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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 루쉰 (타케우치 요 역) 번역 최토르벤
타케우치요시 역
매서운 추위 속에서 2천 리 끝에서 헤어진 지 20년이나 되는 고향으로 나는 돌아갔다.
벌써 한겨울 날씨였다.게다가 고향으로 다가오면서 날씨는 수상해졌고 찬바람이 휘익휘익 소리를 내며 배 안까지 불어 들어왔다.도마 틈으로 밖을 내다보니 납빛 하늘 아래 쓸쓸한 마을들이 조금도 활기 없이 여기저기 누워 있었다.나도 모르게 적막감이 가슴에 북받쳤다.
아아, 이것이 20년 동안 한시도 잊지 못했던 고향일까.
내가 기억하는 고향은, 마치 이런 식이 아니었다.나의 고향은 훨씬 좋았다.그 아름다움을 떠올려 그 장점을 말로 나타내려고 하면, 그러나 그 그림자는 사라지고 말은 잃어버리고 만다.역시 이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그래서 나는 이렇게 자신에게 타일렀다.원래 고향은 이렇다--진보도 없는 대신 내가 느끼는 적막함도 없다.그렇게 느끼는 것은 자신의 심경이 바뀌었을 뿐이다.왜냐하면 이번 귀향은 결코 즐거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고향에 작별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우리가 오랫동안 일족으로 살았던 낡은 집은 이제 남의 소유물이 되어버렸다.명도 기한은 금년이 다 되었다.아무래도 음력 설 전에 정든 오래된 집으로 떠나 익숙한 고향을 뒤로하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타향 땅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다음날 아침 일찍 나는 우리 집 대문에 섰다.지붕에는 온통 마른 풀 줄기가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리며 이 오래된 집이 주인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얼굴이다.함께 살던 친척들은 이미 이사를 간 뒤인 듯 한적하다.집 마당까지 와 보니 어머니는 벌써 데리러 나와 있었다.나중에 여덟 살 된 조카 히로시도 뛰쳐나왔다.
어머니는 기분이 좋았지만 역시 안타까운 표정은 감출 수 없었다.나를 앉히고, 쉬게 하고, 차를 따라 달라는 등 당장 이사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히로시는 나와 초면이라 떨어진 곳에 서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이사 이야기가 되었다.나는 저쪽 집은 이미 빌려놨다는 것, 가구도 조금은 샀다는 것, 나머지는 집에 있는 도구류를 모두 팔아버리고 그 돈으로 사면 된다는 것 등을 이야기했다.어머니도 거기에 찬성했다.그러면서 짐 싸기도 거의 끝났다는 점, 부피가 큰 도구류는 절반가량 처분했지만 좋은 값이 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야기했다.
"하루 이틀 쉬면 친척들을 돌아보고 거기서 서자." 어머니가 말했다. "네."
그리고 윤토.저게 항상 집에 올 때마다 네 소문을 내고는 자꾸 보고 싶어하더라고요.네가 도착할 대략적인 날짜는 알려놨으니까, 지금 올지도 몰라."
이때 갑자기 내 뇌리에 이상한 화면이 펼쳐졌다--감벽 하늘에 금색 둥근 달이 걸려 있다.그 아래는 바닷가 모래땅으로, 보이는 한 초록 수박이 심어져 있다.그 한가운데에 열한두 살짜리 소년이 은목걸이를 매고 쇠자차를 들고 서 있다.그리고 차 한 마리를 노려보며 야옹 하고 찌른다.그러자 차는 훌쩍 몸을 돌려 그의 뒤통수를 뚫고 달아나고 만다.
이 소년이 윤토이다.그를 알게 되었을 때, 나도 아직 열 살 남짓이었다.벌써 30년 가까운 옛날의 일이다.그 무렵에는 아버지도 아직 살아 계셨고 집안 형편도 편해서 나는 도련님으로 있을 수 있었다.마침 그해는 우리 집이 대제 당번을 맡고 있었다.이 축제의 당번이라는 것이 서른 몇 년째에 딱 한 번 순서가 돌아오는 등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설날에 조상의 상을 모시는 것이다.여러 가지 제물을 바치고 제기도 잘 음미하고 참배하는 사람도 많았으므로 제기를 빼앗기지 않도록 차례를 지낼 필요가 있었다.우리 집에는 '망월'이 한 명 있을 뿐이다.(나의 고향에서는, 고용인은 세 종류가 있다.일년 내내 정해진 집에서 일하는 것이 「오랜 세월」, 일정으로 일하는 것이 「단공」, 스스로도 경작하는 한편 연말이나 절기나 연공모을 때 등에 정해진 집에 와서 일하는 것이 「망월」이라고 불렸다.) 혼자서는 손이 모자라서 그는 자기 아들 윤토에게 제기 차례를 시키고 싶지만, 우리 아버지에게 제의했다.
