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9. 25
시리아 내전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리아 난민들이 대거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축구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9월 4일, 3살배기 시리아 난민 소년 아일란 쿠르디의 익사체가 해변에서 발견되면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시리아 난민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012년 7월에 발발한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 양상을 띄고 있고, 정부와 반정부군의 폭격 속에 폭격 속에 애꿎은 시민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 어린 아이들마저 총살하는 학살극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이에 독일을 필두로 서유럽 지역에선 시리아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축구계 역시 발빠르게 시리아 난민 구호 운동에 나섰다. 가장 먼저 앞장선 구단은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 바이에른은 시리아 난민을 위해 100만 유로(한화 약 13억 4천만원)의 기금을 마련했고, 무료 음식 제공에 더해 축구와 독일어 강습을 받을 수 있는 트레이닝 캠프를 마련했다. 이에 더해 9월 12일 아우크스부르크와의 경기에선 바이에른 선수들이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칼-하인츠 루메니게 바이에른 사장은 이에 대해 "우리는 사회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팀이 될 것을 약속한다. 어려움에 직면한 어린이와 어른을 돕고 독일에서의 삶을 지원할 것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비단 바이에른이 전부가 아니다. 분데스리가 전역에 난민 구호 캠페인이 이루어졌다. 샬케는 팀의 레전드로 독일 대표팀 최초의 순수 흑인 선수 게랄트 아사모아를 중심으로 '일어서라(STEHTAUF)'는 캠페인을 통해 시리아 난민들에게 구호 물품을 전달해 주었다. 그 외 베르더 브레멘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물론 다른 분데스리가 구단들 역시 난민 구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 사진출처 : 샬케 구단 공식 트위터
독일 축구협회(DFB) 역시 발빠르게 난민 관련 캠페인에 나섰다. 2015년 한 해에만 독일로 망명하는 난민들의 숫자가 80만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해 대비 무려 4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에 독일 축구협회(DFB)는 이주자에게 향하는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축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난민 연합과의 친선 경기도 추진했다.
분데스리가 선수들도 난민 구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바이에른 수비수 하비 마르티네스는 직접 난민 캠프를 방문해 위로를 전하는 한편 자신의 SNS 계정에 난민 어린이와 찍은 사진과 함께 "티끌 모아 태산! 난민을 환영한다"라는 글을 올려 많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만 5세의 어린 나이에 보스니아 내전으로 인해 오스트리아로 망명한 베르더 브레멘 에이스 즐라트코 유누조비치 역시 "난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난민들을 지원하고 돕는 행위를 통해 인류애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난민들이 환영받는 존재라는 인식을 가지게 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그들을 도울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나서야 한다. 우리는 다른 이의 도움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독일 최다 부수 판매를 자랑하는 타블로이드 '빌트'지 역시 독일축구리그(DFL) 및 물류회사 헤르메스와 연계해 '우리가 돕겠다(WIR HELFEN)'는 캠페인을 전개 중에 있다. 이를 통해 난민 구호 캠페인을 독일 사회 전역으로 확장시켰다. 대다수의 분데스리가 팀들 역시 유니폼에 'WIR HELFEN' 패치를 왼팔에 부착하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 사진 출처: Bild
다만 빌트지의 'WIR HELFEN' 캠페인은 모두에게 환영을 받고 있는 건 아니다. 독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좌파 구단으로 불리는 상 파울리는 빌트지 캠페인에 대해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난민 환영 문화를 지지해왔고, 난민들을 도와왔다"라며 불참 의사를 선언한 것. 상 파울리가 빌트지 캠페인에 불참한 이유는 빌트지가 대표적인 우파 언론사이기 때문. 게다가 이미 상 파울리는 다른 분데스리가 팀들이 난민 관련 캠페인에 관심도 없었던 2015년 2월, "난민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구장 경기장 전면에 새긴 바 있다.
하지만 빌트지 편집장 카이 디크만은 "상 파울리가 'WIR HELFEN' 캠페인을 보이콧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들은 난민을 돕겠다는 마음이 없나 보다"라며 비꼬는 글을 올렸다. 당연히 디크만의 발언은 정치적 좌파 성향을 가진 구단들을 자극했고, 도르트문트와 쾰른 팬들은 플래카드로 '난민은 환영하지만 빌트지는 환영하지 않는다(Refugees Welcome, Bild Not Welcome)'는 문구를 걸었다.
이렇듯 빌트지의 난민 구호 캠페인과 관련해선 다소간의 마찰이 있긴 하지만 중요한 건 독일 전역에 난민을 도와야 한다는 인식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난민 구호 캠페인은 독일을 넘어 전유럽으로 퍼져나갔다. 레알 마드리드는 바이에른과 마찬가지로 100만 유로 기부금을 지원하는 한편 헝가리 뢰스케 인근 난민수용소에서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헝가리 카메라 기자에게 발로 차인 장면이 포착되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시리아 난민 오사마 압둘 모센 가족을 경기장에 초대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마스코트를 선물했다. 파리 생제르맹 역시 100만 유로를 기부했다.
포르투갈 명문 포르투는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미셸 플라티니에게 난민 구호를 위한 획기적인 기부 운동을 제시했다. 바로 유럽 대항전 경기 티켓 한 장당 1유로를 난민들에게 기부하자고 제안한 것. 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 리그 조별 리그에 참가하는 80개 팀이 모두 이 캠페인에 참가할 경우 200만 유로가 넘는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게 된다.
포르투의 제안한 이 기부 운동에 많은 구단들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첼시는 비단 챔피언스 리그를 넘어 모든 공식 대회로 확장해 티켓 한 장 판매당 1파운드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동참했다. 볼프스부르크 역시 포르투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전하는 한편 CSKA 모스크바와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 1200명의 난민들을 초청했다.
다만 모두가 이를 찬성하는 건 아니다. 동유럽 및 이스라엘 쪽에선 시리아 난민 구호에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폴란드 명문 레흐 포즈난은 구단 차원에서 티켓 한 장당 1유로를 기부하는 UEFA 캠페인을 보이콧할 것이라고 명백히 밝히는 한편 팬들 역시 '이슬람화는 그만(Stop Islamization)'이라는 배너를 걸었다. 그 외 이스라엘 구단 마카비 텔 아비브는 리그 경기에서 "난민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플래 카드를 걸었고, 라트비아 구단 BATE 보리소프 팬들 역시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문구를 걸었다.
한편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한 키프러스 구단 APOEL 팬들은 "우리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보지 마라. 누가 난민을 돌볼 수 있나?"라는 플래 카드를 통해 난민구호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종차별주의자로 모는 것은 잘못된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렇듯 시리아 난민 구호와 관련해 축구계에서도 찬반양론이 쏟아지고 있다. 한 가지 이슈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국가들은 난민 구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실업 문제로 고생하고 있는 국가들은 난민 유입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입장을 취한다.
분명한 건 축구 역시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데에 있다. 현재 많은 동유럽계 축구 선수들이 유고 내전을 피부로 겪었다. 에딘 제코는 어린 시절 동네에서 함께 축구하던 친구들이 폭격으로 사망하는 악몽과도 같은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축구 팀들 역시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축구는 곧 하나의 문화이자 사회 현상이다.
마지막으로 아사모아가 '일어서라'는 캠페인에서 한 발언을 남기도록 하겠다. "(난민구호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난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스스로에게 '난 인간이다'라고 말한 후 '지금 내 생각과 행동이 옳은 것인가?'를 마음 속 깊이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김현민 기자
자료출처 : 골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