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가 제일 좋아했던 소리가 뭔지 아세요?
글쎄요..
제가 사실 섬에서 살았거든요. 목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에요.
아 압니다. 천사의 섬들 말이죠.
네, 지금은 좀 유명해졌지만 그때만해도 완전 시골이었죠. 저는 섬에서 사는게 참 답답했어요. 그래서 엄마에게 종종 목포에 가자고 졸랐죠. 목포에 외가가 있었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외삼촌집이지만요. 엄마랑 때론 혼자서도 외가에 갈때면 방이 많았던 그곳에서 저는 농과 접이식 매트리스가 덩그라니 놓여있던 방에서 잤어요. 그리고 아침이면 어김없이 일찍 눈이 떠지더라구요. 참 외가에서 아침에 많이 들리는 소리가 뭔지 아세요?
글쎄요..
힌트..목포는 항구입니다. 저희 외가가 목포역 근처이기도 했지만 사실 작은 도시라 항구랑도 그리 멀지 않거든요(그땐 결코 작다 생각하지 않았지만요). 이른 아침 어쩌면 새벽이기도 하는 시각. 가만히 누워 배 들어오는 소리, 나가는 소리, 갈매기 소리, 이른 아침 움직이는 사람들 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차들도 지나가는 소리도 들렸구요. 거기까지 들으면 급 벅차오르는 거에요.
‘아, 내가 있는 곳이 지금 섬이 아니라 목포구나. 난 지금 목포에 와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웃겨요. 사실 지금은 나의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왜 그땐 그곳을 그리 벗어나고 싶었을까요. 그때는 목포가 최고의 도시였는데 왜 지금은 아주 작게만 느껴질까요.
지금 저는 아이들 방에서 쌍둥이들이랑 자는데 길가랑 좀 가까워그런지 차들 지나가는 소리가 좀 울리며 들려요. 그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밤이면 어김없이 초등학교 시절 목포 외가에서 이른 아침 들리는 소리에 혼자 씩 웃었던 게 기억이 난답니다. 지금 말하고 보니 그런 추억 하나 있는거 괜찮은 거 같네요.
첫댓글 서울에서 자란 저는 마냥 부럽습니다 우주진주 는 부자예요
점점 살수록 어린시절 추억이 나에게 큰 정서적 보물로 자리잡고 있구나 생각되어요. 여정은 서울에서도 늘 보물을 캐며 살고 있잖아요^^
새벽녘 언젠가, 이런저런 소리에 혼자 씩 웃고 있을 어린 우주진주가 그려져요~ 너무 귀여워 저도 웃음이나요ㅎㅎ
미소로 답해주는 눈썹달 모습이 상상이 되어 저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울아빠는 흑산도 섬소년이었어요. 중학교 졸업하고 목포로 나와 공부하고 내내 서울에 사셨죠. 아빠도 흑산도 살 때 목포 가면 너무 좋으셨대요. 그리 배멀미를 하면서도 목포 심부름은 도맡아하셨다고.... 저 어렸을 적에 일 년에 한 번씩은 흑산도 할머니댁에 갔었어요. 고향이 늘 그리우셨고, 섬에 남겨진 엄마가 늘 안쓰러우셨던 것 같아요.. 우주진주 글 보며 아빠에게 전화를~~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었습니다.
와 정말요? 흑산도는 제가 사는 곳애서도 먼 곳이고 저 어릴적엔 섬과 섬을 잇는 다리도 없어서 가보지 못했는데 늘 흑산도 홍어 때문에 어릴적 많이 듣고 자란 이름이에요. 배멀리를 하면서도 목포애 가고팠던 아빠의 마음이 딱 제 마음이었어요^^ 이렇게 애솔과도 뭔가 연결고리가 생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