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8. 23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암호화폐 옹호론자인 일론 머스크와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차세대 인터넷’으로 각광받는 웹 3.0의 실체와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평가를 내려 웹 3.0 예찬론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웹 3.0이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웹 3.0을 본 사람이 있느나? 나는 그걸 찾을 수가 없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잭 도시도 웹 3.0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당신이 웹 3.0을 소유한 게 아니다”라며 “벤처캐피털(VC)과 그들에게 돈을 대는 펀드출자자(LP)가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웹 3.0은) 결코 그들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이름표만 다르게 가지고 있는 중앙집권적 실체”라고 비판했다. 사람들은 개인들이 지배하는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꿈꾸고 있지만 유명 VC인 안드리센 호로위츠 등 일부 VC들이 웹 3.0 비전까지 손에 넣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렇듯 현재 시점에서 웹 3.0의 실체와 미래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원래 웹 3.0은 월드와이드웹(WWW)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가 1998년 제안한 지능형 웹인 ‘시맨틱웹(Semantic Web)’이란 개념에서 시작되었다. 인터넷을 하면서 자주 쓰는 ‘WWW’ ‘URL’ ‘http://’를 창시한 사람이 팀 버너스 리이다.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유럽 입자물리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연구자들 사이에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컴퓨터가 어느 곳에 있든지 거기에 담긴 데이터를 읽을 수 있다면 엄청난 정보와 정보공간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웹 3.0에 대한 머스크와 잭 도시의 비판
이후 그는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특수한 명령어를 사용하여 인터넷을 이용했던 상황에서 하이퍼링크로 자유자재로 정보를 전송하고 보여주는 기능을 선보이게 된다. 그래서 탄생한 게 1991년 세계의 인터넷망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월드와이드웹(WWW)이다. 이후 5년 만에 60만명에 불과하던 인터넷 사용자는 4000만명으로 늘어났다. 그 뒤 월드와이드웹(WWW)은 세계 웹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 그가 제시한 시스템이 세계 표준으로 빠르게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월드와이드웹의 라이선스를 무료로 배포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연구하거나 수정, 배포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작권을 보장해주었다.
팀 버너스 리가 자신이 개발한 여러 기술들을 특허도 내지 않고 무료로 풀어버린 것은 인터넷 발전을 위해서였다. 그런 그가 거대 IT 기업들이 인터넷상 정보를 독점하여 막대한 이익을 취하지만 책임은 제대로 지지 않는 모습에 실망해 인터넷 분권화 운동에 매진하게 된다. 이래서 탄생한 게 시맨틱웹 기술이다. 현재 옥스퍼드대와 MIT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팀 버너스 리는 차세대 웹 기술 연구 끝에 지능형 시맨틱웹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컴퓨터 스스로가 웹페이지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고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웹 3.0의 근간이 된다.
웹 3.0 예찬론자들에 의하면, 웹 3.0은 메타버스와 함께 ‘차세대 인터넷’의 총아로 각광받는 개념이다. 초기 인터넷의 소통방식이 웹페이지를 통해 생산자가 만들어낸 콘텐츠를 사용자가 읽는, 곧 읽기만 가능한 환경이었다면 지금의 웹 2.0에서는 사용자가 읽기와 쓰기가 동시에 가능한, 곧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터넷 환경이다. 하지만 웹 2.0에서는 플랫폼 제공자가 모든 과실을 독차지하는 불공평한 세계라는 비판이 나온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아무런 금전적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다.
▲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 교수가 2019년 웹 탄생 30주년을 맞아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념 강연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메타버스와 함께 차세대 인터넷의 총아
그러나 앞으로 펼쳐질 웹 3.0 환경에서는 콘텐츠의 ‘소유권’이 개인에게 귀속되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세상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은 특히 메타버스라는 가상경제 생태계 내에서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현재 인터넷 세상의 운영주체는 플랫폼 회사들이지만 앞으로 웹 3.0 세상에서는 분산화된 네트워크, 곧 개인들이 주도권을 행사한다는 의미이다. 곧 웹 3.0은 모든 사람이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통해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고 소유권을 개인들에게 돌려준다는 개념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는 지금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에서 탈중앙화로 진화한다는 개념이기도 하다. 요컨대 ‘탈중앙화’가 웹 3.0의 핵심 가치이다.
