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통기타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위해 몇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기타를 하시는 분들 중에도...
통기타는 싼 악기이고, 막 다루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 통기타는 아주 민감하고 약하며, 신품이 몇 천 만원 넘게 호가하는 제품도 있을 만큼 쉽게 볼 악기가 전혀 아닙니다.
악기의 수명을 놓고 볼 때, 바이올린이나 첼로와 같은 찰현악기(擦絃樂器)는 현의 장력이 강하지 않기에 관리만 잘 해준다면 몇 백 년 이상 연주가 가능합니다.
이에 비하여, 기타와 같은 발현악기(撥絃樂器)는 장력이 강해서 보통 70~80년 정도를 수명의 한계로 봅니다. 강한 장력의 현을 가진 피아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통기타의 경우, 라이트 게이지(Light Gauge) 6현 장력의 총 합은 약 70kg 내외가 됩니다.
성인 남자 한 사람의 무게를 얇은(약 2mm 내외) 기타 상판과 넥이 견디고 있는 셈입니다.
이를 위하여 기타의 몸통 내부는 많은 지지대(Bracing)로 보강되는데,
이 브레이싱이 과도하면 음량이 작아지고, 적으면 현 장력을 견디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숙달된 기타 제작자들은 현 장력과 브레이싱, 넥 및 상판의 지지력을 고려하여 정밀한 힘의 평형 상태로 기타를 만들게 됩니다.
이러한 기타는 주위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여 항상 변형이 발생합니다.
온도나 습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조율한 음이 틀어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철저한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심한 변형이 발생하여 돌이킬 수 없게 되는 수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넥이 휜다든지, 현과 지판 사이가 많이 벌어진다든지,
상판이 꺼진다든지, 칠이 터지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반대로 관리만 잘 해 준다면 기타는 항상 좋은 상태로 보존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좋은 소리를 내 줍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지금부터 여름철 기타 습도 관리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X X X
겨울철과 정 반대로...
여름철 우리나라의 기후는 습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상대습도 70~80%를 오르내리는 데다...
특히 장마철에는 아주 세심한 배려를 해 주지 않으면 기타를 영영 못 쓰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미 겨울철 기타 관리에서 밝힌 바와 같이...
기타에게 최적 조건은 상대습도 50%, 온도 20~24도 내외로써,
사람이 가장 쾌적하게 느끼는 조건과 같습니다.
습도가 높은 곳에 기타를 계속 방치하면...
목재가 물을 먹으면서 기타 바디가 부풀어 스트링 액션이 높아집니다.
소리 역시 물 먹은 것처럼 둔한 느낌이 나고,
넥이 휘게 됩니다. (겨울철과는 반대 방향으로 휘지요)
계속 방치하면...
목재를 접착한 아교나 접착제가 약해져서, 브릿지가 떨어져 나가고,
상판, 측판, 후판이 따로 놀면서...
결국은 바디 전체가 와해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닙니다.)
여름철 기타 습도 조절을 위해...
제 경험상 가장 좋은 방법은 실리카겔과 하드쉘 케이스를 이용한 습도 조절입니다.
위 그림처럼, 실리카겔 100g 봉지를 기타 하드케이스에 넣어 보관하는 것입니다.
기타케이스 하나 당 100g 1~2 봉지면 충분합니다.
장마철에는 제일 아래 사진처럼 두 봉지를 넣어주면 좋습니다.
하드케이스가 없다면 기밀성은 약간 덜하지만 소프트 케이스도 괜찮습니다.
실리카겔은 보통 코발트 이온을 함유한 파랑색 알갱이를 같이 가지고 있는데,
이 파랑색 알갱이들은 습기를 흡수하면 연분홍색으로 바뀌어서,
습기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인디케이터 역할을 합니다.
전자렌지에 2~3분 돌려주면 다시 원래의 파랑색을 되찾습니다.
장마철에는 거의 매일 돌려주어야 합니다.
너무 오래 돌리면 포장지가 녹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실리카겔은 개당 500~1000원 정도로 구입이 가능합니다.
구입처는 전에 이 게시판에 남겨놓았으니 검색을 해 보세요.
통사모에서 단체구매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름철 습도조절에 실패한 사례들입니다.
통사모 회원님들은 절대로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기타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케이스 없이 세워두면 습도 조절이 된다.
☞ 어림도 없는 얘기올시다. 상대습도는 그런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 벽에 걸어놓으면 시원하고 바람도 통하니까 습도 조절이 된다.
☞ 최악입니다. 벽을 타고 습기를 더 잘 먹습니다.
• 물먹는 하마 옆에 기타를 두자!
☞ 안됩니다. 혹 밀폐된 조그마한 장롱 속이라면 모를까.
• 그럼 기타 케이스에 하마를 넣으면?
☞ OK. 그러나 물먹는 하마는 염화칼슘이 주성분인데, 재생이 안 됩니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지요.
(장마철이나 습도가 심할때 잠시 사용하는건 괜찮겠지요..^^)
• 에어컨을 켜면 된다.
☞ 에어컨을 켜면 상대습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24시간 켜 둘 수 있습니까?
그리고...에어컨 바람 앞에 기타를 두면 죽음입니다. 온도차에 의해 틀어져버립니다.
• 내 기타는 오베이션/아다마스인데...바디가 FRP라 습도에 별반 상관 없다.
☞ 오히려 습도에 더 민감합니다.
목재는 수축/팽창이 심하고 FRP는 변화가 없으므로...아예 상판이 분리되는 수가 있습니다.
아다마스도...3겹 상판 가운데는 Birch이고...넥도 목재입니다.
습도에 영향을 전혀 안 받는 기타는 제가 아는 한 Rainsong 기타가 유일합니다.
목재를 전혀 안 쓰고 100% Carbon Graphite를 쓴...
• 말짱 헛소리다. 이런 짓꺼리 안하고도 내 기타는 여태 멀쩡하기만 하다.
☞ 운이 좋았습니다. 혹은 기타 상태를 볼 줄 모르시는군요.
모두들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자료-안단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