한 정승
* 남녘은 똥덩어리 ~ 게딱지 다닥 코딱지 다닥 그 위에 불쑥 → 가난한 서울 지역의 삶을
표현함.
* 장충동 약수동 ~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 부유층의 삶을 표현함.
* 예가 바로 재벌 ~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 오적들의 외양을 희화적으로 표현함.
재벌을 비롯한 오적들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동음이의어 방식으로 표현하여,
풍자적 의도와 자신에게 돌아올 필화를 막으려는 의도를 보여 준다.
* 간뗑이가 부어 남산만하고 목 질기기는 동탁배꼽 같은
→ 부정한 인간임을 묘사함.
◆ 제재 : 오적
◆ 주제 : 오적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사회의 요구, 일제 잔재 청산을 통한 자율적이고
근대화된 질서 정착
[시상의 흐름(짜임)]
◆ 1 ~ 7행 : 시인으로서의 고발 정신
◆ 8 ~ 20행 : 피폐한 민중들의 삶
◆ 21~34행 : 가난한 민중과 대조적인 오적들의 화려한 삶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전통적인 운문 양식인 가사, 타령, 판소리 사설 등을 변용하여 쓴 '담시(譚詩)'라는 새로운 장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담시란, 단형 서정시보다 길고 단편 소설보다는 짧은 길이 속에 당대의 정치적 문제를 기습적으로 전달하는 이야기시의 독특한 장르이다. 이러한 새로운 장르의 출현은 역사적 현실의 가장 첨예한 내용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려는 시도에서 그 정당성을 지닌다.
여기서 '오적'이라고 못박은 사람들 ――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 ――은 한마디로 말해서 일제 통치의 수혜 특권층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시인은 진정으로 자율적이고 근대화된 질서를 이 땅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일제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고, 새로운 인간으로 구성된 조직을 통해 새로운 통치 이념을 구현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오적'의 시대적 배경
1960년대의 순수 ―― 참여 문학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1970년대에 들어서서도 시의 현실 참여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이러한 논의는 특히 시적 대상과 시적 인식의 범주를 확정하는 문제와 시적 형상화의 방법과 연관된 것으로, 순수와 참여의 이분법적 인식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고, 시와 현실의 간격이 상당히 좁혀지게 되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1970년대는 시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시의 토대가 되는 경험의 세계와 일상적인 삶의 세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김지하의 '오적'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담시'라는 독창적인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 김지하와 담시
담시는 김지하가 처음 쓴 용어로 '담'이란 '이야기'를 뜻한다. 직역하면 '이야기시'라는 뜻이다. 또 서구적 장르 개념인 '발라드'의 번역시로 담시가 쓰이곤 하지만, 이 개념과 담시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담시에는 한국의 전통적 소리 개념이 내포된다는 점이다. 또한 이야기의 대상이 명료하고 그 이야기거리를 시인의 상상력 속에서 풍성하게 변형시키면서 마침내는 소리를 통하여 형상화되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춤과 노래의 극적인 요소와 서정시적 요소, 서사시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작가소개]
김지하[ 金芝河 ]
<요약> 김지하는 초기 사회 현실에 대한 시인 자신의 울분이 서정적으로 그려졌음에 비해, 최근 생명에 대한 외경과 환경에 대한 관심 등으로 변하였다.
본명 : 김영일(金英一)
출생 : 1941. 2. 4.
출생지 : 국내 전라남도 목포
데뷔 : 1963. 「저녁 이야기」라는 시를 발표
본명은 김영일(金英一). 1941년 2월 4일 전남 목포 출생.
1954년 강원도 원주로 이사하면서 여기서 소년기를 보냈다. 1959년 서울 중동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 미학과에서 수학했다. 1993년 서강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6년 제주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지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국대학교, 원광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강의했고, 현재 건국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이다. 1963년 3월 『목포문학』에 김지하(金之夏)라는 이름으로 「저녁 이야기」라는 시를 발표한 이후, 1969년 11월 『시인』지에 「황톳길」, 「비」, 「녹두꽃」 등의 시를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등단했다.