지금의 인터넷 세상에서는 플랫폼 회사가 개인정보도 강제 탈취하는 구조다. 하지만 웹 3.0 시대가 오면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합당한 가격을 산정해 사고파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또한 데스크톱 화면에서도 특수 안경을 쓰면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세계를 경험하는 신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다. 2차원 세계의 인터넷 환경이 3차원의 세계로 진화한다는 이야기이다.
이쯤에서 등장해야 할 게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이다. 왜냐하면 웹 3.0 생태계가 실제 구현될 경우 개인 콘텐츠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뭔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NFT는 진본임을 확인해주는 디지털 세계의 ‘등기부등본’ 같은 역할을 해주는 장치다.
개인 콘텐츠뿐 아니라 디지털자산의 소유권 증명에도 NFT가 필요하다. 앞으로 게임하면서 돈도 버는 P2E(play to earn) 게임 생태계에서는 코인의 사용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또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메타버스 생태계 내에 생기는 일자리와 일거리, 그리고 놀거리에서도 코인의 사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메타버스 내에서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경제행위를 하려면 현실세계에서의 등기부등본 같은 디지털 세계의 등기부등본이 필요하다. 디지털자산이 누구 것인지 증명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게 NFT이다. NFT는 관련 정보가 모두 블록체인에 저장되어 최초 발행자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어 예술과 스포츠를 포함한 모든 디지털 콘텐츠의 진본을 증명하는 데 쓰이며 위조가 불가능하다.
메타버스는 앞으로 인간의 상상력이 총동원되는 가상세계로 진화할 것이다. 2021년 11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블록체인 콘퍼런스에서 화상으로 참가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메타버스는 신이 허락하는 가장 높은 경지의 창조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프로슈머(Prosumer·생산자와 소비자 역할을 동시에 하는 사람)들이 같이 놀고 즐기며 창조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라며 ‘프로슈머 경제와 NFT’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닉 재보와 함께 암호화폐를 처음 만든 데이비드 차움은 암호화폐의 궁극적 지향점은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에 있다고 강조했다. 벌써 40년 전의 이야기이다. 이러한 지향점에 시동을 건 시스템이 다오(DAO)이다.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는 전통적 기업구조를 대신하는 블록체인상의 스마트 컨트랙트에 따라 운영되는 탈중앙화 자율조직을 의미한다. 최근 NFT와 DeFi(디파이) 등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다오(DAO)가 추진되고 있다.
웹 3.0 세상과 함께 올 NFT와 DAO
최근 DAO가 각광받는 것은 그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과 탈중앙화’에 있다. DAO는 자체적인 토큰을 발행하여 구성원들에게 의결권을 배부하고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여 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 이를 통해 수평적인 조직구조, 익명성,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동시에 자금조달, 투자 등의 모든 활동을 중개기관 없이 가능하게 하고 그 전체적인 과정을 미리 합의된 규정(프로토콜), 곧 스마트 컨트랙트로 진행한다. 공동으로 투명하게 투자하고 수익을 분배받는 형태의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중개자 없이, 곧 중간에 은행이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금과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DeFi 프로젝트는 DAO에 의해 운영되는 대표적인 분야라 할 수 있다.
‘웹 3.0, NFT, 메타버스, DAO’는 공통점이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분야들이라는 점이다. 마치 인터넷이 초창기에 안갯속을 거닐며 버블과 폭락이 교차했듯이 이들이 지금 그런 상황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희망과 낙관을 먹고 자라며 의심에 무너진다는 점이다.
가상자산 특히 비트코인은 기대가 커지면 가격이 상승하다가 의심이 커지면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그때마다 상승 모멘텀이 있었는데 첫 번째가 ‘이더리움의 출현’, 두 번째가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DAO’, 세 번째가 ‘Web 3.0’이었다. 고려대 김형중 교수는 그때마다 족집게처럼 이것들의 중요성을 설파했는데, 촉이 발달했다기보다는 오랜 시간의 관심과 호기심이 길러준 통찰력 덕분일 것이다. 미래 세계는 희망과 낙관 때로는 의심을 먹으며 자라난다.
홍익희 / 세종대 대우교수·‘월가이야기’ 저자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