아버지는 그것을 허락했다.나도 기뻤다.왜냐하면 예전에 윤토라는 이름은 들었고, 같은 나이인 것도 알고 있었고, 또 윤달의 출생으로 오행의 흙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윤토라고 이름 지은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덫을 놓아 작은 새를 잡는 데 능숙했다.
그러고 나서부터 오는 날이나 오는 날이나 새해가 기다려졌다.새해가 되면 윤토가 찾아온다.그토록 기다리던 연말이 되어 어느 날 어머니가 나에게 윤토가 왔다고 알려주셨다.뛰어가 보니 그는 부엌에 있었다.윤기가 도는 둥근 얼굴로 작은 모직 모자를 쓰고 반짝반짝 빛나는 은목걸이를 차고 있었다.그것은 아버지의 익애를 보여주는 것으로, 부디 아들이 죽지 않도록 신불에게 소원을 빌고 그 목줄로 묶어 놓은 것이다.그는 낯을 가렸지만 나에게만은 아무렇지도 않았고 옆에 아무도 없다고 자주 말을 했다.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사이가 좋아졌다.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다만 윤토가 성안에 와서 여러 가지 신기한 것을 보았다며 떠들어댔던 것만은 기억에 남는다.
다음날 새를 잡아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안 돼. 눈이 많이 오고 나서야 해.야, 모래땅에 눈 오잖아.그러면 눈을 사
그래서 조금 공터를 만들어.그런 다음 큰 바구니를 들고 와서 짧은 지팡이를 사서 부스러기를 뿌리는 거야.그러면 작은 새가 와서 잡아먹으니까 그때 멀리서 막대기로 묶은 줄을 잡아당기는 거야.그러면 다들 바구니에서 도망칠 수가 없어.뭐라고 있어.벼닭이니 뿔닭이니 비둘기니 남배니……"
그때부터는 눈이 오기를 고대하게 되었다.
윤토는 또 말하는 것이다.
"지금은 춥지만, 여름이 되면 이쪽으로 오면 돼. 이봐, 낮에는 바다로 조개껍질 줍으러 가.빨간 거, 파란 거 다 있어.도깨비방망이도 있고 관음님의 손도 있어.저녁에는 아빠랑 수박 차례로 가는 거야.너도 와라."
도둑 차례?
그렇지 않다.지나가던 사람이 목이 말라서 수박을 따먹었다고, 그런 것은, 이쪽에서는 도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번보는 건 너구리야, 하리쥐야, 차야.달의 어느 날 밤에, 으드득으드득 소리가 나면 차가 수박을 갉아먹는 거야.그랬더니 손에 자차를 들고 살금살금 다가와…."
그때 나는 그 '차'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지금도 짐작은 가지 않는다--하지만, 단지 왠지 모르게 작은 개 같은, 그리고 사나운 동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지 않아?"
자차가 있잖아.몰래 다가가 차를 찾으면 찌르는 거야.저기, 위험하니까 이쪽으로 달려올게.그리고는 또다시 도망쳐 버릴 거야. 워낙 털이 기름처럼 매끄럽고…."
이렇게 많이 드문 일이 있으리라고는 그때까지 나는 생각지도 못했다.바다에는 그런 오색 조개껍질이 있는 것인가.수박은 이런 위험한 경력이 있는 걸까.나는 수박 하면 과일가게에 파는 줄로만 알았다.
야들과 이 모래땅에서는 해일 때가 되면 뜀틀이 잔뜩 뛴다.모두 개구리 같은 다리가 두 개 있어서..."
아, 윤토의 마음은 신비의 보고로 내 놀이동무와는 크게 다르다.이런 것은 내 친구는 아무것도 알고 있지 않다.윤토가 바닷가에 있을 때 그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안뜰에서 네모난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아쉽게도 설은 지나고 윤토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이별이 괴로워서 나는 목소리를 높여
흐느껴 울었다. 윤토도 부엌 구석에 숨어 싫어 울다가 끝내 아버지에게 끌려갔다.그 후, 그는 아버지에게 부탁하여 조개껍질을 한 꾸러미와 아름다운 새의 날개를 몇 개 배달해 주었다.나도 한두 번 뭔가 선물을 했지만 그 이후로 만날 기회는 없었다.
