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이 예쁜 천사
- 난 그녀에게 물었다
발가락이 얼마나 귀여운데?
그녀는 웃었다
나는 그녀에게 또 물었다
발가락이 얼마나 예쁜데?
그녀는 또 웃었다
나는 그녀에게 또또 물었다
발가락이 얼마나 귀한데?
그녀의 눈빛이 또또 날카롭다
그녀의 발에선 이상한 냄새가 나
유혹하는 듯한
비누냄새인지 바디샴푸향인지
그녀를 더듬는 이 작업이 너무 매력있어
기억 속의 천사는
발가락이 아홉 개였고 발바닥이 평평했어
그녀의 향수는 아주 진한 포프리향으로 하지
사실은 독한 장미향이었어 지금 내가 뿌리는 향수는
그녀가 준 포프리니까 포프리로 하지
내가 설정하는 이 작업은
발가락이 중요해 그녀의 양말은
BYC? MDG? KGG? 그 중 하나던가? 그녀는
국산용 스타킹은 절대 신지 않아 영문자가 새겨진
양말만을 신지.
그녀는 사랑한단 말을 자꾸만 되뇌었는데
난 그 말을 믿지 않았지 그녀가 일흔 아홉 번 사랑한단 말을 한 순간
나는 울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어
넌 정말 예뻐, 사실
그녀의 오른쪽 엄지발가락은 너무 귀엽지
그렇게 귀여운 엄지발가락은 처음 봐 그녀는 이제
양말을 신고 다지지 않아 그녀는
비누를 칠한 후엔 언제나 바디샴푸를 발가락에 바르지
그녀의 향은 아주 약한 포프리향이야
그녀의 발에선 이상한 냄새가 나.
너무나 무섭지는 않아서 그래서 나는 폭발했다·3권
너를 체포한다
뜬금없이
시가 전화를 했다
너를
체포한다, 그러므로
24시간
인터넷 사용금지
24시간
성스럽게 지내기
갇힌 욕망,
상상 속에서는
아름다운 예수님.
내게 조금만 시간을 줘요,
시(詩)에게 요청한다
조금은
TV에게나 물어보라며
체포에
순종적으로
응하지 않은 벌로
외부와의 모든 연락 차단.
빛이 완전히 차단되는
블라인드마저 내려져
체포되는
한낮의 문장.
너를 체포한다
너에겐 묵도권(默禱權)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
수증기 사랑찌개
1.
증오가 불꽃 튀며 세상을 향해 폭발했다 내려앉은
산 강 육지 바다 저마다 제 길을 갔다 아무도 뒤
돌아보지 않았다 떼 지어 날아간 까치 한 마리
푸·드·득·
날개짓하며 열정의 시간 속으로 날아올랐다 그때.
내게 폭발한 화산(火山)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요리사는
감정이란 양념들 꽉 찬 냉장고 문을 연다
끼이익 어둠에 갇힌 훈훈한 소리들
살고 싶어 발버둥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요리사, 시간이란 비장의 요리로 곧 죽을 목숨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들에 의한
마지막 요리를 해 낸다
2.
증오의 기포 투명한 사랑 속으로 흡수된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가슴의 열 서서히 내려앉는다
시끌벅적한 양념 가득 훈훈한 정 넘쳐흐른다
투명한 사랑 요리사
하늘 땅 불 물로 범벅된 옷 입고
거리 가득 열정이란 요리로 사람들 데운다
이미 흡수된 증오의 기포, 하늘 멀리 증발한다
기억의 어두운 창고로 날아간 까치 한 마리
살가운 빛놀이를 한다, 그때
내게 다가온 사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요리사는
감정이란 주검으로 꽉찬 냉장고 문을 연다
발버둥치던 떼들의 놀란 마음
시간의 비장함으로 완성된 처음
수증기 사랑찌개 익어가는 노을
속(續)에서 끓어오르던 증오의 열 가라앉힌다
열대어네 집
내가 그들 곁으로 가면
밥 달라고 아우성
손 닿을세라 부리나케 튕기는
치어(稚魚)들의 몸부림,
먹이인지 적인지
내 살 쪼아대는 그네들의 놀이,
엉겁결에 새 살이 돋았다 사라진다.
시간따라 출렁이는 물결의 삶, 삶들.
