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
아동문학인 선언문
아이들에게 멍에가 될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방침에 반대한다.
어린이들이 읽는 책을 만드는 우리 어린이문학인들은 2018년부터 초등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반대한다. 아이들은 한글 교과서 때문에 어떤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라 지나친 학습 부담 때문에 힘들어 했다. 그런데 학습 부담을 줄이겠노라고 시작한 교육과정 개정 결과로 아이들에게 교과서 한자병기라는 또 하나의 멍에를 씌우겠다니, 그 배경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우리 아이들을 얼마나 더 불행하게 만들 작정인가?
아이들에게 풍부한 지적, 감성적 소양을 키워주는 데에는 책을 많이 읽고 서로 이야기 나누고 글을 쓸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하지만 초등교과서 한자병기는 아이들 어깨 위에 강제적인 암기의 짐을 하나 더 얹을 테니,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창의적이고 지적인 활동의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교육 전체로 보아도 뒷걸음질이다.
초등교과서에 한자가 병기된다면 학부모들은 혹시라도 자녀가 한자를 몰라 공부에 뒤처지지는 않을까 새로운 걱정을 안게 된다. 이 걱정은 유치원 아이들에겐 한자 선행학습의 부담을, 초등학생에겐 한자 사교육과 급수시험의 부담을 지울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 여러 책을 읽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낱말과 문장의 뜻을 풍부하게 알아가는 방식 대신 한자 어원 달랑 듣고 이해했다고 여기는, 몹시도 게으르고 앙상한 읽기 습관에 젖을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또한 한글 옆에 한자가 병기된다면 한글이 우리말을 적기엔 무언가 부족한 글자라는 나쁜 편견을 어린 시절부터 가지기 쉽다. 한글만으로도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이로움을 다 버리고 자칫 외국문자를 마구잡이로 사용하여 사회적 의사소통에 혼란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자랄 위험마저 크다.
한자는 중고교 한문 수업 시간에 제대로 공부하면 될 일이지 초등교과서에 이를 병기하여 모든 학생들이 강제로 배우게 할 까닭은 없다. 추진 근거조차 매우 허약한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방침을 당장 취소하라.
2015년 8월 (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