지금 어머니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왔으니 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전광판처럼 한꺼번에 되살아나 나는 비로소 아름다운 고향을 본 것 같았다.나는 곧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좋겠군요.그래서 지금 어떤?
"어떤 식으로든…역시 편치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대답하고 어머니는 문밖으로 눈을 돌렸다.
저 패거리들 또 오고 있다.도구를 산다는 핑계로 그 근처에 있는 것들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거야.좀 보고 올게."
어머니는 일어서서 나갔다.밖에서는 몇 명의 여자 목소리가 있었다.나는 히로시를 이리로 불러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었다.글씨는 쓸 수 있어? 다른 곳에 가는 거야, 기뻐? 등등.
"기차 타고 가는 거야?"
'기차를 타고 가는 거야.'
"배는요?"
"처음에 배를 타고…."
"아이고, 이렇게 돼서 수염을 이렇게 기르고." 갑자기 드높은 목소리가 울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내 앞에는 광대뼈가 나온 입술이 얇은 오십갈래의 여자가 서 있었다.양손을 허리에 대고 치마를 입지 않은 바지 차림으로 다리를 벌리고 선 곳은 마치 제도용 다리의 가느다란 나침반을 빼닮았다.
나는 쿵쿵했다.
'잊었나? 잘 안아주긴 했는데.
점점 더 쿵쾅거렸다.다행히 어머니가 나타나 거들었다.
오랫동안 집에 없어서 못 봤어요.너 기억하잖아."
하고 나를 향해 "이봐요, 옆에 있는 양아줌마……두부집."
맞아, 생각났어.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건너편 두부집에 양 아줌마라는 사람이 하루 종일 앉아 있어서 '두부집 골목'이라고 불렸던가.하지만 그 사람이라면 흰가루를 바르고 있었고 광대뼈도 이렇게 나오지 않았고 입술도 이렇게 얇지는 않았을 것이다.게다가 하루 종일 앉아 있었으니 이런 나침반 같은 자세는 차마 볼 수 없었다.그 무렵 소문으로는 그녀 덕분에 두부 가게는 장사가 잘 된다고 했다.아마 나이 탓일까, 나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래서 잊어버린 것이다.그런데 나침반 쪽에서는 그것이 자못 불복한 듯 폄훼하는 표정을 지었다.마치 프랑스인 주제에 나폴레옹을 모르고, 미국인 주제에 워싱턴을 모르는 것을 비웃는 식으로 냉소를 지으며,
"잊었나? 어쨌든 신분이 있는 분은 눈이 위를 향하고 있으니까..."
"그런 것은 아니야…나는…." 나는 당황하며 일어섰다.
"그럼, 들어봐요, 슌.너 부자됐잖아.운반도 무겁고 불편해요.이런 잡동사니 도구, 방해되니까, 나한테 줘버려요.우리 가난한 사람에게는 꽤 도움이 되니까요."
나는 부자가 아니야.이걸 팔아서 그 돈으로……"
"아이고, 저런, 지사님이 되어도 부자가 아니야? 실제로 첩이 셋이나 있고, 행차는 여덟 사람 굴 바구니로 그래도 부자가 아니야? 훈아 속이려 해도 그럴 수 없어요."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나는 입을 다문 채 서 있었다.
아아, 아, 돈이 모이면 지갑을 닫는다.지갑을 닫으니까 다시 쌓인다….' 컴퍼스는 볼멘소리로 고개를 돌리자 투덜거리며 느린 걸음으로 나갔다.가는 길에 엄마 장갑을 바지 밑으로 꼬아넣고.
그 후, 근처에 있는 친척이 여러 명이나 찾아왔다.그 응대에 쫓기면서 틈을 보아 짐을 챙겼다.그런 일로 4, 5일 졌다.
어느 추운 날 오후, 나는 식후의 차로 쉬고 있었다.겉에 인기척이 나서 돌아보았다.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나왔다.서둘러 일어나 맞이했다.
