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
김홍섭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시 한 편 정도는 있다. 오히려 여러 편의 시들을 좋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기도 하다. 좋아하는 시를 한 편 골라야 한다면 나는 영국 시인 존 던(John Donne·1572~1631)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를 들고 싶다. 영국 성공회 사제이기도 했던 시인 존 던의 기도문(《Meditation 17, Devotions upon Emergent Occasions》) 중 나오는 글 중의 시다.
사람은 홀로 일 수 없으며 누구와 연계되어 있으며, 서로 연대하여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발군의 언어로 노래한다. 흙덩이 하나도 유럽이란 대륙을 형성하고 지탱하는 근간임을 웅변하고 있다. 하물며 저 멀리 울리는 종소리도 누구를 위해 울리는지를 묻지 말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 종소리마저도 그대(나)를 위해 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강조한다. 우주 만상은 모두 나와 연관되어 있고 어쩌면 나를 위해 존재하고, 들에 꽃도 나를 위해 피고, 산새들도 나를 위해 노래한다. 그리고 동시에 나라는 존재도 어쩌면 저 새들, 꽃들과 연계되어 있으며 그들의 존재의 일부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존 던(John Donne)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일부이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의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갑(岬)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며
만일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의 영지(領地)가 그리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전체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서 울리는 것이니!
For Whom The Bell Tolls
(No man is an island)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very man is a piece of the continent, a part of the main.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Europe is the less, as well as if a promontory were,
as well as if a manor of thy friend's or of thine own were:
any man's death diminishes me,
because I am involved in mankind,
and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