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승리하는 후보의 7가지 조건
1. 선거의 3요소-자금력, 조직력, 홍보력을 보유하는 능력
공명선거라고 하지만 자본 없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비용은 억 단위를 넘은 지 오래고, 흔히 선거자금을 거론하면 이상한 시선을 던지는 이중적 세태이긴 하지만 선거의 자금력은 가장 솔직하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현장 과정에서 종종 목격하는 장면 중 후보자가 인쇄업자와 인쇄물비용에 대해 승강이를 벌이는 모습을 본다. 예전에 비해 선거회계업무가 치밀하게 발전했고 선거관리위원회가 특별히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까지 시킨 덕분에 많이 사라지는 풍경이 되었지만 자본의 유통이 원활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일들이 많다.
명함은 선거비용에 포함되어 제한액이 있지만 여론조사는 선거비용이 아니라 정치자금에 포함된다. 즉 후보 개인 자산으로 사용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후보가 조사비용을 아낀다. 조사비용뿐 아니라 모든 비용을 아낀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선거관련 비즈니스가 많지만 이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필자의 경험이 증명한다. 그러나 군자금을 아끼다가 필요한 무기를 동원할 수 없어 패배하지는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자금은 있으나 조직이 없는 사람은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현명하다. 현장조사로 드러나는 조직력은 선거의 승패에 절대적이다.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홍보를 통해 상대보다 많은 사람을 움직이려면 조직력이 절대적이다. 선거에서는 ‘조직이 힘이다’라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또한, 효과적인 선거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제대로 하는 여론조사를 수차례 하는 것이 좋다. 면밀히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표적집단 면접법으로 현장조사를 치른다면 조사비용도 만만치 않다.
출마자들이 공천에 목을 매는 이유는 공천을 받으면 정당 공조직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공조직이 자신과 연결되는 순간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기분이 된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경쟁자의 공조직이 어느 정도 강한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승부는 주로 공조직과 사조직의 강도(强度)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선거의 3요소 중 하나인 홍보력은 이슈의 장악 여부이다. 유권자들에게 어떤 말을 해 줄까를 고민하지 말고 유권자들이 어떤 말을 가장 듣고 싶어 하는지를 찾다 보면 그것이 바로 이슈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유권자가 듣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해 주는 힘이 홍보력이다. 물론 현수막를 통해 유권자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사진과 문구가 힘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된다.
2. 선거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능력
선거는 절대치가 없으며 무조건 상대적이다. 사람이란 완벽할 수 없지만 운이 좋다면 경쟁자가 여러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으면 본인이 당선이란 영광을 붙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기 전까지는 누가 더 부족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결국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선거란 마치 정상탈환을 목표로 산을 오르는 경주와도 같다. 상대방은 내가 볼 수 없는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도달해야 하는 목표점은 나와 같은 정상이다. 내가 그보다 먼저 올라가면 그만이지만 그가 지금 어디쯤 올라가는 중인지 알 도리가 없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결과는 상대적이지만 노력은 절대적이다.
선거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주관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선거의 특징과 각종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고집이 센 후보, 자신의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후보, 점술에 의존하는 후보, 싸구려 여론조사만 선호하는 후보, 지나치게 소심한 후보들은 절대 이길 수 없다.
선거에 임하는 후보는 선거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힘들다. 그것은 마법과도 같다. 후보뿐 아니라 후보를 도와 함께 뛰는 선거 사무원들조차 선거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후보는 냉정을 찾고 수시로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럴 때 선거라는 상황은 후보자에게 똑똑함 보다 현명함을 요구한다.
현명한 후보라면 자신에게 가장 불리한 조사결과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조사결과에 맞추어 다음 전략을 수립한다. 반면에 똑똑한 후보는 홍보효과를 감안해서 가장 앞선 결과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리고 유권자들과 조직원들에게 이기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렇게 하다가는 투표함이 열리는 순간 추락하는 아픔을 겪기 때문에 똑똑한 후보자보다 현명한 후보자가 되어야 한다.