온 손님은 윤토이다.한눈에 윤토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윤토는 내 기억에 있는 윤토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키는 두 배 정도 되었고, 옛날의 윤기나는 둥근 얼굴은 이제 누런 색으로 변했고, 게다가 깊은 주름살이 쌓여 있었다.눈도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주위가 붉게 부어 있다.나는 알고 있다.바닷가에서 경작하는 자들은 하루 종일 바닷바람을 맞는 바람에 자주 이렇게 된다.머리에는 낡아빠진 모직 모자, 몸에는 얇은 솜옷 한 장,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종이
꾸러미와 긴 담뱃대를 손에 들고 있다.그 손도 내 기억에 있는 혈색의 둥근 손이 아니라 굵고 마디마디였던, 게다가 갈라진 소나무 줄기 같은 손이다.
나는 감격으로 가슴이 벅차올랐고, 그러나 어떻게 말을 했는지 생각지도 못한 채 한마디,
"아, 윤짱--잘 왔구나…."
이어서 하고 싶은 말이 나중에 꼬리를 물고 나왔다.뿔닭, 튀긴 생선, 조개껍데기, 차…하지만 그것들은 무엇인가에 막혀버린 것처럼 머릿속을 뛰어다닐 뿐 입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우뚝 선 채였다.기쁨과 외로움의 빛이 얼굴에 나타났다.입술이 움직였지만 목소리는 나지 않았다.마지막으로 우중충한 태도로 바뀌면서 분명히 이렇게 말했다.
남편! …….
나는 몸서리를 친 것 같았다.슬퍼해야 할 두꺼운 벽이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은 것을 느꼈다.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는 돌아서서 "수생아, 남편처럼 절해라."라며 그의 등에 숨어 있던 아이를 앞으로 내밀었다.이것이 바로 30년 전의 윤토였다.약간 야위고, 안색이 나쁘고, 은목걸이도 하지 않은 차이는 있지만.이게 다섯째 아이예요.세상에 내놓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겁을 먹고 있어서……"
어머니와 히로시가 2층에서 내려왔다.말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은거님, 편지는 일찍 받았습니다.정말 기뻐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남편분이 돌아가신다고 들어서…"라고 윤토는 말했다.
"뭐, 왜 그렇게 버릇없이 굴어.너희 옛날에는 형제지간이잖아.옛날처럼 슌(、ン), 그럼 돼.' 어머니는 기쁜 듯이 말했다.
"참, 은거님, 세상에... 천만의 말씀입니다.그 시절은 어린애였고, 아무 생각 없이…." 그리고 또다시 수생을 앞으로 내밀어 절을 시키려 했지만 아이는 수줍어 아버지의 등에 매달린 채였다.
'이게 수생? 다섯 번째네.모르는 사람뿐이니까 수줍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야.히로시야, 저쪽에서 같이 놀아줘. 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히로시는 수생을 꾀었고, 수생도 기쁜 듯이 나란히 나갔다.어머니는 윤토에게 자리를 권했다.그는 잠시 망설이다 겨우 앉았다.긴꼬리를 테이블에 기대어 종이 꾸러미를 내밀었다.
겨울철엔 변변한 게 없어요.조금은 풋콩을 말렸습니다만, 자신과 이니까, 부디 한결같이…."
나는 살림살이에 대해 물었다.그는 고개를 흔들기만 했다.
너무너무.지금은 여섯째 아이도 도움이 되지만, 그래도 따라가지 못합니다… 세상은 뒤숭숭하고…… 어느 쪽을 향해도 돈은 빼앗기는 대로, 별로고… 작황도 좋지 않습니다.만든 물건을 팔러 가면 몇 번이고 세금을 내 본전은 떨어지고, 그렇다고 팔지 않으면 썩일 뿐이고…."
고개를 흔들다.얼굴에는 많은 주름살이 쌓여 있지만 마치 석상처럼 그 주름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괴로움을 느끼긴 해도 그것을 형언할 길이 없다는 듯 잠시 침묵하다가 키츠루를 집어들고 묵묵히 담배를 피웠다.
어머니가 사정이 있으면 집에 볼일이 많아서 내일은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게다가 점심도 아직 멀었다고 하니 직접 부엌에 가서 밥을 볶아 먹으라고 권했다.
그가 나간 뒤 어머니와 나는 그의 처지를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자식 많고 흉년스럽고 무거운 세금, 병정, 비적, 관리, 지주들 모두 들러 그를 괴롭혀 데크노보 같은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어머니는 가져가지 않는 물건은 모두 주마, 마음대로 고르라고 나에게 말했다.
