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학교(강아지똥)
이곳, 월랑리로 옮겨 온 지 5년이 지났습니다.
불당동 터전이 신도시지역으로 편입되면서, 대체 부지로 선택한 곳이 월랑리였습니다.
월랑리와의 인연은 1994년, 그러고보니 20년이 지났네요.
서울에서 천안으로 내려와 '천안서부교회'에 적을 두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구역예배 모임에서 소풍을 나왔던 곳이 바로 이곳 월랑이었답니다.
낚시한 붕어 몇 마리 집어 넣고 끓여 먹던 라면의 맛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지요.
맑고 깨끗한 월랑저수지.
마을 입구엔 아름드리 토종 소나무와 푸르디 푸른 대나무 숲으로 우거져 있었더랍니다.
지금의 천일카센터와 소나무가든, 그리고 원시인장작구이 자리가 모두 울창한 소나무 군락지였고,
장모님식당 자리는 대나무 숲이었었지요.
사람들의 무관심과 함께한 20년이 아름다운 마을을 이렇게 망가뜨려 놓았습니다.
경제성장이라는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수 백년 동안 지켜온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짓밟아 놓은 것입니다.
마침내 주민들이 뿔이 났습니다.
장수마을이 요절마을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포도원을 허무는 작은 여우같은 시멘트구조물 가공공장을 마을에 허용했던 결과입니다.
여우를 잡는 과정에서, 마을공동체의 분열과, 얽히고 설킨 많은 아픔의 댓가를 치뤄야 했습니다,
시멘트가공공장을 퇴출시킨 이후에도 자본은 호시탐탐 마을을 노리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5월에는 아산시가 마을 입구를 가로막는 위치에 전자부품 제조공장 신설을 허가해 주었습니다.
주민들이 공장신설의 무효를 주장하며 갖은 발버둥을 처보았지만, 거대한 빙산과 같은 모습으로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성장우월주의와 자본의 힘 앞에서, 무력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주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장수마을은 금새 공장지대로 변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살기에 딱 좋은 자연부락을, 사람이 살 수 없는 공장지대로 전락하도록 내버려 둘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작나무학교가 있는 장수마을이 잃은 것보다 가진 것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월랑저수지, 신선한 공기, 철새가 찾아드는 아름다운 풍광들, 밝은 햇살, 들풀과 나무들......,
무엇보다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 사람들이 희망입니다.
月朗의 꿈
달빛 밝은 어느 날
한 꿈을 꾸었습니다
월랑의 꿈입니다.
골목마다 꽃 심고
벽화 그리고
저만치 조형물 세우고
마을이 공원되는
월랑의 꿈입니다.
같이, 때로는 홀로
아이 어른 노인 모두
저마다 할 일이 있고
마을이 놀이터 되는
월랑의 꿈입니다.
마을기업
협동조합
그리고 사회적 기업
서로 돕고 함께 나누는 경제
월랑의 꿈입니다.
"혼자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여러 이웃과 더불어 외롭지 않는 동행
한 걸음씩 뚜벅 뚜벅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