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기, 바 소, 아닐 불, 하고자 할 욕, 말 물, 베풀 시, 어조사 어, 사람 인. 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의미다. 사람의 성정(性情)은 비슷하니 내가 싫은 것은 남도 싫고 내가 좋은 것은 남도 좋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기는 싫어하면서 남에게는 강요한다면 이는 윤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심지어 자연법칙에도 위배되는 짓이다.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묶은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유래한다.
위(衛)나라의 유학자이자 공자의 문하인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가 평생 동안 실천할 수 있는 한 마디의 말이라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공자는 "바로 용서의 '서(恕)'이다(其恕乎).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己所不欲勿施於人)"라고 했다. 서로 이해하는 것, 즉 서로 용서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 존중해줘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이 말은 '기소욕 시어인'(己所欲 施於人)으로도 바꿔 쓸 수 있을 것이다. 네가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하라는 의미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말이다. 칸트가 '실천이성비판'에서 언급한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 대하라는 말이다. 칸트는 남을 나와 같은 인격체로서 대할 때 인간관계가 올바로 형성된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성경에도 기소불욕 물시어인의 의미가 담긴 가르침이 있다. 마태복음 7장 12절에는 "무엇이든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라는 구절이다. 결국 인간관계의 섭리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차이가 없다.
비슷한 한자성어로는 자주 쓰이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다. 맹자(孟子) 이루편(離婁編)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비롯된 말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의미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려한다는 환위사고(換位思考)도 비슷한 말이다.
기소불욕 물시어인의 반대말은 자기중심적 이기심을 나타내는 아전인수(我田引水), 아시타비(我是他非), 비기지욕(肥己之慾) 등이 있다. 현대판 사자성어인 '내로남불'도 기소불욕 물시어인과 닿아있다. 기소불욕 물시어인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인권'일 것이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인권의 출발점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사람들은 너무나 어렵게 생각한다.
출처 : 디지털타임스 이규화 기자 2021-05-27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