오후에 그는 물건을 골라냈다.긴 테이블 두 개, 의자 네 다리, 향로와 촛대 한 쌍, 대저울 한 개.그 밖에 짚신도 모두 갖고 싶다고 했다.(우리는 취사할 때 짚신을 태운다.) 우리가 떠날 때 와서 배로 운반하겠다고 했다.
밤에는 또 잡담을 했다. 걷잡을 수 없는 이야기뿐이었다.다음날 아침, 그는 수생을 데리고 돌아갔다.
그리고 또 9일 후, 우리들의 여행을 떠나는 날이 되었다.윤토는 아침부터 왔다.미즈오(水生)는 데리고 가지 않고 다섯 살이 되는 여자아이에게 배 차례를 시키고 있었다.저마다 하루 종일 바빠서 더 이상 이야기할 겨를이 없었다.손님도 많았다. 배웅하러 오는 자, 물건을 가지러 오는 자, 배웅 겸 물건을 가지러 오는 자.저녁이 되어 우리가 배에 오를 무렵에는 이 오래된 집에 있던 크고 작은 잡동사니들은 완전히 치워져 있었다.
배는 오로지 전진했다.양안의 녹색 산들은 황혼 속에서 연묵색으로 변했다가 꼬리로 사라졌다.
나와 함께 창가에 기대어 저물어가는 바깥 경치를 바라보던 히로시가 문득 물었다.
아저씨, 우리 언제 돌아와요?"
"돌아올래? 왜 또 가기도 전에 돌아갈 생각을 했지?"
"왜냐하면 수생이가 나보고 집에 놀러오래."
커다란 검은 눈을 부릅뜨고 그는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나도, 나의 어머니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리고 이야기가 다시 윤토의 일로 돌아갔다.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여느 두부가게 골목의 양 아줌마는 우리 집에서 치우기 시작한 뒤 매일 꼭 찾아왔는데 엊그제 잿더미에서 멍멍이와 접시를 10여 개 캐냈다.이런저런 논란 끝에 그것은 윤토가 묻어둔 것임에 틀림없다, 재를 운반할 때 함께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양 아줌마는 이 발견을 공들여 개밥통(이것은 우리에게 닭을 기르는 데 사용한다.나무판자에 울타리를 단 도구로 안에 음식을 넣어두면 닭은 목을 쭉 뻗고 따라붙을 수 있지만 개는 할 수 없어 보고 질릴 뿐이다.)를 잡고 날아갔다.다리 밑창이 높은 구두로, 평소 생각할 정도로 빨랐다고 한다.
낡은 집은 점점 멀어지고 고향 산과 물도 점점 멀어진다.하지만 서운한 마음은 들지 않는다.내 주변에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이 있고 그 안에 나만 남겨진 것처럼 마음이 아찔할 뿐이다.수박밭 은목걸이 소영웅의 모습은 원래 선명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제는 갑자기 희미해졌다.이것도 참을 수 없이 슬프다.
어머니와 히로시와는 잠이 들었다.
나도 누워서 배 밑바닥에 물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지금 나는 내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생각해보면 나와 룬토의 거리는 완전히 멀어졌지만 젊은 세대는 지금도 마음이 통하고 실제로 히로시는 미즈오를 그리워하고 있다.적어도 그들만은 나와 달리 서로 격절하는 일이 없도록……그렇다고는 해도, 그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있고 싶기 때문에, 나처럼, 헛수고로 영혼을 닳게 하는 생활을 함께 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또 윤토처럼 억눌려 마음이 마비되는 생활을 함께 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또 다른 사람들처럼 화를 내고 허둥지둥 뛰는 생활을 함께 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희망을 말하자면, 그들은 새로운 삶을 가져야 한다.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삶을.
희망이라는 생각이 떠올라서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분명히 윤토가 향로와 촛대를 소망했을 때 나는 변함없는 우상숭배구나, 언제쯤 잊을까 하고 은근히 그를 비웃곤 했지만 지금 내 희망 역시 손수 만든 우상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단지 그가 원하는 것은 금방 얻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은 구하기 어려울 뿐이다.
잠이 들던 내 눈에 해변의 넓은 녹색 모래땅이 떠오른다.그 위 감벽 하늘에는 금색의 둥근 달이 걸려 있다.생각하기에 희망이란 원래 있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고 없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다.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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