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전 담임 선생님
지난 일요일에 오서산 아래 오서초등학교에 가서 동문 운동회를 하고 왔습니다. 말은 거창하게 ‘오서총동문체육대회’였지만 이젠 다 나이가 들어 힘이 들어가는 게임은 할 수가 없어 가벼운 초등학교 아이들 놀이를 하는 정도입니다.
거기서 생각지 않았던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때 담임선생님의 조카를 만나서 선생님의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어제 직장에 나와서 일찍 장문의 문자를 드렸습니다. 58년 전의 담임선생님이 저를 기억하실지도 모르고, 혹 기억하셔도 낯선 전화번호에서 연락이 가면 받지 않으실 거라는 생각에서 문자를 드린 것입니다.
두어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으셔서 제가 전화를 드렸더니 받지 않으셨습니다. 오후에 제가 다시 짧은 문자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제 저녁 여덟 시쯤에 선생님이 전화를 주셔서 긴 통화를 했습니다. 제 이름이 여자 이름이어서 많이 생각해도 떠오르는 얼굴이 없으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남자아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전화를 주셨는데 제가 살던 곳과 아버지 함자를 말씀하시면 그 아이냐고 하셔서 바로 그렇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옛날 학교에 다닐 때의 제 모습을 선명히 기억하시면서 여러 말씀을 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올해 연세가 89세이신데 58년 전에 만난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생생하게 기억하시는 선생님의 말슴을 들으면서 정말 감격했습니다.
제 친구에게 그 얘기를 전했더니 자기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라고 하면서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서 보냈습니다. 제가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서 친구가 선생님이 1학년 때 담임한 누구라고 말씀드렸더니 얼굴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이름은 확실히 기억한다고 하십니다.
이런 선생님께 배웠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1965년, 66년에 장곡국민학교에서 계셨던 오흥원 선생님이십니다.