현명한 후보가 이끄는 캠프엔 활력이 넘친다. 후보가 허리만 쉽게 구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쉽게 구부러져 아랫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이런 후보들은 선거상황을 객관화시켜 볼 능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자신을 낮출 수 있기에 상황을 보다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
3. 유능한 참모를 상대보다 더 많이 확보하는 능력
선거캠프에 한쪽만 들렀을 경우엔 답이 나오지 않지만 다른 경쟁 후보 캠프에 들어서는 순간 뭔가가 와 닿을 때가 많았다. 그것은 유능한 참모의 집합이 큰 쪽이 이기게 돼 있다는 진실이다. 유능한 인재가 많은 나라가 강대국이 되듯이 유능한 참모를 많이 끌어올 수 있는 캠프가 선거에서 승리한다.
유능한 참모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캠프가 승리에 한걸음 더 다가서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능한 참모를 어떻게 모셔 오느냐는 것은 후보자의 정치력 시험대나 다름없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정치의 속성이라는 점에 명심해야 한다. 후보자는 사람에게 욕심을 내야 한다. 내가 저 사람을 쓰지 않으면 상대가 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현실적으로 어떤 것이든 감내할 각오로 원하는 약속을 하고 데려와야 한다.
특히 선거본부장은 후보자의 분신과도 같아서 양측 본부장만 비교해도 승패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선거본부장은 후보자에 버금가는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더구나 후보자보다 선거판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전략과 전술을 기획한다. 후보자가 장기판의 장군에 해당된다면 선거본부장은 장기알을 움직이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본부장은 요인 중 요인으로 상대 캠프보다 나은 사람을 유치하는 일이 성공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일이다.
4. 참모들의 타당성 있는 제안을 흔쾌히 소화할 수 있는 능력
선거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지 보는 방법 중 하나가 참모들의 요구를 소화할 능력 여부다. 참모들의 요구가 터무니없다면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표를 얻으려면 시대의 바람을 함께 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모들의 조언을 쓴 약 마시듯 받아 마셔야 이길 수 있다.
특히 정치인은 세대 간 격차를 좁히거나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자신의 나이에서 ±5세 정도의 문화를 소화한다고 한다. 그 범주를 벗어나면 소통에 장애가 생긴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되려면 이 범주를 넓혀야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키울 수 있다.
트위터를 하고, 개그맨들이 유행시킨 말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보지 않은 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 유세를 시작하면 만 19세부터 초고령층에 이르는 유권자의 마음에 다가서야만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봉착하면 참모들은 후보자가 소화하기 힘든 일정과 행동과 말을 주문한다. 힘들지만 이기고 싶다면 해야 한다.
5. 선거 캠프를 단합시키는 능력
후보자의 자질 중 하나가 조직을 단합시키고 끌고 가는 능력, 즉 지도력이다. 그런데 현장조사를 하다 보면 의외로 후보자와 참모 간의 의견대립이 감정대립으로 번지고 종국에는 서로 원수지간이 되어 버리는 일도 많이 목격된다. 당연히 이런 캠프는 승리와 거리가 멀다.
선거캠프는 선거 규모와 무관하게 작은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인간의 속성에 권력의지가 포함되어 있어 후보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묘한 갈등은 뒷담화로 이어져 서로를 이간시키기도 한다. 이런 인간의 속성을 이해하고 갈등을 잘 무마시키는 후보가 승리에 먼저 다가선다.
선거 캠프 안에서 후보자는 후보자가 아니라 솔선수범하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유세 현장이라는 대중과 마주하는 전선(戰線)에 나가 싸우는 사람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매사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참모를 비롯한 선거 사무원들은 후보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존경하든지 경멸하면서 선거를 치른다. 자발적 복종이 강한 조직이 있는가 하면 불만을 애써 감추면서 따르는 조직이 있다. 당연히 자발적 복종이 강한 조직이 이기게 돼 있다.
후보자가 캠프를 단합시키는 능력에는 갈등 치유뿐 아니라 좌절감을 극복시키고 위화감을 없애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선거캠프는 도중에 한두 번씩 좌절감을 맛보곤 한다. 그럴 때 후보자가 좌절의 늪에 빠진 선거운동원들을 격려하고 고무시켜 단결하도록 만드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그런 캠프가 승리의 축배를 들었기 때문이다.
