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연휴기간 동안 바쁘셨던 야크돔 센터 직원분들의 회식이 있던 날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우이동 주민인 저는 산책을 하면서 또래오래를 지나쳤고… 어느새 틈바구니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닭발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담에 만경대에 갑시다.”
저는 우이동에 이사온 후로 매일 북한산을 보게되면서 막연하게 ‘만경대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떡밥을 물지 않을 수 없었고요. 그날 함께 자리하신 분들 가운데 혜진 님과 태리 님도 만경대에 가 본 적이 없다고 하셔서!
얼렁뚱땅 모임이 결성됩니다.
급조된 이름은 MCC. 먼데이 클라이밍 크루(클럽?)의 약어입니다. 센터장님이 첫 등반지로 남한산성의 범굴암을 제안하셔서, 당장 다가오는 월요일에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 범굴암에 가게 됩니다…
🧗남한산성 범굴암
일시: 10월 11일 수요일 9:30 집합
장소: 남한산성 범굴암
구성원: 한상섭 센터장님, 오성호 선배님, 김태리, 김현지
(개념도 사진을 찍어올 걸 그랬어요. 검색하면 나오기는 헙니다만…)
범굴암은 경기 광주시 검단산에 있는 암장입니다. 산사랑산악회와 석우산악회가 공동으로 개척해 만든 단피치 암장이라고 하고요, 루트는 총 18개 있었습니다. 어프로치는 쉽고 짧아서 15분 정도도 안 걸렸던 것 같습니다. 센터장님께서 청죽산악회 대표를 하셨던 오성호 선배님을 섭외(!)해주셨습니다.
나뭇가지 끝이 조금씩 물들고 있고 마을은 조그마하니 예쁘고 집에서 나오니까 무조건 좋고요… 어프로치는 짧기도 짧고 찾아가기도 쉬웠습니다. 나중에 제가 제 스스로를 건사할 능력이 된다면 능히 길을 잃지 않고 찾아갈 수 있을 정도? 불당골 주차장에 내려서 암장에 가보니 오성호 선배님이 미리 와계셨습니다.
저의 소박한 실력으로 태리 씨와 함께 해 본 루트는 현길(개척2002로 착각했다가 태리시 글 보고 수정합니다!), 산사랑(5.9, 12m)였습니다. 이 날 운이 좋았던 것이… 저희 말고는 아무 팀도 오지를 않아서, 완전히 전세를 냈습니다. 덕분에 처음은 탑로핑으로 편안하게 시도해볼수 있었습니다.
근데
빨간 돌 파란 돌 노란 돌이 아니다
아무 돌도 저를 잡으세요 저를 디디세요 라고 하지 않는다
ㅋㅋㅋㅋㅋㅋ
초크가 발라져 있어서 대충 뭘 잡고 가야하는 지 완전히 모르겠는 건 아니겠다 싶었는데, 정작 벽 앞에 가니까 저절로 시야가 겸손해졌습니다. 홀드 간격도 위치도 생소한 (아니 이것을 홀드라고 부른단 말인가) 돌 튀어나온 부분을 꼬집꼬집뜯어서 어잇차 몸을 올려야 하는데 제 육신이 너무 무거워… 당황해서 스타트부터 쫄아버릴 뻔 했는데 짜란다 짜란다 해주시고 멘탈 챙겨주셔서 잘 다녀왔습니다. 루트가 짧다보니“엥 벌써 다 왔다고?” 싶으니까 조금 자신이 생겼고요. 해서 그 다음에는 첫 퀵드로는 걸어주시고 다음 것부터 리드를 조금 해보았습니다.
왜 자세가 안예쁘지, 너무 어거지로 온몸을 비비면서 간다 싶어 부끄럽지만… 그것은 저의 한계니까 어쩔 수 없고요…
제 기억이 맞다면, 센터장님 선배님께서 한번 해보기라도 하라고 해주셔가지고 성공 루트(5.11a, 15m) 탑로핑으로 해보았습니다. 할 수 없는 거였는데, 선배님께서 빌레이 봐주셔서 너무나 마음 편하게 등반했습니다. 아니 사실 이 몸짓은 등반이라기보다는 둥실 두둥실
오른손은 바위 옆을, 왼손을 언더로 뜯으면서 안듯이 올라서야하는 부분이 많이 어렵고 힘빠졌습니다. 오른발 딛는 곳이 안보이고 생소하고 불안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뒤에서 이런저런 코칭 해주셔서 그나마 동작을 흉내라도 내본 것 같아요. 어려웠고 등반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ㅋㅋㅋㅋ) 재미있었습니다.
- 그런데 루트명이 성공 맞나요? 혹시 틀렸으면 알려주세요!!
🧗
여담이지만 제가 가기 전에 엄청나게 긴장을 했는데, 알파인돔 채영기 선생님께서 이런 저런 조언을 가기 미리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빌레이 장갑이 (바베큐 장갑처럼) 좀 두껍고 둔해서 불편해하고 있었는데, 이 참에 장갑 손가락 끝을 잘라가지고 가져갔습니다. 이것도 선생님이 손가락 한마디만 빠꼼 나오고 손바닥 안쓸리게끔 잘 잘라주셨어요. 이것저것 많이 신경써주셔서 사실 속으로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감사해요.
이사 온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센터를 계기로 이렇게 산에 다니게 되어서 반갑고 신기하고 좋습니다. 우이동 최고야(흑흑)
등반지를 정하고 섭외와 이동까지 수고 마다 않아주신 센터장님께, 그리고 여기 계시지는 않지만 오성호 선배님께도 거듭거듭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범굴암에 다녀와서 저는 오 또 가고싶다! 태리씨랑, 센터 같이 다니는 사람들이랑 또 오고싶다! 를 한 백번쯤 말한 것 같고요. 등반기가 마지막까지 주접시러워서 좀 머쓱하네요.
그 사이 두 군데 더 다녀왔습니다.
앉은 김에 되는 대로 후다닥 몰아 써보겠습니다.
투 비 컨티뉴…
첫댓글 헐 성공이 11이었네요 ..?
저는 10a 라고 잘못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죽을 쑤고 온게 조금 속상했었는데 11a 라니 마음이 편해지네요 😌
다음에 또 가입시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