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짧은 기간의 철도여행 [02] 비가 내리는 코비 전망석에서...

[橫須賀線113系]

코비 승선장으로 들어가 한참을 걸어가자

선장님과 승무원분들이 탑승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제트포일선으로 후쿠오카(하카타)를 가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지난번에는 경쟁사(한국고속해운, 큐슈여객철도)의 제비, 비틀호를 탔는데

이번에는 우리나라 국적 회사의 미래고속 코비호를 타고 간다.

지난번 제비, 비틀호를 타고 갔을 때...

경쟁사 선박 승무원은 일본인,

한국어 안내방송을 하는데 정말 못 알아듣겠더라...

(차라리 일본어로 하는 방송이 더 알아듣기 쉬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나라 회사의 선박이라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한다.

게다가 안내방송도 경상도 표준말(!)이 아닌, 서울 사투리(?)로 한다.

No.5
운영주체, 노선	미래고속 코비
종별	코비호
형식	제트포일
출/도착지	부산	→ 213.0km	후쿠오카
	釜山		福岡
출/도착시각	2005.8.20 09:05 → 12:00
좌석	2층 14A
운임, 요금	코비 승선권+JR패스 7일권 39900엔 (편도 정상운임 95000원, 왕복 정상운임 171000원)
비고

내가 지정받은 좌석은 2층 전망석,

제일 먼저 탑승수속을 해서 가장 왼쪽 좌석을 배정받았다.

옆자리는 죄다 서양인...

(전망석이 있다는건 우째 알고... ㅎㅎ)

2층 좌석, 아직 모든 승객이 탑승하지 않은 상태이다.

(쓰고 보니 참 모호한 문장이다. 문법적으로 따지자면 '전체부정'이다. -_-

아니다... 내가 탔으니 '부분부정'이지. ^^)

전망석만의 특권, 뻥 뚫린 전망을 볼 수 있다.

(그래봤자 망망대해밖에 안 보인다. -_-)

코비호의 모니터,

코비호에서는 오르골로 된 경음악을 틀어준다.

지금은 슈만의 곡이 나온다.

부관페리 성희호의 모습이 보인다.

화장실의 모습, '서양식'이다.

세면대, 그러나 물비누가 나와야 할 곳에는 물비누가 나오지 않는다.

물도 수압 때문인지 찔찔찔...

(조금만 신경쓰면 될 일인데... 정말 '경쟁사'랑 비교된다.)

 

옆으로는 부산대교가 보인다.

여기는 '국내선'용 연안여객터미널...

이제 출항한다.

뱃고동 대신에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15분밖에 안 지났는데 '통화권 이탈지역'이 되어 버렸다.

(액정에 있는 '통화이탈지역'은 장난으로 해 놓은 거다. -_-)

망망대해...

엄청 비를 뿌린다.

갈수록 파도도 세어진다...

하지만 시속 83km로 달리는 이 배는 바다 위를 떠서 가기 때문에

파도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

(바다 밑에서 고래만 안 튀어나오면 된다. -_-)

물론 태풍 등으로 인해 파도가 매우 심하면 어쩔 수 없다.

부산쪽으로 가는 쾌속선이 보인다.

코비호에서는 모니터로 영화를 틀어준다.

이번에 나온 영화는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슬픈 이야기가 또 시작된다.

그 와중에도 파도 때문에 어지러워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아키'가 무균실에 들어가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더라...

중간에 잠깐 졸다가 끝까지 영화를 본 기분...

아침에 마신 게토레이가 눈물이 되어 다 빠져나올 것 같다... ㅠㅠ

날씨는 흐리고 비는 와장창 내리고...

게다가 슬픈 영화를 연달아 보는 이 기분은... 최루탄 맞은 기분이다...

영화 끝나고 배 안에서 먹어 치웠다.

배까지 흔들리니 아무것도 먹을 기분이 아니었는데...

저 멀리 일본땅이 보인다.

드디어 저 멀리 후쿠오카가 보이고...

하카타(博多)항으로 들어간다.

반대편에는 '경쟁사 선박' 비틀 3세가 보인다.

드디어 배에서 내린다.

워낙 많이 일본을 왔다갔다해서인지, 옆 동네 가는 기분이다.

저 멀리 부산~후쿠오카 구간을 6시간에 걸쳐 운행하는 카멜리아호가 보인다.

미래고속의 자랑(!) 코비호를 뒤로 하고 출국장으로 빠져나간다.

입국심사장,

배에서는 거의 1등에 근접할 정도로(!) 빨리 내렸지만

입국심사장에서는 먼저 도착한 비틀 승객이 덜 빠져나간 것 같았다.

각 부스마다 심사관들을 씩~ 둘러보고...

비교적 젊은 심사관이 있는 부스에 줄을 섰다.

