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펼칠 때면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림책도 시처럼 읽어야겠구나. 짧은 문장 속에 심어둔 의미, 그림 속에 숨겨진 의미. 그런 것들을 찾아가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이 그림책 읽기의 재미가 아닐까 해요. 이 그림책 역시 ‘자꾸만 작아지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꾸만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주인공의 세 살 생일 케이크를 사기 위해 조금 모자란 돈 대신 키 5센티미터를 내기 시작한 부모님. 몇 년이 흘러 학교에 보내기 위해 학비로 키 8센티미터를 또 냅니다. 신발, 책 등을 사기 위해서 부모님은 키를 자꾸 내야 합니다. 주인공은 쑥쑥 자라지만 부모님은 크고 검은 사람들 사이에서 목이 터지게 외쳐도 외면받을 만큼 더 작아집니다. 주인공이 학교를 마치고 어른이 되어 자신의 가정을 꾸릴 때가 되어서야 더 이상 작아지지 않지요. 찻잔만큼이나 작아진 부모님을 위해 주인공은 삼나무를 깎아 장난감을 만들어 주셨던 아버지처럼 삼나무로 가구를 만들고 작은 집을 지어줍니다. 자식을 위해 온몸으로 희생하는 부모님과 한없이 작아진 노년의 부모님에게 그 사랑을 다시 전하는 자식.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사랑은 동글동글 돌고 도는 동그라미’네요.
책장을 넘기다 글은 없고 활짝 핀 매화꽃만 가득한 장을 만납니다.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강인하고 아름다운 매화. 아마도 호주에서 중국계 이민자로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을 부모님을 향한 작가의 벅차오르는 감사와 존경을 전하는 그림 같아요. 결국 한없이 작아진 부모님은 우리에게 온몸으로 인생을 살아 나가는 법과 어려움을 이기는 법을 가르쳐 준 우리들의 거인이 아닐까요?
첫댓글 그림책을 시처럼 읽는다니. 새롭고 멋진 방법이네요. 어쩌면 ' 덜' 드러내는게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마음이 쓸쓸해지는 책이군요
그림책을 요즘 통 못읽는데 읽고 싶어졌어요. 시처럼 읽어보도록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