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천상병 시인의 아내 목여사가 운영하는 찻집 ‘귀천’은 인사동 명소였지요. 저도 시인이라고 그곳에서 녹차를 마시던 추억은 제 인생 또 하나의
풍요입니다
귀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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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1930~1993) 일본 출생
대한민국 국적. 시인, 평론가
1953 '문예'지로 등단
대표작 '귀천'
시감상/박경채
사라질 이슬이라 더 영롱할까요.
곧 어둠이 될 노을이라 더 고울까요.
기인으로 살다 갈 운명이라 그 인생
아름다운 소풍일 수 있었던 걸까요.
오늘 가산 수피아 라는 곳으로 봄소풍을 갔었지요. 가산은 6.25 전쟁 당시 대구를 지키는 마지막 전선으로 많은 군인들이 피흘리며 쓰러진 곳입니다 그때의 핏빛 나날은 정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인지 삼삼오오 소풍나온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고 평화로워 보였지요. 그 순간 불현듯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생각났습니다.
시 ‘귀천’이 발표된 당시만 해도 모두가 팍팍한 삶을 살아가던 시절이었죠 그 시절에 한 세상 사는 일이 즐거운 소풍 같은 거라고 새로운 경지를 열어보인
'귀천'이기에 시인의 대표작이 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지 않았을까요
천상병 시인이 아내가 매일 챙겨주는
막걸리 몇 잔 값으로 인사동 낭만을 즐겼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저는 시인의 하루가 아름다운 소풍일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던 목여사의 하루도 아름다운 소풍이었을까?...그렇지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에 아내의 노고를 딛고 소풍놀이 한 이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취미로 시를 쓰다가 어쩌다 시인이 되어버려서 문단 사정이나 문인들 이야기는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천상병산문집’을 읽고 고문 상처의 고통을 덜기위해 매일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귀천’의 마지막 연을 흘겨보던 무식한 눈길을 거두고 순수한 영혼으로 자신의 몫을 살다간 천재 시인으로 마음에 두었습니다.
혼란한 시대에 억울하게 사건에 연류되어 심신이 폐허가 된 시인의 삶에 연민이 일어났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일들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도 하고 전해 들은 이야기는 엉뚱하게 부풀려 진실을 왜곡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진실과 사실은 크게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새롭게 새겨보며 귀천을 다시한번 감상해봅니다
이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첫댓글 좋은 시에 해설이 있어 더욱 깊게 다가옵니다
잘 읽었습니다 시비는 어디에 있는지요?
인천 강화 건평항~에 있다고 합니다
@문복 박경채 인천은 가본적이 없는데 언제 가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