앞에 입국심사하는 것을 보니 좀 까다롭게 보이더라...

일단, JR패스로 여행한다고 하면 패스를 보여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젊은 여성들이 좀 까다로운 것 같았다.

(다행히도 튕긴 사람은 못 봤다...)

이제 내 차례...

이번에도 일본 입국신고서를 쓸 때 가타카나를 상당히 많이 적었다.

게다가 여행목적을 체크하는 란에 보면 기타란이 있는데,

거기에 '鉄道旅行(철도여행)'라는 말까지 적었다.

(지난번에는 집주소까지 한자 + 가타카나로 적었는데

이번에는 바뀐 입국신고서를 사용해서 걍 '大韓民国 大邱'만 적었다.

걍 일본사람들 보기 쉬우라고 약자로 적었다.)

무비자 기간인데도 쓸데없이(?) 비자가 붙어있는 구여권을 보이면서

심사관에게 물었다.

"必要ですか?" (필요합니까?)

(정말 몰라서 묻겠나? '나 일본말 쬐~끔은 한다'는 표시인 셈이다.)

심사관 왈, 없어도 된단다... ㅎㅎ

JR패스로 전국을 여행하겠다는 말을 심사관에게 하자 심사관 왈,

"OHさんはどこまで行きますか?" (어디까지 여행하십니까?)

홋카이도 비에이(美瑛)까지 가겠다는 대답에

이번에도 '스고이'란 소리를 듣는다...

다른 사람에게는 귀국 배표, JR패스 등의 제시를 요구하던데

(그것도 한국말로...)

나에게는 이런게 없었다...

'상륙허가'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들고 세관으로 나간다.

결국 나는 이번에도

귀국배표, JR패스 '껍데기만 슬쩍' 보여주고 통과한 셈이다.

세관에서 같은 소리 또 한다.

가방 안에 뭐가 있냐는 질문에...

옷... 여기서 막힌다.

"服だけです。" (옷 뿐입니다.)

이번에는 아무런 비상식량도 안 싸왔으니까...

입국장을 빠져나와서 후쿠오카(하카타) 시내로 가야 한다.

가기 전에... 하카타항 국제터미널 내부를 둘러봤다.

'볼게 있나?' 싶은 대구 관광 안내도 있다.

대구 인근의 유명한 관광지라면,

팔만대장경을 모시고 있는 해인사(경상남도 합천군),

수능철만 되면 학부모 참배객들로 넘치는 갓바위(경상북도 경산시),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 오는 대구광역시 관광지는

일본에서 귀화한 김충선 장군을 기린 녹동서원(대구광역시 달성군),

분명 당시 일본에서 보면 '배신자'였겠지만

지금은 '한일 우호의 장'으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 온다.

별로 인기없는(?) 관광지겠지만,

내 취향으로 볼 때 내가 외국인이라면 이런 곳들을 다니지 않았을까? ^^

그런데 '대구시티투어'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다.

대구시티투어 출발지는 역이나 터미널이 아닌, 그보다 먼 곳에서 출발한다.

두류공원에 있는 대구관광정보센터에서 출발하는데,

역이나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약 30분은 가야 한다.

이왕 외지인이나 외국인을 맞으려면 역이나 터미널에서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서 대구 투어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대구시티투어는 두류공원쪽이 아닌,

동대구역 근처에서 시작하는게 옳다고 본다.)

그러나 정작 외국인보다는 대구 시민이 많이 이용하니...

도쿄의 경우 도쿄 투어인 '하토버스'를 도쿄역에서 접할 수 있고

다른 도시의 경우에도 역을 중심으로 지역 투어를 시작한다.

일본여행기 쓰는데 다른 곳으로 흘러가버렸다...

역시 일본은, 교통쪽이나 관광쪽이나

시스템으로는 우리나라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

[쵸코와단지]

하카타 입국심사장은 정말 '허무' 했었다는..;; 또한 한국에 돌아올때 부산에서도 허무...........;;

[橫須賀線113系]

제가 갈땐 정말 북적거렸습니다. 하필 토욜이라서요. ㅎㅎ

[ワンマン]

저는 처음에 코비를 타 보고 전망석이 없어서 황당. 돌아올 때에는 5호를 탔는데 역시 전망석 없슴. 나중에 다른 여행기를 보니 1호만 있더군요. 좋은 시도이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1호에만 있고 편성에 따라 없는 경우가 많다고 광고하면 안 되는지......

[橫須賀線113系]

이거 미래고속 홈피에 물어보면 그쪽 직원들도 판에 박힌 말만 합니다(답변하는 직원도 선박 편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듯). 결국 귀국하는 날 고객의 소리 3장에 걸쳐서 잔소리 좀 해댔죠(이걸 지난번 부산 철도물류전때 미래고속 직원에게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홈피 좀 뜯어고치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