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530 한국전력
전기요금 조정 여부…며느리 뿐 아니라 할머니도 모른다
“며느리도 모른다”라는 말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할머니만 알고 있는 중요한 노하우는 며느리가 시집 온지 오랜 시 간이 지난 후에야 하나 둘씩 가르쳐 주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할머니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최근 초미의 관심사인 전기요금은 더 그렇다. 며느리(한국전력)뿐만 아니라 할머니(정부)도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전기요금 수준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한 한전의 자료제출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시장의 공개된 정보(전기요금 산정기준 등)를 이용해 전기요금 조정 여부와 조정 폭을 예측해 보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전기요금 산정기준에 예외조항이 많고, 확정치가 아닌 예상 지표(정부가 생각하는 유가, 원/달러 환율 등)가 중요한데 이를 알 수 없으며, 정부가 산정기준을 준수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칙은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산정기준이 제대로 적용된다면 특정연도에 유가상승 등의 이유로 적자를 낼 수는 있어도 2년 연속 적자가 날 수는 없다. 원가부담이 늘어나 이익이 줄어들면 이듬해에 요금인상으로 보상 받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08년~12년 동안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 때 누적된 적자를 아직 보상받지 못하고 있으며, 보상 받을 법적 근거도 없다. 전기요금에는 한전이 전력생산을 위해 투입한 고정비와 변동비, 그리고 투자보수(보장이익)가 포함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큰 오차 없이 추정할 수 있는 투자보수는 요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에 불과하다. 86%의 비중을 차지하는 구입전력비는 유가, LNG가격, 원/달러 환율, 발전믹스 등 너무 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는데다 이러한 변수들에 대해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데 이를 사전적으로 알 수 없으며, 사후적으로도 자세히 공개되지 않는다.
올해는 과거에 없던 인상요인과 인하요인도 상당해
일반적으로 한전의 ‘전력판매수입’과 ‘총괄원가(원가+마진)’에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면 전기요금 조정이 필요없고, ‘전력판매수입〉총괄원가’로 전망되면 전기요금 인하요인이 생기는 것이다(반대의 경우는 인상요인 발생). 여기에 작년의 ‘실제 전력판매수입’과 ‘실제 총괄원가’에 차이가 난 부분도 반영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특히 올해는 유연탄 수입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온실가스 배출권 매입비용, 발전세 등 전년대비 늘어나는 비용을 정부가 얼마나 반영해줄 지 예측하기 어렵고, 8조원이 넘는 본사부지 매각차익 또한 적정원가 산정에 어떻게 반영될 지 알 수 없어 현 시점에서 전기요금 조정 여부와 폭을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최종 의사결정은 정부의 몫
우리는 올해 평균 전기요금이 3% 인하되는 것으로 가정하고 이익을 전망하고 있다. 3% 인하 가정에 특별한 근거는 없다. 과거 수십 년 동안의 전기요금 조정률과 최근 수년 동안 계속 요금을 올려왔던 사례, 올해의 이익 전망, Free Cashflow 추이 및 전망, 소비자 물가 추이 및 전망, 정치권의 입장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가정했을 뿐이다. 한전은 자체적으로 계산한 기초회계자료와 요금산정보고서를 6월 말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1~3개월 동안 검토를 거쳐 관련부처 장관의 협의가 이뤄지면 산업통상 자원부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요금이 조정되는 것이 절차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파악하기 어려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요금 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 부분은 그야말로 며느리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