6. 대중을 끌어당기는 능력
후보자의 정치적 자산은 대중 흡인력이다. 대중연설과 임기응변에 능할수록 유리하다. 두 경쟁 후보가 있을 경우 어느 후보가 대중을 자기 편으로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지는 대중 흡인력에 의해 좌우된다.
선거는 부동층을 상대보다 많이 가져오는 게임이기도 하다. 출발선상에서 상대 후보보다 뒤처져 출발하더라도 항상 부동층이 있기 마련이므로 이 부동층의 속성을 파악하고 이들을 공략해 많이 가져온다면 승리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셈이다.
대중연설이 어려운 후보라면 그를 보완할 다른 무기를 개발하거나 그것도 힘들다면 포기하는 편이 낫다. 선천적으로 다른 것은 다 잘하는데 대중연설에서는 주눅이 들어 버리는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마해서 당선되고 싶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연설문을 잘 만든다. 구어체의 현장 언어로, 운율과 시간을 잘 안배해야 한다. 특히 특정 이슈를 찾아내 한 페이지 정도로 연설문을 만든다. 그리고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달달 외우시라. 누가 지나가다 툭 치면 술술 나올 정도로 외우면 된다.
대중연설을 잘한다는 정치인들도 대부분은 잘 만든 연설문들을 달달 외우며 다닌다. 그가 연단에 서면 저절로 흘러나오게 돼 있는 명연설문들은 실제로 미리 만들어졌다가 그의 머릿속에서 발효되면서 다듬어져 나온 것들이 많다.
시선처리에 난감해 하는 후보도 적지 않다. 이들은 대중 앞에 서면 대중의 눈동자를 보지 말고 볼이나 입술에 시선을 맞추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대중은 그런 사실을 알 도리가 없으니 자신과 시선을 마주쳤다고 생각하게 된다.
TV토론에서도 해당 주제의 말들을 미리 예상하고 만들어 밤새워 외워야 한다. 다만 TV토론에 나가 답변할 때엔 질문을 던진 상대후보를 보는 아마추어가 되지 말고 유권자들의 눈과 직통하는 카메라를 보면서 답변하는 요령이 있어야 한다. 선거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노력해서 안되는 일은 없다.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 종국에는 승리자가 된다.
7. 후보자의 가족, 특히 배우자의 능력
현행 선거법에는 후보자가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순간부터 어깨띠를 두르고 명함을 돌릴 수 있게 돼 있다. 이때 배우자나 후보자 가족 1인에게 같은 권한을 부여한다. 따라서 남편이 출마할 때 거의 모든 후보의 경우 배우자인 아내가 함께 거리로 나선다. 여의치 않을 경우 아들이나 딸이 어깨띠를 걸고 명함을 돌린다.
언뜻 보면 별 영향력이 없을 성싶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때로는 후보가 얻은 표보다 배우자가 얻은 표가 훨씬 많은 경우도 있다. 다만 정확히 구분이 안될 뿐이다. 그만큼 가족과 배우자의 능력이 크다.
우리 사회는 1997년 IMF 사태 이후부터 유교적 가부장제의 문화가 현저히 퇴각하고 여성의 파워가 밀물처럼 들어왔다. 과거에는 아버지의 정치적 성향을 가족 구성원 모두가 따르는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살림을 관장하면서 실질적인 경제권을 가진 여성의 정치적 성향에 가족 구성원들이 영향을 받는다. 특히 대도시일 경우 이런 경향이 농후하며 40~50대 중년 여성은 그런 의미에서 선거 홍보의 핵심 타깃층이다.
그런데 남성 후보의 배우자인 아내는 바로 그런 핵심 타깃층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배우자의 역할과 가족의 역할은 지대하다. 이들의 능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데에는 이런 긍정적 요인도 있지만 부정적 요인도 한몫한다. 배우자나 가족이 성격이나 자질 혹은 경력에서 흠결이 있다면 당장 후보에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만약 후보자가 복이 없어 아내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기 힘들다면 그 자리를 자녀에게 양도하는 방법도 괜찮은 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가족은 조직의 최소단위일 것이다. 조직이 힘이라면 그 최소단위인 가족의 조직력을 점검하고 단결시켜야 한다.
한국출판미디어 - T. 032-330-1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