약한 고기는 죽어서 힘센 이들의 밥이 되고
힘센 이들의 세월은 길기만 하다,
몸부림 사라진 그들의 오만한 몸짓.
그러나 오늘도
내가 그들 곁으로 가면 밥 달라고 아우성
닿을세라 부리나케 튕기는 성어(成魚)들의 안간힘.
세 마리의 글자로 세우는, 안녕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다리 하나 빠진 소파와 흔들의자,
회색이 때묻은 구르미 의자는
4만원으론 기름값도 안 나온다며
볼멘소리로 7만원을 부르는
두 남성의 손에 내팽개진다
트럭 위를 따다다닥 구르는 사이
돌아온 이불 속의 나체는
블로그 속을 걸어다녔다
아까운 건 다 그 안에 있지
물이 샘솟을 터이니
네 삶의 중요한 부위를 내어주어라
삶이 쭈뼛한, 어떤 警句(경구)
폐기되는
세 마리의 글자는
빛줄기 恨殺(한살)에 잠을 자던
벽 속의 세상으로 遺棄(유기)되어
안녕, 이라는 새로운 인사법을 배운다
도둑 한 마리 세상에 나가려고 하신다
도둑 한 마리가
집에 드나들었다 검정
면사포를 쓰고
은빛 나는 한 자루
손에 들고
매일 그녀 집에
드나들었다 공포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이
슬프다, 과연
슬플까?
그녀의 집엔
없는 게 없다 밥도 있고
집도 있고 여자도 있다 도둑 한 마리
밤이 되면 그녀의 집에
몰래 들어가
아침이 되어서야 집을 나온다
무엇을 하는지
시멘트를 뒹굴며 슛-
점프, 나이스! 쇼를 하면서
슬픈 그녀 집에 드나들었다
공포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에도
공포로 이그러진 그녀의 얼굴에도
그늘이 보인다 도둑이 쓰고 가는
검정 면사포같은
그늘, 그녀는 과연
슬프다
도둑이 매일 긴장하듯 그녀도
매일 슬프기만 하다
저 멀리 아득한 테레비 소리
저 멀리 아득한 테레비 소리
나를 유혹하는 뒹구는 당구큇대에
몽롱한 아침으로 맞이한 밀레니엄은
뒤떨어진 구세대의 유혹을
송두리째 앗아간 하이퍼텍스트 구비문학으로
시작된다, 버튼을 누르면 어지러운 미래
끌어올리면 펼쳐지는 블라인더처럼
답답한 도시의 어둠으로 다시 태어나
설움은 분노로 재충전한다, 220볼트의 LOVE.
아귀가 맞지 않는 충전소, 컴퓨터의 사양을
업그레이드 하시오, 그리고 나서야
당신이 얻고 싶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21세기의 신개념 구비 텍스트, 그들은
비로소 깨닫는다, 전기 절약. Computer Off.
이런! 돈 떨어졌잖아, 나는 비로소
전기가 된다, 절대적인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은하철도 999. 당신은 기계인간이
되기를 지금도 원하십니까? 예나 지금이나
기생집 마나님 되련님들은
세상의 뒤편에서 양반대접을 받긴 마찬가지
지금도 순진한 머슴네들은 까탈스런 양반네
자손들에게 등이 휘어지는 노예생활, 구구절절
사연 늘어놓는 천태만상(千態萬象) 하나같이 불평불만, 쐬주
한잔 톡 쏘아주고 나서는 발걸음은 신발 질질질,
한없이 멀고 먼 길 옥쇄 채운 발걸음, 여전히
저 멀리 아득한 테레비 소리
나를 유혹하는 뒹구는 당구큇대는
몽롱한 아침으로 맞이했던 밀레니엄과
뒤떨어진 구세대의 유혹을
송두리째 뿌리친 하이퍼텍스트 구비문학으로
연결된다
Ending
너무나 무섭지는 않아서
그래서 나는 폭발했다
너무나 무서웠던 세상에서
살아왔던 시간이
지나갔다는 사실이 너무도 기뻐서
그래서
나는 잘 하고 있다는 이 사실이
너무도 기뻐서
이 기쁨을 함께할 수 있어서
그래서 나는 폭발했다
그래서 마음이 터질 것만 같았고
터진 마음이 세상에 번졌으면 좋겠다
너무나 무섭지 않아서
그래서 나는 마음이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