1970년에 사회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담시 「오적(五賊)」을 발표하고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같은 해 희곡 「나폴레옹 꼬냑」, 「구리 이순신」을 집필했고, 대표적인 평론인 「풍자냐 자살이냐」(1970)를 발표했다. 12월에는 첫 시집 『황토』를 간행했다. 1972년 4월 권력의 횡포와 민심의 방향을 그린 담시 「비어(蜚語)」를 발표해서 다시 반공법 위반으로 입건된 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언도받기도 했다. 그의 시는 대부분 사회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시집인 『황토』나 『타는 목마름으로』 등에서는 사회 현실에 대한 시인 자신의 울분이 서정적으로 그려졌음에 비해, 담시인 「오적」, 「비어」 등은 판소리 가락을 도입하고 난해한 한문을 차용해서 권력층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다. 판소리체 가락은 최제우의 삶과 죽음을 서사시체로 읊은 『이 가문날에 비구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애린』은 현실비판이 두드러지는 이전의 시들에 비할 때, 표면상 한 여성에 대한 사랑을 그린 시집으로 그의 시적 전환점을 이루고 있다. 『별밭을 우러르며』와 『중심의 괴로움』 역시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보다는 개인적인 내면의 독백과 자연에 대한 동화 등 서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생명에 대한 중시, 환경에 대한 관심 등을 강조하며 생명운동과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다.
시집으로 『황토』(1970), 『타는 목마름으로』(1982), 『남(南)』(1984), 『살림』(1987) , 『애린 1‧2』(1987), 『검은 산 하얀 방』(1987), 『이 가문 날에 비구름』(1988), 『나의 어머니』(1988), 『별밭을 우러르며』(1989), 『중심의 괴로움』(1994), 『화개』(2002), 『유목과 은둔』(2004), 『비단길』(2006), 『새벽강』(2006), 『못난 시들』(2009), 『시김새』 (2012) 등이 있다. 산문집 또는 강연집 등의 저서로는 『산문집 ‘밥’』(1984), 『남녘땅 뱃노래』(1987), 김지하 회고록 『흰 그늘의 길 1, 2, 3』 (2003), 『생명학 1, 2』 (2003), 『김지하의 화두』 (2003), 『탈춤의 민족미학』(2004), 『생명과 평화의 길』 (2005), 『디지털 생태학』 (2009) 등이 있다.
김지하의 사회사상, 철학사상, 미학사상을 총정리한 『김지하전집 (전3권)』(2002)이 간행된 바 있다. 1975년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 1981년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 브루노 크라이스키상, 2002년 제14회 정지용문학상, 제10회 대산문학상, 제17회 만해문학상, 2003년 제11회 공초문학상, 2005년 제10회 시와 시학상 작품상, 2006년 제10회 만해대상, 2011년 제2회 민세상 등을 받았다.
<학력사항>
~ 1953년 산정초등학교, 목포중학교 ~ 1956년 원주중학교
~ 1959년 중동고등학교, ~ 1966년 서울대학교 - 미학 학사
<경력사항>
건국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
<수상내역>
1981년 국제시인회의의 위대한 시인상, 브루노 크라이스키상, 2002년 정지용문학상
2002년 대산문학상, 2002년 만해문학상, 2003년 공초문학상, 2005년 시와 시학상 작품상
2006년 만해대상, 2011년 민세상
<작품목록>
서울길, 황토, 구리 이순신, 나뽈레옹‧꼬냑, 타는 목마름으로, 1974년 1월
대설 남(南), 오적, 검은 산 하얀 방, 애린 1‧2, 나의 어머니
이 가문 날에 비구름, 별밭을 우러르며, 똥딱기 똥딱, 중심의 괴로움, 빈산
그 소, 애린 1, 불귀, 화개, 유목과 은둔, 비단길, 새벽강, 못난 시들, 시김새
흰 그늘의 길 1, 2, 3, 생명학 1, 2, 김지하의 화두, 탈춤의 민족미학
생명과 평화의 길, 디지털 생태학, 김지하전집 (전3권)
자료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김지하 [金芝河]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첫댓글 대학 때 박정희 유신독재에 항거한 내가 좋아했던 시인입니다.
지금 되돌아봐도 지긋지긋한 박정희와 전두환 독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